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비상]2015년엔 ‘초동 대비 실패’가 피해 키워...밀접 접촉자 관리 만전

2018.09.09 14:14

2015년 메르스 유행 사태는 국내 공중보건 역사에서 가장 심각했던 위기 중 하나로 꼽힌다. 2015년 5월 20일 국내에서 첫 환자가 나타나, 그 해 12월 23일 정부가 유행 종료를 선언할 때까지 총 186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38명이 사망했다. 민관이 힘을 모아 217일 만에 유행 사태를 종식시켰지만, 초반 약 20일 동안에는 이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준비가 거의 없고 전문 인력마저 부족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이 거의 시행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당시 취약점을 점검해 새롭게 발발할지 모를 대유행(팬데믹)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
메르스 바이러스

●초기 대응 가장 큰 취약점은 감염 위험군 관리 실패

 

2016년 7월 발표된 ‘2015 메르스 백서’에 따르면, 초기 단계에서 감염 확산을 방치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초기 역학조사 단계에서 감염 가능성이 높은 ‘밀접 접촉자’의 기준이 느슨했던 점이 꼽힌다. 감염 위험군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해 격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첫 감염자는 중동지역 방문 뒤 귀국 일주일 뒤부터 몸살과 발열을 겪었다. 의원 진료를 여러 차례 거쳤지만 증세가 줄지 않아 평택성모병원에 3일간 입원했다 고열과 호흡곤란 증상까지 더해져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메르스 감염 판정을 받은 것은 이후 이틀 뒤였다.

 

이미 여러 날에 걸쳐 여러 병원을 전전해 감염 의심 환자가 많았음에도, 당시 밀접 접촉자를 판정하는 기준이 낮아 많은 감염 위험군 환자를 초기에 격리하지 못했다. 당시의 밀접 접촉자 기준은 ‘확진 환자나 의심 환자와 ‘신체접촉’이 있었던 사람’과 ‘증상(38도 이상의 고열)이 있는 환자와 2m 이내 공간에 1시간 이상 머문 사람’ 두 가지였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 기준에 따라 밀접 접촉자를 격리하고, 병원에서도 첫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와 의료진만 격리했다. 하지만 다른 병실에서 머문 사람에게서도 확진 환자가 발생하거나, 기준보다 낮은 고열 환자가 등장하는 등 감염 증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감염 의심 환자를 많이 놓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초기 격리 실패는 5월 말 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발생한 2차유행 때도 똑같이 일어났다.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은 14번째 확진 환자가 응급실 내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며 수십 명의 2차감염자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병원과 보건당국은 밀접 접촉자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해 감염 위험군 환자 다수를 관리 하에 두지 못했고, 피해를 키웠다.

 

2015년 당시 메르스 바이러스의 항공을 통한 확산을 나타낸 그림.
2015년 당시 메르스 바이러스의 항공을 통한 확산을 나타낸 그림.

●대비 부족했던 병원과 미흡했던 사전 연구 관리

 

의학, 과학 분야에서 사전 대비가 불충분했던 점도 사태를 키웠다. 발발 4주가 지난 6월 13일에는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의 중간 평가에서 “의료진과 기관이 메르스에 익숙하지 않아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점과 함께 “응급실의 지난친 혼잡과 여러 명이 이용하는 다인병실이 병원 내 감염 확산의 주요인”이라고 발표했다. 감염 유행을 막아야 할 병원이 오히려 감염의 핵심 통로가 된 것이다. 

 

2차 유행의 발단이 된 14번째 환자의 경우, 2015년 5월 27~29일 3일 동안 환자가 응급실에 머물며 진료구역과 방사선 촬영실, 화장실 등에서 수많은 사람가 광범위하게 접촉했다. ‘메르스 대응 민간역학조사지원단 운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사태는 “메르스는 환자간 접촉이 아니라 짧은 접촉이나 간접접촉 만으로도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였으나, 발발 초기에는 보건 당국이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초기에는 진단 검사를 통한 확진도 느려 문제가 됐다. 초기에는 1일 검사 건수가 1~9건 정도로 질병관리본부에서 도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의심환자 발열 기준을 38도에서 37.5도로 낮추고 전국적으로 접촉자 발생이 늘면서 검사가 크게 늘어 시간이 지연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최초 환자 발생 열흘 만인 5월 말 선별검사 업무를 17개 지역 보건환경연구원 등의 기관으로 옮기고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에서는 확진검사만 수행해 문제를 해결했다. 

 

올해 대응을 보면 일단 3년 전의 초기 대응 시의 문제는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확진은 하루 만으로 빨랐고, 밀접 접촉자 21명은 자택 격리돼 인근 보건소로 하여금 최대 잠복기인 14일까지 집중 관리할 예정이다. 항공기 동승객 등 440명도 보건소를 통해 증세를 수시로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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