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노벨상]올해 노벨문학상은 없다…성추문·미투 운동에 위상 '흔들'

2018.09.30 20:46
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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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한림원 노벨상위원회가 성추문 논란에 휩싸이면서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내년으로 연기됐다. 일각에선 노벨상위원회의 권위가 흔들리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벨상 수상자를 뽑아온 노벨위원회가 과도한 절대 권력을 행사해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1901년부터 무려 117년간 노벨상 수상자 선정과 평가, 노벨상 수여는 스웨덴 한림원과 왕립과학원,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고유 역할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30일 로이터에 따르면 라르스 하이켄스텐 노벨재단 사무총장이 “스웨덴 한림원에서 벌어진 이번 성추문에 대한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재단은 강력한 조치를 단행할 수밖에 없다”며 “논란이 계속될 경우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는 권한을 스웨덴한림원으로부터 완전히 박탈하고 다른 기관에 맡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노벨 문학상은 스웨덴 한림원이 생리의학과 물리학, 화학상, 경제학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원, 평화상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노벨상위원회를 꾸려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 노벨위원회 위원인 아내 인맥 이용해 권력 남용…스웨덴한림원, 선 그으려다 된서리

 

성추문의 주인공은 프랑스 출신의 사진작가이자 스웨덴 문화예술계의 황태자로 여겨졌던 장 클로드 아르노다. 지난해 11월 아르노로부터 성희롱과 폭력, 강간 등의 피해를 입은 여성 18명의 ‘미투(#MeToo)’ 폭로와 고발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문제는 그가 스웨덴한림원 종신회원이자 노벨위원회 문학상 위원인 스웨덴 시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이라는 점이다.

 

아르노는 20여 년 전부터 아내의 인맥을 활용해 포럼이라는 문화예술센터를 운영하면서 노벨상 수상자 등 세계적인 문화계 인사들과 어울리며 권력과 명성을 누렸다. 피해 여성들은 그가 이 같은 지위를 이용해 문화계 진출을 꿈꾸는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가해 왔다고 주장했다. 노벨문학상 발표 전부터 수상자의 이름을 유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스웨덴한림원이 남편의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선을 그으며 프로스텐손의 노벨문학상 위원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자, 올해 4월 다른 노벨문학상 위원 18명 중 7명이 줄줄이 사임을 표했다. 11명만으로는 수상자 선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스웨덴한림원은 결국 5월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2019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캠벨 미국 드류대 명예연구원, 오무라 사토시 일본 기타사토대 명예교수, 투유유 중국전통의학연구원 주임교수. - 네이처 제공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캠벨 미국 드류대 명예연구원, 오무라 사토시 일본 기타사토대 명예교수, 투유유 중국전통의학연구원 주임교수. - 네이처 제공

● “노벨상의 시대착오적 발상 개혁해야”…과학계도 노벨위원회 변화 촉구

 

과학계에서도 추락한 노벨위원회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등 과학 분야 노벨상에서는 시대가 바뀌어도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의 성적 편향, 인종 편향 등의 불평등 문제가 계속해서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한층 더 거세졌다.

 

브라이언 키팅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물리학과 교수는 “여성 과학자의 업적을 괄시하거나 세상을 떠난 과학자들에게는 상을 주지 않는 등 시대착오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과학자들에게도 노벨상은 최고 영예로 여겨지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수상자와 비수상자를 가리는지에 대해서는 늘 논란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알프레드 노벨이 말한 ‘전 인류에게 유익한 업적을 세운 사람’도 모호한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1901~2017년 시대별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성별을 나타낸 그래프. 청록색은 남성, 주황색은 여성을 나타낸다. 전체적으로 여성 과학자 수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상은 50~60년에 1명, 화학상은 30~50년에 1명으로 각각 2명과 4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 네이처 제공
1901~2017년 시대별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성별을 나타낸 그래프. 청록색은 남성, 주황색은 여성을 나타낸다. 전체적으로 여성 과학자 수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상은 50~60년에 1명, 화학상은 30~50년에 1명으로 각각 2명과 4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 네이처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올해 여성 과학자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면 1961년 이후 50여 년 만에 나온 여성 수상자가 될 것”이라며 “지난 반세기 동안 노벨 화학상을 받은 여성 과학자도 단 1명뿐”이라고 지적했다. 1901년 이래 지난해까지 117년간 과학 분야(물리학, 화학, 생리의학)에서 노벨상을 받은 605명의 과학자 중 여성은 단 3%(18명)에 불과하다. 전체적으로 여성 과학자 수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상은 50~60년에 1명, 화학상은 30~50년에 1명으로 각각 2명과 4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수상자 대부분은 미국, 유럽 등 서구 국가들 출신이다. 

 

키팅 교수는 올해 4월부터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최근 노벨상 개혁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 ‘루징 더 노벨 프라이즈 포럼’(losingthenobelprize.org)을 시작했다. 그는 “이번 성추문 사태를 계기로 스웨덴한림원과 노벨위원회가 위기 의식을 느끼고, 새로운 100년을 위해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트 라이스 미국 오슬로 메트로폴리탄대 이사장은 “노벨상이 계속 지금과 같이 여성 과학자들의 업적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노벨상 자체에 대한 평판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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