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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기자의 영화 속 로봇] 전자두뇌가 기계 몸을 입는다

2018년 09월 14일 17:57

몇몇 영화를 보면 로봇으로 구분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사람으로 구분하기도 모호한 존재들이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로보캅을 들 수 있는데, 인간의 뇌를 갖고 있지만, 육신의 대부분은 기계장치로 만들어진 주인공이 활약한다. 2014년 개봉한 리메이크판 로보캅은 뇌기능이 수시로 켜지고 꺼진다. 평상시엔 자아를 갖고 있지만, 근무 중이나 전투 중에는 완전한 로봇으로 기능하는 형태다. 1980년대에 개봉했던 오리지널 시리즈 로보캅은 이와 반대인데, 대부분의 상황에서 로봇처럼 행동하며, 아주 특별한 경우만 옛 기억을 회상하거나 의미심장한 단어를 말하면서 인간성을 보인다. 이렇게 ‘한없이 로봇에 가까운’ 등장인물은 대부분 경우 자신이 인간인지, 혹은 로봇인지를 명확히 하지 못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지 확대하기공각기동대 2017년작 - imdb 제공
공각기동대 2017년작 - imdb 제공

여기서 조금 더 깊은 부분까지 상상해보자. 자신은 본래 인간. 하지만 지금은 뇌조차도 모두 컴퓨터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삶. 혹은 어느 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니 본래 육신은 죽어서 없어지고, 그저 기억만이 로봇 속에 전달된 상태로 살아가는 존재. 이런 존재를 우리는 과연 로봇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인간이냐 로봇이냐

 

이와 가장 꼭 들어맞는 영화 속 존재는 아마 ‘공각기동대’의 주인공 ‘미라 킬리언’ 소령 정도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는 2016년 4월 개봉됐다. 인기 여배우 스칼릿 조핸슨이 주역을 맡았던 점, 일본 사이버펑크 물의 상징과도 같은 만화영화를 리메이크 했던 점 때문에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이미지 확대하기공각기동대 1995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작(왼쪽), 원작 만화(오른쪽)
공각기동대 1995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작(왼쪽), 원작 만화(오른쪽)

 

킬리언 소령이 원작만화에서 ‘쿠사나기 모토코’라는 일본 이름으로 등장했던 것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원작에서 쿠사나기 소령은 “난 온 몸이 기계야. 뇌조차 기계인지 알 수 없지. 난 인간일까?”라고 말하며 끊임없이 고뇌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세계관 속에서 사이보그들은 기계 몸체와 인간의 뇌를 연결시키기 위해 ‘전뇌화’ 처리를 거쳐 완성된다. 뇌를 튼튼한 밀봉하고, 그 뇌에다 나노컴퓨터 소자를 투입해 전자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든다. 이렇게 만든 두뇌를 ‘전뇌’라고 부르며, 이것을 의체(義體)라는 기계 몸과 연결해야만 전신을 뇌의 의지대로 통제할 수 있다. 사실상 전뇌란 것이 뇌와 나노 컴퓨터를 섞어 만든 시스템이다 보니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까지가 기계인지 구분이 모호한 존재가 된다. 로보캅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계에 가깝다. 

 

이미지 확대하기쿠사나기 소령 - imdb 제공
쿠사나기 소령 - imdb 제공

만화원작과 영화에선 이런 전뇌를 해킹해 타인이나 사이보그를 마음대로 움직이는 ‘인형사’라는 이름의 악역이 등장하고, 이 악역이 실체가 없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이뤄진 인공지능이라는 설정이다.

 

공각기동대는 수없이 많은 후속작이 등장했다. 하지만 영화 공각기동대의 모티브가 된 ‘진짜’ 원작은 1995년 ‘고스트 인 더 쉘’이었는데,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쿠사나기 소령은 매우 상쾌한 표정으로 거리로 나선다. 쿠사나기 소령이 컴퓨터 소스코드로 만들어진 인공적인 자아와 합쳐지면서 두 개의 자아를 지닌 존재로 바뀌어 버린 직후의 모습이다. 이 작품은 인간과 기계를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인지 심도깊게 질문해 많은 화제를 낳았다.

 

이미지 확대하기공각기동대(1995) 의 한 장면 - imdb 제공
공각기동대(1995) 의 한 장면 - imdb 제공

기억은 흐릿하지만 어릴 적 본 만화영화 ‘아톰’에도 이런 존재가 등장했던 적이 있다. 사고로 온 몸을 잃었지만, 두뇌만이 살아남았던 한 인물은 평소에 자신을 ‘로봇’이라고 부르면 극단적으로 화를 낸다. 뇌는 살아있으니 인간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그가 또 다시 사고를 당하고, 마침내 유일한 생체기관인 두뇌마저 전자두뇌로 교체하게 된다. 기자들은 그가 크게 낙담할 것으로 생각하며 소감을 묻자 “저는 오늘부터 완전한 로봇. 기분이 상쾌합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의연한 모습을 보인다. 그에게 두뇌는 자신의 인간이라고 여기는 절대적 기준이었지만, 내심은 그렇지 않았던 것 아닐까.

