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시를 만나다]② 베이징·상하이·허페이 잇는 초대형 과학허브를 꿈꾸다

2018.10.27 19:55
‘제2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국 베이징 중관춘 일대. - 위키미디어
‘제2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국 베이징 중관춘 일대. - 위키미디어

중국은 올해 3월 베이징과 상하이, 안후이성의 허페이(合肥) 등 3개 연구중심도시를 잇는 세계적 수준의  ‘과학혁신허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입자물리학, 분자과학, 뇌과학, 양자정보과학 등 첨단연구를 수행하는 19개 ‘혁신연구센터’를 집중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국책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CAS)의 가오 홍준 선행과학교육본부장은 “혁신연구센터는 ‘최고를 위한 연구소’”라며 “과학혁신허브를 통해 2050년 중국은 세계 과학기술 혁신의 원천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제13차 5개년 발전계획(2016~2020년)’의 핵심 가치로 ‘혁신’을 꼽고 2020년까지 과학기술 혁신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여기에는 국가의 교통 체계를 개선하고 에너지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거나 경제 발전을 이루는 등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국민들이 겪는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중국이 2050년 세계 과학기술 혁신의 원천지가 되겠다는 목표로 조성 중인 ‘과학혁신허브’ 거점 도시. 베이징과 허페이, 상하이를 잇는 거대 클러스터다. - 자료: 중국과학원
중국이 2050년 세계 과학기술 혁신의 원천지가 되겠다는 목표로 조성 중인 ‘과학혁신허브’ 거점 도시. 베이징과 허페이, 상하이를 잇는 거대 클러스터다. - 자료: 중국과학원

● ‘제2의 실리콘밸리’ 베이징, 3대 과학기술단지 조성

 

중국의 수도이자 인구가 2300만 명에 이르는 베이징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성과가 쏟아져 나오는 도시다. 네이처인덱스에 따르면 2016년 베이징은 저널기여도(WFC) 1693점을 기록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최근 4년간 무려 43% 성장한 결과다. 프랑스 파리, 미국의 보스턴-케임브리지가 그 뒤를 이었다. 현재 베이징의 연구개발(R&D) 규모는 연간 220억 달러(약 24조9150억 원)로 베이징 국내총생산(GDP)의 5.9% 수준이다. 


베이징이 과학도시로 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연구 분야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국방을 비롯한 응용기술 일부 분야에 국한됐다. 현재 베이징에는 베이징대, 칭화대를 비롯해 중국과학원 본부와 소속 연구소 110곳 중 39곳이 들어서 있다. 중국국가항천국. 국가자연과학재단과 중국 원자력에너지연구소, 항공우주과학기술회사 등도 베이징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 

 

수도권에 주요 연구시설이 집중되는 것은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지만, 중국은 특히 베이징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베이징시는 별도의 과학기술위원회를 두고 5개년 단위로 과학기술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해 실행해 왔다. 일례로 베이징시의 ‘국제과학기술협력계획’을 통해 중국은 세계적인 인재 영입에 성공했다. 2013년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다국적 기술이전 단지를 조성하면서 베이징은 ‘제2의 실리콘밸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중국은 과부하에 걸린 베이징의 기능을 강화하고 주변 지역과의 상생 발전을 위해 대대적인 도시 재정비 계획을 내놨다. 무려 20년에 걸친 세부 이행계획을 담은 ‘베이징 도시건설 종합 계획(2016~2035년)’이다. 정치, 문화, 국제교류, 과학기술 혁신 등 4대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도시를 재편하는 게 골자다. 과학혁신허브도 이 계획의 일환이다.

 

베이징시는 과학혁신허브 구축을 위해 중관춘, 화이러우, 창핑에 새로운 과학기술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베이징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과학기술 연구 역량을 기능별로 집결시킨다는 목표다. 중관춘 과학기술단지는 첨단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창핑 미래과학기술단지는 국유 기업 R&D 센터 역할을 하게 된다. 화이러우 과학기술단지는 기초과학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이좡, 순이 지역에는 ‘중국제조 2025’ 시범구를 건설해 첨단산업 유치에 나선다.

 

 

● 하이테크 R&D 중심지 상하이, AI 산업 견인 목표

 

상하이는 베이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도시다. 1929년 베이핑(현 베이징) 국립과학원은 물리학, 동물학, 화학 등 9개 부서를 토대로 여러 연구센터를 만들었고, 당시 대만 중앙연구원은 의학 및 생명과학 연구센터를 베이징과 상하이에 설립하면서 자연히 두 도시 간 연구 협력이 이뤄졌다. 이들 연구센터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후 중국과학원으로 편입됐다. 현재도 상하이는 중국 내에서 베이징과 가장 많은 연구 협력을 하는 도시로 꼽힌다. 2016년 한 해 동안 상하이-베이징 연구기관 간에 체결된 파트너십만 382건에 이른다.

 

상하이의 경우 금융업과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산업 응용 기술 연구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중국이 2008년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를 상하이에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COMAC은 국제 항공시장에서 프랑스의 에어버스, 미국의 보잉 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하이 통계청에 따르면 상하이에는 화웨이 등 국내외 400여 개 기업의 R&D 센터가 자리해 있다. 하이테크(최첨단기술)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상하이의 연간 R&D 규모는 153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 상하이에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새로운 R&D 센터 조감도. - MS 제공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 상하이에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새로운 R&D 센터 조감도. - MS 제공

상하이는 베이징보다 발 빠르게 문호를 개방했다. 중국 최초의 ‘프리-트레이드 존’ 역시 상하이에 설치됐다. 연구기관이나 산업체에 대한 R&D 규제 역시 다른 도시보다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다. 리닝 상하이 이스턴워싱턴대 교수는 “일례로 베이징에서는 복잡한 심사 절차 때문에 생체 시료를 운반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는 반면, 상하이에서는 단 며칠이면 승인을 받고 원하는 시료를 연구실로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상하이시는 2020년까지 상하이를 ‘인공지능(AI) 혁신 허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중국 AI 인재의 3분의 1이 모여 있다는 강점을 토대로 음성 및 언어 식별, 스마트 로봇, 뇌과학 등 분야에서 ‘랩투마켓(Lab-to-market)’을 실현할 AI 산업단지를 상하이 쉬후이구에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100만 ㎡ 규모의 부지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는 교육시설과 연구소, 기업을 비롯해 국제AI센터 같은 국제 협력을 위한 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 세계 최대 양자연구소 들어서는 허페이

 

베이징, 상하이와 함께 과학혁신허브의 또 다른 거점 도시인 허페이는 중국이 최근 육성하고 있는 신흥 과학도시다. 중국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이자 국가중점대학인 중국과학기술대가 있다. 중국은 허페이에 37만㎡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연구소인 양자정보기술핵심연구소를 건설 중이다.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연구소의 건설사업 예산은 916억 달러(약 103조7000억 원)이다. 
 

중국 안후이성의 허페이에 2020년 완공될 예정인 양자정보기술핵심연구소 조감도. - 중국과학원 제공
중국 허페이에 2020년 완공될 예정인 양자정보기술핵심연구소 조감도. - 중국과학원 제공

양자정보기술핵심연구소를 이끌 판 지안웨이 중국과기대 교수는 “현대물리학의 결정체인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기존 컴퓨터보다 연산능력이 100만 배 뛰어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중과기협력센터장은 “중국의 과학혁신허브 조성 계획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대학, 연구기관, 산업체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며 “향후 한국과 중국이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분야를 함께 발굴해나가는 한편 한국에 시사하는 점에 대해서도 분석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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