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과학] 30대 여성 난소에서 물혹이 많이 생기는 이유

2018.10.20 08:00

발달과정에서 자리를 잘 못 잡은 생식세포 범인
미국·스위스 연구진 환자 임상 자료분석
췌장·난소에서 발생한 종양에서 같은 유전자 발견

 

결혼 2년 차인 김모 씨(33·女)는 2017년 난소에서 종양이 발견됐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종양 크기가 커져 수술을 하면 불임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듣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분기마다 병원을 찾고 있습니다.

 

주변을 자세히 돌아보면 30~40대 젊은 여성들이 난소나 췌장에서 암 덩어리가 발견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난소나 췌장에서 발견되는 액체로 가득 찬 둥근 공 모양의 종양을 의학계에선 낭종(물혹)이라 부릅니다. 이들 기관에서 발생하는 종양 중 물혹의 형태를 띠는 것은 약 3%뿐입니다. 수술을 통해 대부분 제거할 수 있는데, 전체 물혹의 약 15% 정도는 수술 전에 터져서 전이성 암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물혹이 터진 경우 많은 환자의 생존율은 1년 내외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대 제공
젊은 여성의 경우 난소와 췌장에서 낭종(물혹)이 발병하는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연구진은  발달 과정에서 생식 세포로 분화할 전구 세포들이 췌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난소(왼쪽위) 와 췌장(오른쪽 아래)에 초록색으로 표시된 세포들이 후에 물혹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대 제공

스위스 제네바대와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19일(현지 시간) 초기 배아 발달과정에서 생식 세포로 분화한 줄기세포들이 물혹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병리학저널’에 밝혔습니다. 생식 세포로 완전하게 분화가 끝나지 않은 줄기세포가 난소나 췌장으로 이동해 자리하고 있다가 약 30년~40년 뒤 종양으로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제네바대 병원과 하버드대 브링엄여성병원이 보유한 물혹 환자 총 287명의 유전자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난소암 전문가인 인티다르 라비디 갈리 스위스 제네바대 암혈액학전이연구센터 교수는 “췌장과 난소는 몸에서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이 두 부위의 조직에서 나온 세포의 유전자에서 그 기원이 같은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난소와 췌장 등 두 부위에서 생긴 물혹세포에서 같은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확인된 것입니다.

 

임신 후 생성된 수정란은 자궁에 착상한 뒤 4~6주 사이에 후에 난모세포나 정모세포와 같은 생식세포로 분화될 전구세포들이 생성되기 시작합니다. 이 전구세포들은 분화하는 동시에 생식기가 위치할 생식샘 쪽으로 각종 전사인자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게 됩니다. 문제는 약 7주 정도가 지났을 때, 생식샘 주변으로 췌장으로 분화될 세포들이 자리한다는 것입니다.

 

라비디 갈리 교수는 “전구 난모세포들이 생식샘으로 이동할 때 일부가 자리를 잘못 찾아 췌장세포에 포함될 수 있다”며 “결국 난소와 췌장에서 후에 종양인 물혹으로 자라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성인 몸에선 난소와 췌장이 멀리 떨어져 있는 기관입니다. 하지만 배아의 발달 과정으로 시간을 되돌리면, 둘은 매우 인접한 위치에 기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가 곧바로 물혹의 치료법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다만 둘 사이의 공통분모를 찾은 만큼 새로운 화학적 치료제를 만들 수 있으리란 전망이 나옵니다. 라비디 갈리 교수는 “화학적 요법을 어떻게 구성해야하는지 기초적인 과학적 근거를 확보했다”며 “외과적 수술 없이 이를 치료할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종양은 일반인 4명 중 1명이 걸릴 정도로 발병률이 높습니다. 아무리 의사로부터 “양성이라 떼버리면 괜찮다”는 소리를 들었다 해도 막상 지인이 수술을 받는다고 하면 걱정이 들기 마련입니다. 하루빨리 젊은 여성들의 물혹 걱정부터 덜 수 있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 편집자주: 일상에서 또는 여행지에서 우리가 서 있는 바로 그 지점. ‘여기’에 숨어 있는 지구와 우주, 생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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