 

 

●인간과 기계를 연결하는 방법

 

공각기동대나 로보캅 속 등장인물 정도는 아니지만, 사이보그 기술은 의족이나 의수 개발에 실제로 쓰이고 있다. 사고로 팔이나 다리를 잃은 환자, 척수마비 환자 등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방법은 두 가지를 고려할 수 있는다. 만약 만약 사고 등으로 팔이나 다리의 일부를 잃은 사람이라도 남아있는 팔이나 다리에 기계장치를 직접 연결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 사람의 신경체계도 미약한 전기신호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는 뇌신호를 가로채는 것이다. 간혹 전신마비 환자나 하반신마비 환자 사례를 보면 팔다리의 신경 자체가 죽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두뇌와 기계장치를 연결하는 ‘뇌-기계 연결(BMI)’ 기술이 필요하다. 이 경우는 아주 기초적이지만 실용화 사례가 있다. 미게우 니콜렐리스 미국 듀크대 교수 팀이 대표적이다. 니콜렐리스 교수 팀은 2014년 6월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 당시 하체 마비 환자에게 웨어러블 외골격 로봇을 입혀 월드컵 시작을 알리는 시축행사를 하는 데 성공했다. 

 

만약 이런 기술이 더욱 발전해 뇌 전체의 신호를 온 몸에 고루 보내고, 몸에서 오는 각종 신호를 뇌가 다시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다면 실제로 온몸이 기계이고 뇌만 생체조직이라고 해도 정상적으로 동작할 여지가 생긴다.

 

현재 이 기술을 실용화하는데 최대 걸림돌은 두 가지인데, 한 가지는 신경신호를 뇌의 손상없이 모두 가로챌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뇌파란 뇌활동의 부산물로 나오는 것이다. 이 신호를 복원해도 본래 뇌의 활동전부를 흉내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뇌의 모든 신경에서 나오는 신호를 직접 모두 가로채면 가능하겠지만, 그 경우 대단히도 복잡한 뇌 수술이 필수적일 테니 뇌의 손상도 피할 수 없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로봇 팔이나 다리, 몸통이 느낀 감각을 신경계로 되돌려 보내는 기술이다. 이런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실용화를 점치기 조차 어렵다. 공각기동대 속 ‘전뇌화’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손색없어 보인다. 1980년대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학적으로 대단히 많은 검증을 거친 수작으로 평가된다. 

 

 

이미지 확대하기네이버 영화 제공
네이버 영화 제공

 

●광학미채 기술 현실에 가능할까

 

뇌 기계연결 기술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공각기동대를 보며 가장 인상깊은 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광학미채’ 기술을 잠시 짚어보자. 킬리언 소령의 최대 특기는 위장술. 어디서나 자신의 모습을 감출 수 있는 미채복(일본어로 迷彩는 ‘위장’이라는 뜻)을 입고, 사실상 투명인간 상태로 적에게 은밀하게 접근할 수 있다. 빛을 이용한 미채기술이니 ‘광학미채’라고 부르며, 그런 기능을 하는 옷을 광학미채복이라고 부른다. 일부에선 ‘투명망토’ 기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투명망토를 현실에 완성하는 방법도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로 ‘메타물질’ 방식이다. 빛의 파장보다 더 작은 표면구조를 가진 물질을 이용하면, 빛이 물질에 닿았을 때 반사되지 않고 흡수되거나 다른 방향으로 휘어나가도록 만들 수 있다. 이 원리는 전파나 소리에 적용할 수도 있어서 스텔스 전투기나 잠수함 등을 만들 때 이미 일부 쓰이고 있다. 광학분야는 좀 더 까다로운데, 빛을 완전히 흡수하면 주변에서 볼 때 검은색으로 보일테니 도리어 눈에 더 잘 보일 수 있다. 미채복을 입은 사람의 뒤쪽 배경을 모두 파악하고, 그 주변의 빛의 거의 대부분을 굴절시켜 보는 사람의 눈동자를 향해 정확하게 보내주어야 한다. 빛을 이 정도 수준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건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이미지 확대하기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공동 개발한 음향양자결정 메타물질. 구리를 규칙적으로 배열한 형태다. 음파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투과시킬 수 있어 스텔스 잠수함 등에 활용 가치가 높다.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공동 개발한 음향양자결정 메타물질. 구리를 규칙적으로 배열한 형태다. 음파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투과시킬 수 있어 스텔스 잠수함 등에 활용 가치가 높다.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두 번째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디스플레이란 인위적으로 빛을 만들어 사람의 눈에 보여주는 장치다. 초소형 카메라 등을 이용해 주변의 빛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투명망토의 표면에 붙여 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수없이 많은 디스플레이 조각들을 이용해 배경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무늬와 색상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눈으로 형태를 잘 구별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이 기술 역시 바라보는 사람의 시점과 주위의 빛을 완벽하게 파악해야 하므로 절대 쉽지 않다. 

 

다만 실용성은 디스플레이 방식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완전한 투명 위장복까지는 이르지는 못해도 관련 기술을 일부 응용하는 것 만으로 다양한 쓰임새가 있다. 군복이라면 작전지역에 따라 색깔과 무늬를 바꾸는 등 다양한 적용이 가능하다. 이 정도라면 현재 기술로도 실용화 가능성이 크다.

 

공각기동대는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라는 철학적 질문부터, 근 미래에 펼쳐질 다양한 세계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 그리고 사이보그 기술의 명암(明暗)도 또렷이 그리고 있어 보는 이가 많은 점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미래의 모습이 반드시 암울하리라 여기는 시각은 옳지 못하겠지만, 그 명암을 짚어보는 것은 분명 과학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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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영화 제공

*이미지 출처 : imd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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