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노벨상] 영화 속 주인공된 노벨상 과학자들

2018.10.01 18:14
프랑스 영화감독 아벨 강스의 1931년작인 ‘세상의 끝(La fin du monde)’의 포스터. 노벨상 수상 과학자가 처음 등장한 영화다. - 위키미디어 제공
프랑스 영화감독 아벨 강스의 1931년작인 ‘세상의 끝(La fin du monde)’의 포스터. 노벨상 수상 과학자가 처음 등장한 영화다. - 위키미디어 제공

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상의 역사는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와 맞닿아 있다. 노벨상은 과학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관심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도 종종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이 등장한다. 대부분은 그들이 과학자로서의 전성기로 꽃피우던 시절을 다룬다. 미국의 인기 TV 드라마 ‘빅뱅이론’이 대표적이다. 드라마에 묘사된 노벨 수상자의 모습에는 세계 최고 과학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이미지가 투영되곤 한다.

 

알베르토 프로데스코 이탈리아 트렌토대 교수는 1930~2017년 사이 미국, 영국,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에서 제작된 주요 미디어 콘텐츠 189건을 통해 소설 속에서 묘사된 과학 분야 노벨상(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수상자의 모습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올해 5월 국제학술지 ‘퍼블릭 언더스탠드 오브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노벨상 수상 과학자가 스크린에 처음 등장한 건 프랑스 영화감독 아벨 강스의 1931년작인 ‘세상의 끝(La fin du monde)’에서였다. 노벨상을 받은 천문학자로 묘사되는 극중 인물인 마셜 노발릭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혜성을 발견하고 지구와의 충돌을 막기 위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그린 재난영화다. 프로데스코 교수는 “1920년대까지만 해도 공상과학(SF)영화나 호러물 같은 일부 장르에서 과학자가 나왔지만, 이후부터는 좀 더 과학적인 내용이 다뤄지기 시작했다”며 “과학자를 소개할 때 ‘노벨상 수상자’는 소설과 실제에서 한 과학자의 우수성과 중요성을 드러내는 가장 좋은 수식어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1939년에는 190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고흐의 전기를 다룬 독일 영화 ‘로버트 고흐’가 개봉했다. 실제 과학자의 생애를 집중적으로 그린 첫 영화였다. 이후 폴 에이를리히(1908 생리의학상), 마리 퀴리(1903 물리학상, 1911 화학상) 등 노벨상 수상 과학자들이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미국 헐리우드 영화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당시 영화에서 과학자들은 ‘우상’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선지자’ ‘세상을 구하는 영웅’ 등으로 묘사되며 대중에게 위로와 희망이 됐다.

 

1989년 개봉한 이탈리아의 영화 ‘파니스페르나 거리의 청년들(I ragazzi di via Panisperna)’의 한 장면. - 위키미디어 제공
1989년 개봉한 이탈리아의 영화 ‘파니스페르나 거리의 청년들(I ragazzi di via Panisperna)’의 한 장면. - 위키미디어 제공

가상의 스토리에서도 많은 실제 노벨상 수상 과학자들이 등장했다. 1989년 개봉한 이탈리아의 영화 ‘파니스페르나 거리의 청년들(I ragazzi di via Panisperna)’과 2002년 영국 영화 ‘코펜하겐’, 2014~2015년 방영된 미국의 TV 드라마 ‘맨하탄’ 등의 작품에서는 과학사의 중요한 이벤트를 다룰 때 노벨상 수상 과학자들이 나왔다. 

 

인터넷 무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이 등장한 영화는 166개, 마리 퀴리가 등장한 영화는 36개로 집계됐다. 대중에게 가장 유명한 노벨상 수상 과학자인 셈이다. 프로데스코 교수는 “소설 속에서 아인슈타인과 같은 노벨 수상 과학자들의 이미지는 ‘천재’로, 노벨상의 이미지는 ‘큰 상’으로 귀결된다”고 해석했다.

 

노벨상 수상 과학자들이 남긴 말이 메인 줄거리를 구성하는 틀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스릴러 영화 ‘아웃브레이크’(1995)는 “인류가 지구에서 삶을 계속 영위하지 못하도록 막는 유일한 장애물이자 가장 큰 위협은 바이러스”라고 말한 조슈아 레더버그(1958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의 말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TV 드라마인 ‘유레카’에서도 “부족한 지식은 위험하므로 풍부한 지식을 추구하라”는 알버트 아인슈타인(192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의 말을 인용했다.

 

프로데스코 교수는 사람들이 얼마나 노벨상을 원하는지 단적으로 드러내거나 풍자한 작품들도 소개했다. 1935년 스웨덴 영화 ‘스웨덴이엘름가(swedenhielms)’는 과학자인 아버지가 노벨상을 수상해 가계를 일으키길 간절히 바라는 가족들을 익살스럽게 묘사했다. 노벨상을 수상하면 상금 900만 크로나(약 11억 2400만 원)가 주어진다. 1963년 영화 ‘더 프라이즈’의 마지막 장면에선 노벨상 수상이 이뤄지는 스웨덴이 과학자들에겐 꿈의 장소라는 점을 이렇게 묘사했다.

 

과학자 : “(잠에서 깨어난 뒤) 여기가 어디야? 천국?”
과학자의 딸 : “스톡홀름이에요.”
과학자: “천국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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