“훌륭한 과학자는 유럽 출신 남성? 이젠 옛날 얘기”

2018.10.22 18:48

녹색형광물질 연구로 2008년 노벨화학상 수상한
마틴 챌피 美 과학한림원 인권위원회 위원장
“국경 없는 과학 위해선 공유의 가치 실현해야”

 

200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마틴 챌피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2018 한국과학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22일 열린 ‘노벨상 수상자와의 대담’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200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마틴 챌피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2018 한국과학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22일 열린 ‘노벨상 수상자와의 대담’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훌륭한 과학자들은 대부분 유럽 출신의 백인 남성’이라는 생각은 이제 옛날 얘기라고 반박하고 싶습니다. 당장 우리 실험실만 봐도 중국, 미국, 캐나다, 아이슬란드, 베트남 등 다양한 곳에서 온 남녀 연구자들이 함께 하고 있죠. 하지만 아직까지 과학자에 대한 편견이 깨지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녹색형광단백질의 발견과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200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마틴 챌피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22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열린 ‘노벨상 수상자와의 대담’에서 5가지 과학자에 대한 편견을 지적하며 이처럼 밝혔다. 이번 대담회는 ‘2018 한국과학주간(Korea Science Week)’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챌피 교수는 “다윈, 갈릴레오,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들의 삶을 접하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과학자는 천재다’ ‘과학자들의 실험은 항상 들어맞는다’ ‘과학자들은 늘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목적지향적이다’ ‘과학자들은 혼자 일한다’ 같은 선입견이 생긴다”며 “나조차도 학창시절에는 그런 생각을 가졌었다”고 말했다. 그는 5가지 선입견에 대해 한결같이 “매우 드물다”고 답했다. 

 

챌피 교수는 노벨상을 안겨 준 녹색형광단백질의 발견도 우연의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빛을 내는 해파리에서 답을 찾으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었다”며 “그러던 중 실험실 불을 끄고 나가려는 와중에 개수대가 환하게 빛나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파리를 담가뒀던 소금물에서 빛이 난 것”이라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실험은 보통 이런 우연한 발견 이후에 이뤄진다”고 말했다. 

 

22일 열린 ‘노벨상 수상자와의 대담’에서 마틴 챌피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왼쪽에서 두번째)와 연구자들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22일 열린 ‘노벨상 수상자와의 대담’에서 마틴 챌피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왼쪽에서 두번째)와 연구자들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챌피 교수는 여성과학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여성과학자가 아닌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컬럼비아대에 처음 왔을 때 여성 동료가 있었는데 오후 5시까지 죽을 힘을 다해 연구에 몰두하고 그 이후 시간에는 육아를 한다거나 다른 일을 하러 가는 걸 보고 대단하다 생각했다”며 “실험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그런데 그 친구가 좋은 연구성과를 내자 주변 사람들이 ‘운이 좋았다’며 비아냥거렸다”며 “그 후에도 몇 년 간 대단한 발견이 이어졌지만 그때마다 ‘또 운이 좋았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무심코 그들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 과학자로 대담에 참여한 배옥남 한양대 교수는 “여성으로서 대우를 해달라는 게 절대 아니다”라며 “임신 기간을 제외하고서는 ‘여성’ 과학자가 아닌 그냥 과학자로서 바라봐 달라”고 말했다.

 

또 챌피 교수는 국경 없는 과학, 양성이 평등한 과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유’의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bioRxiv.org’ ‘Asapbio.org’ 같은 논문초고 등록사이트를 소개했다. 챌피 교수는 “이전에는 논문 한 편을 출간하려면 연구성과를 얻고 나서도 1~2년이 걸렸고 자금도 많이 필요했다”며 “‘사이언스’ ‘네이처’ 같은 저널들은 저널 성향에 맞는 연구성과를 채택할 뿐, 더 이상 이런 장벽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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