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새는 '비브라토'로 노래를 배운다

2018.10.16 17:35
새의 노래를 통해 언어 학습을 연구하는 고지마 사토시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실험동물인 금화조를 보고 있다. - 사진 제공 한국뇌연구원
새의 노래를 통해 언어 학습을 연구하는 고지마 사토시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실험동물인 금화조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뇌연구원 제공

아기가 처음 말을 배울 때엔 ‘옹알이’라고 하는 불분명한 발성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숱한 발음을 반복하며 시행착오를 겪는 가운데 정확한 발음을 익혀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다. 최근 이 과정에 관여하는 뇌 부위가 실험동물인 ‘명금류(노래하는 새)’ 연구 결과 밝혀졌다. 외국어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지마 사토시(小島哲) 한국뇌연구원 뇌신경망연구부 책임연구원팀은 새끼 명금류가 노래를 배울 때 노래의 높낮이를 빠르게 변화시켜 울림을 만드는 ‘비브라토’ 기법을 반복적으로 연습해 음의 높낮이를 학습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 이 과정에 뇌 속 특정 부위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해 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 10월호에 발표했다.

 

명금류는 카나리아, 금화조, 꾀꼬리, 십자매 등 ‘지지배배’ 노래를 부르는 새들이다. 이들의 노래는 사람의 언어와 비슷하게 어순 등 문법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예를 들어 “AABBCC”라고 노래를 부를 때와 “CCAABB”라고 노래를 부를 때가 각기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노래는 수컷이 암컷을 유혹할 때 특히 많이 사용되며, 이 때문에 새끼는 아빠 새의 노래를 듣고 반복해서 따라하며 노래를 배운다. 뇌과학자들이 언어 학습의 비밀을 연구하기 위해 실험 동물로 명금류를 널리 이용하는 이유다.

 

고지마 책임연구원팀은 금화조를 연구했다. 새끼 금화조의 노래를 녹음해 음의 높낮이와 패턴 등을 분석한 결과, 금화조가 노래를 배울 때는 특히 음성의 높낮이가 빠르게 오르내리는 기술인 ‘비브라토’를 반복하며 연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확한 음정의 노래를 배우기 위해 시행착오를 반복한다는 뜻이다. 사람의 아기가 옹알이를 반복하며 정확한 발음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고지마 책임연구원팀은 비브라토가 새끼 새의 노래 학습과 상관없이 어른 새에게도 흔한 발성 기술인지 확인하기 위해 어른 수컷 새의 노래도 분석했다. 그 결과 수컷 새가 암컷에게 구애할 때에는 비브라토를 거의 쓰지 않고 ‘매끈한’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비브라토는 새끼 새의 학습 과정에서 나오는 시행착오인 것이다.

 

머리에 전극을 꽂은 채 활동 중인 새. -사진 제공 윤신영
머리에 전극을 꽂은 채 활동 중인 새. -사진 제공 윤신영

연구팀은 새의 뇌에 전극을 꽂아 활성을 측정하는 연구를 통해(위 사진) 비브라토를 조절하는 신경망도 발견했다. 대뇌 기저핵 부위다. 대뇌 기저핵은 척추동물의 전뇌에 위치하며 운동이나 학습, 인식 등을 담당한다. 지금까지 명금류에서 노래를 배우게 하는 핵심 부위를 ‘X 영역’이라고만 불러왔는데, 이번 연구 결과 X영역이 대뇌 기저핵의 일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성과는 작년부터 고지마 책임연구원이 천착하던 주제다. 그는 지난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X영역을 조작하면 새끼 새가 노래는 하지만 비브라토는 구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한 바 있다.

 

(☞ 고지마 사토시 박사 인터뷰 바로가기)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인간의 아기도 비브라토와 같이 높낮이를 이용해 발성 패턴을 발생시키는지 여부와, 어린 시절 외국어를 완벽하게 배우는 비결 등을 알아낼 계획이다. 부모의 말을 모방해 언어를 배우는 동물은 인간 외에 명금류와 돌고래, 코끼리 정도에 불과한 만큼, 새 연구 결과가 큰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현재 새끼 새가 성장하면서 발성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억제하는 약물도 연구하고 있다. 

 

고지마 책임연구원은 “대뇌 기저핵이 인간의 언어 습득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새의 노래 학습 과정을 밝혀 인간 언어 습득의 비밀을 풀고, 나아가 성인이 외국어를 완벽하게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로 참여한 앨리슨 두프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2014년 타계했다. 이 논문이 사실상 유작 논문이 됐다. 두프 교수는 고지마 책임연구원이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 함께 연구한 새 언어 학습 분야의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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