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국감]올해도 지적만 하다 끝나나…해답 못찾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

2018.10.22 18:13

“이게 ‘과제수주 주식회사’지 어떻게 ‘정부출연 연구소’입니까?” 


22일 오전, 국회에서 개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연구회) 국정감사에서 고성이 울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상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관리우선제도(PBS)’를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PBS는 연구기관의 전체 예산 중 정부의 출연금의 비중을 낮춘 대신, 인건비와 경상비 일부를 과제 예산을 통해 충당하게 하는 제도다. 1996년 처음 시행될 때는 취지가 좋았다. 연구자로 하여금 공공 연구개발(R&D) 주제에 적극 참여하게 하고, 연구자 사이의 경쟁을 유도해 연구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원래의 취지는 거의 사라졌다. 연구자를 늘 과제를 따러 다니는 ‘떠돌이’로 내몰았다는 비판이 많다. 돈이 급한 연구자들로 하여금 성과가 빨리 나는 근시안적 연구나 유행 연구에 매달리게 한다는 비판도 있다.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은 “긴 공공 연구를 해야 하는 출연연 연구자들이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이유에 PBS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유는 지나치게 낮은 정부출연금이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25개 출연연의 전체 인건비 예산 중 정부출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53.5%, 경상비 중 출연금의 비중은 37.5%에 불과하다. 인건비의 절반, 경상비의 3분의 1만이 안정적인 출연금인 셈이다. 이 의원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일부 연구기관은 전체 예산 중 정부 출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4.7%밖에 되지 않는다”며 “안정적인 연구가 불가능한데, 과연 ‘정부출연’의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와 연구회도 PBS문제를 인식하고는 있다.  PBS 문제는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도 제기됐다. 기획재정부와 과기정통부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015년 3월 연구자들이 본업인 연구는 하지 않고 R&D 예산을 따내는 데만 골몰하는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과제중심제도(PBS)의 비중을 조정하겠다는 내용의 정부 R&D지원시스템 개선안을 내놨다. 하지만 새 정부에 들어서도 좀처럼 문제는 개선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부처는 물론 매년 국감 때마다 지적만 하고 끝나는 정치권,  의견 수렴을 하지 못하는 과학계가 문제만 제기해놓고 차일피일 해결을 미루는 양상이다. 

 

연구 현장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자 과기정통부와 연구회는 지난 약 1년 동안 15회에 걸쳐 전국의 출연연 연구자들과 만나 PBS 제도 개선 또는 폐지에 대한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이진규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처음에는 폐지 의견도 있었지만), 막상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상황이 너무나 다양해 하나의 획일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대신, 기초와 응용 등 기관의 고유 임무에 따라 맞춤형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국감에 참석한 의원들은 이를 PBS 논의를 원점으로 돌렸다고 비판했다.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PBS 개편안을 빼놓고 국가연구개발 혁신이나 출연연 개혁을 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당초 목표대로의 PBS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의원은 “경쟁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등 단점이 많은 PBS를 그대로 유지하면 연구 현장의 갈등만 조장된다”며 “전면 폐지하고 다른 제도로 보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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