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부호 동승 르포]해양연구 '보고' 북서태평양으로

2018.10.16 18:11

바다위 떠있는 국내 최대 규모 해양연구소 이사부호

16일 서울대 인천대 연구진 싣고 북서태평양 출항

 

출항에 앞서 유류공급을 받고 있는 이사부호. 오른쪽 선박이 유류공급선이다. 이사부호는 유류공급선이 좌, 우 어느쪽에 접현해도 기름을 공급 받을 수 있도록 두 개의 유류공급관이 달려 있다.
출항에 앞서 유류공급을 받고 있는 이사부호. 오른쪽 선박이 유류공급선이다. 이사부호는 유류공급선이 좌, 우 어느쪽에 접현해도 기름을 공급 받을 수 있도록 두 개의 유류공급관이 달려 있다. 전승민 기자.

“현재 유류 주입 상황 어떻게 됐나요?”
“주유 속도는 시간당 170t 정도 입니다. 이 정도면 두 시간 정도에 마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6일 경남 거제에 자리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해양연구소에 정박하고 있는 이사부호 갑판 위. 기관사와 항해사들이 메인 갑판 위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유류공급용 대형 선박을 배 한 쪽에 접안하고 검은 유류공급 파이프를 연결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름을 쏟아 넣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대형 해양과학조사선 이사부호는 자동차 등에 사용하는 디젤유(경유)를 쓴다. 총주유량이 약 600t에 이른다. 16일 북서태평양을 향해 출항하는 이사부호는 평소 때 주유량의 절반을 조금 넘는 350t 정도를 실었다. 반대편 갑판 위에서는 트럭으로 실어온 생수, 식품 등 각종 물자를 크레인을 이용해 싣고 있었다.

 

오후 2시 출항 시간이 다가오자 배안의 모든 사람은 저마다 바쁘게 움직였다. 복도에 각종 기계부품을 늘어놓고 있는 한 선원에게 하는 일을 묻자 “샤워할 때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필터를 갈아 끼우고 있다”고 했다. 배에는 운항만 담당하는 선원만 있는 게 아니다. 이사부호를 타고 연구를 진행할 연구원들도 출항 전 탐사 장비를 점검하기 위해 손을 멈추지 않았다. 배 내부에선 편의시설에 대한 점검도 진행됐다. 고된 항해의 위로가 되어줄 시설들이다.   

 

아침 8시. 정박해 있는 흰색 이사부호 뒷편으로 유류공급선이 접현하고 있다. 전승민 기자.
아침 8시. 정박해 있는 흰색 이사부호 뒷편으로 유류공급선이 접현하고 있다. 전승민 기자.

이사부호는 일반 항구에 정박하는 선박들이 통과해야 하는 출입국 시스템을 거치지 않는다. 연구소 앞 정박시설에서 곧바로 출항한다. 그러다 보니 연구원과 선원들의 승선 과정도 일반 선박과는 다르다. 

 

해양연 담당자가 먼저 탑승 인원을 확정한 다음, 그 명단을 며칠 전부터 미리 출입국사무소와 세관에 보내 사전에 승인을 받는다.  탑승할 인원을 모두 버스에 태워 창원 출입국 거제 출장소로 가면, 심사관이 한 사람씩 모두 얼굴을 확인했다. 여권은 물론 직업 유무를 알기 위해 재직증명서까지 제출해야 했다. 각종 대형 연구 장비는 배가 정박한 후 수일에 걸쳐 선적한 다음 출항 전 확인을 거친다. 필요할 경우 세관에서 검사관이 배로 찾아와 탑승 인원과 짐을 확인한다. 갑판에 오르기 전 승선자 명단과 대조하기 때문에 사전 허가를 받은 사람만 배에 탈 수 있다.

 

여권만 있으면 표를 사서 출입국 심사를 별도로 받고 즉시 배에 오르는 여객선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미국이나 중국 등 별도 비자가 필요한 나라의 항구에 입항하려면 미리 비자를 받아 두어야 한다. ESTA 등의 전자비자는 통용되지 않고 있다. 

 

일반 여객기나 여객선과 비교하면 편리한 부분이 많다. 수화물 무게에 딱히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짧게는 10여 일, 길게는 수개월까지 배를 타야하기 때문에 배 안에서 필요한 물품을 충분히 실을 수 있다. 안전상 문제가 없고, 정박할 국가에서 짐을 내리지 않는다면 원하는 물품은 대부분 가지고 타도 된다.

 

차량으로 운송해 온 물자를 크레인을 이용해 선적하고 있다. 전승민 기자.
차량으로 운송해 온 물자를 크레인을 이용해 선적하고 있다. 전승민 기자.

배에는 출항 전날 밤부터 오를 수 있었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내려간 기자는 16일 새벽 1시쯤 배에 올랐다.

 

이사부호는 1067억 원을 투입해 2010년 4월부터 국내 기술로 건조를 시작해 2016년 초 완공됐다. 안전성 검증을 거친 뒤 2017년 6월부터 실제 연구에 투입됐다. 길이 100m, 폭 18m에 이르는 5000t급 대형 선박으로, 최하단 기관실부터 꼭대기 함교까지 총 8층으로 구성된 바다 위의 초대형 연구실이다. 이민수 이사부호 선장은 “이사부호를 5000t급이라고 하는데, 이는 배의 부피를 톤수로 바꿔 계산한 것으로, 배에 실을 수 있는 짐의 무게로 계산하는 일반 상선과 비교하면 두 배 정도 크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46명의 선원과 연구원을 싣고 출항한 이사부호는 27일쯤 괌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 사이 태평양 해저를 살펴보고 각종 시료를 채취하는 탐사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출항에 앞서 각종 연구장비를 점검 중인 이사부호 연구진. 심해저에서 각종 시료를 퍼 올리는 ‘TV 그랩’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전승민 기자.
출항에 앞서 각종 연구장비를 점검 중인 이사부호 연구진. 심해저에서 각종 시료를 퍼 올리는 ‘TV 그랩’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전승민 기자.

 

※편집자 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운영하는 해양탐사 선박 ‘이사부호’가 16일 출항, 괌까지 나아가는 10일간의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해양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현황을 살펴보고 해저 생명체의 분포를 알아보는 해양탐사 연구가 목적입니다. 동아사이언스는 국내 언론 중 최초로 전담 취재진이 이사부호에 동승해 그 모든 연구 과정을 보도할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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