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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항암제 탄생 이끈 앨리슨·혼조 교수는 누구

2018년 10월 01일 21:54

2018 노벨생리의학상, 美·日 과학자 공동수상 

면역세포 속이는 ‘면역관문 단백질’ 차단방법 개발

완치까지 가능한 독특한 항암치료법 첫 선

 

이미지 확대하기2018 노벨생리의학상은 면역세포를 속이는 ’면역관문 단백질’을 억제하는 방법을 찾아낸 두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면역관문의 기능을 자동차 운전으로 비유한 이미지. 노벨위원회 제공.
2018 노벨생리의학상은 면역세포를 속이는 ’면역관문 단백질’을 억제하는 방법을 찾아낸 두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면역관문의 기능을 자동차 운전으로 비유한 이미지. 노벨위원회 제공.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1일 제임스 앨리슨(70) 미국 텍사스대 앤더슨암센터 교수와 혼조 다스쿠(本庶佑·76)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를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앨리슨 교수와 혼조 교수는  우리 몸이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면역 시스템의 기능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으로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다"며 "이들의 연구 는 기존의 암 치료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놨다”고 평가했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인체의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일종의 스위치를 발견하고, 그 원리를 규명한 공로다. 의학에서는 이런 스위치를 ‘면역관문수용체(immune checkpoint receptor)’라고 한다. 두 사람은 이를 토대로 최근 각광 받고 있는 ‘3세대 면역항암제’ 개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앨리슨 교수와 혼조 교수는 같은 업적으로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지만 함께 연구한 적은 없다. 노벨위원회는 “두 사람이 각각 일궈낸 연구 업적이 더해져 획기적인 면역항암제 개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앨리슨 교수, 실용화 물꼬는 혼조 교수가

 

이미지 확대하기2018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제임스 앨리슨 교수와 혼조 다스쿠 교수. 노벨위원회 제공.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제임스 앨리슨 교수와 혼조 다스쿠 교수. 노벨위원회 제공.

우리 몸에는 기본적으로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면역 시스템이 있다. 하지만 암에 걸릴 경우에는 이런 면역 시스템이 무력화되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암 치료제로 몸의 면역 시스템을 대신해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해왔다. 암 치료에 인체가 가진 면역기능을 이용하려는 연구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를 어떻게 활성화시킬지를 주로 연구했다.

 

두 사람은 발상을 전환해 T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주위 인자에 주목했다. 바로 ‘면역관문’이라고 하는 체내 단백질이다. 면역관문은암세포가 면역세포의 활동에 제동을 걸기 위해 활성화시키는 단백질로, 면역세포의 ‘브레이크’라고 할 수 있다. 앨리슨 교수와 혼조 교수는 각각 ‘CTLA-4’와 ‘PD-1’이라는 면역관문 단백질의 기능을 규명했다. 암 환자들은 이 두 종류의 단백질 기능이 과도하게 발현돼 T세포가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이런 면역관문 단백질의 기능을 활성화 또는 비활성화시켜 면역기능을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스위치 역할의 면역관문수용체에 이어 면역관문 단백질을 억제해 면역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 ‘단일클론항체’도 발견했다. 면역관문수용체는 면역기능을 일정 시간 동안만 작동하게 해 인체의 방어 기능을 최고로 높이는 한편, 지나친 면역 활성으로 인한 정상세포의 손상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이용하면 환자의 항암 면역기능을 회복할 수 있어 효과적인 항암치료가 가능해진다.

 

앨리슨 교수는 CTLA-4의 기능을 억제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알아내 물꼬를 텄다. 혼조 교수가 이어 PD-1 억제법을 찾아냈다. 현재는 부작용이 더 적은 PD-1 억제법이 더 많이 쓰인다. 신의철 KAIST 면역및감염질환연구실 교수는 “이 같은 점에서 ‘첫 시도는 앨리슨 교수, 실용화 물꼬를 연 사람은 혼조 교수’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앨리슨 교수는 11살 때 어머니를 임파종으로 잃고, 남동생을 2005년에 전립선암으로 잃었다. 이외에도 삼촌 등 가족의 죽음을 어려서 많이 목격했는데, 이게 의학 연구에 매진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2014년 앨리슨 교수와 결혼한 ‘파드마니 샤르마’ 연구원도 앤더슨 연구소 비뇨기과 종양학부에 있으며, ‘CTLA-4’를 억제하는 방법을 함께 연구해 왔다.

 

혼조 교수의 사연도 이에 못지 않다. 교토대 의학부를 졸업한 그는 미국 카네기 연구소와 국립위생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하고 일본에 돌아왔다. 37세의 나이로 오사카대 교수에 취임해 일본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그가 면역 연구를 통해 암 극복에 힘쓰게 된 계기는 대학시절 동급생이 위암으로 세상을 등졌기 때문이다. 동료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 암과 관련된 연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일본 현지 언론은 소개했다. 혼조 교수는 또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 연구가 발전한다면 암을 극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며 “환자의 괴로움이 없어질 날을 기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매년 수백만 명의 사람을 죽이는 암은 인류가 정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의학적 도전”이라며 “두 수상자의 학술적 연구는 암과의 전쟁을 대표할 만한 ‘지표’라 할 수 있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 완치까지 가능한 ‘3세대 항암제’ 원천기술

실제로 이들 연구는 면역 항암제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대상도 빠르게 확대되는 중이다. 현재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종류는 모두 이를 이용하고 있다. 혼조 교수는 이날 수상 발표 직후 7시 20 분쯤부터 교토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당신 덕분에 암 면역 요법이 등장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무엇보다 기쁘다"며 "게다가 상까지 받게 되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2010년 악성흑색종을 대상으로 CTLA-4을 억제하는 면역 항암제인 ‘이필리무밥’이 성공적인 임상효과를 증명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정식 판매 승인을 받아 2011년부터 판매 중이다.

 

또 2012년부터 악성흑색종 뿐만 아니라 폐암 등에 대해 효과가 있는 ‘니볼루맙’과 ‘펨브롤리주맙’의 개발이 이뤄졌다. 니볼루맙은 최초로 PD-1 억제제로 2014년 승인받았다. 해당 약품들은 이미 국내에도 도입됐으며 일부 건강보험 급여도 이뤄지고 있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면역관문 치료제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고, 장기간의 효과가 지속돼 완치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인류의 건강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노벨상 수상은 충분히 예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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