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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타인의 관심을 과도하게 바라는, 연극성의 진화

2018년 09월 09일 13:00

사람과 만남은 항상 즐겁습니다. 한 손에는 번쩍거리는 가죽 파우치를 들고, 머리에는 큼직한 선글라스를 올려놓았습니다. ‘내가 명품이다’라고 과시하는 것 같은 차림새입니다. 금색과 은색 반짝이로 치장한 휴대전화에서는 연신 메시지가 울려 댑니다. 정말 바빠서 쉴 틈도 없다는 하소연을 하지만, 표정은 밝고 유쾌합니다. 


하늘에는 늘 태양빛이 가득합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밤이 되어도 자신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는 꺼지지 않습니다. 항상 주인공입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친구들은 주인공을 빛내주는 조연이자 무대를 꾸며주는 스태프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나를 보고 웃고 즐거워하며 박수치는 관객이고요. 

 

 

 

현란한 사람들

 

관심을 갈망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지만. 어떤 사람은 그런 마음이 조금 지나쳐 보입니다. 정신이 어찔할 정도로 진한 화장을 한 사람, 눈이 번쩍 돌아가는 금색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세상의 주목을 원합니다. 원색이 선명한 고갱의 그림 같은 삶입니다. 


주변 분위기에 따라서 감정도 휙휙 바뀝니다. 유쾌한 회식 자리에서 좌중을 사로잡는 이야기꾼이 되지만, 곧이어 장례식 조문을 가서는 마치 상주라도 된 것처럼 펑펑 울기도 합니다. 정서가 풍부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공감을 쉽게 얻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오명을 얻기도 합니다. 


단 한번 만난 사람과도 마치 죽마고우라도 된 것처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떤 사람은 과도한 성적 어필을 하기도 하는데, 신체적인 매력을 이용해서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이죠. 하지만 악한 의도를 숨긴 마타하리가 아닙니다. 그런 언행이나 옷차림은 관심을 얻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란한 화술과 야한 행동이 너무 흔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순수한 언행과 정숙한 옷차림을 통해 새로운 관심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이미지 확대하기연극 무대에서는 현란한 복장을 한 배우가 과장된 말과 행동으로 연기하곤 한다. 일상 생활에서도 마치 연극을 하듯 과장된 행동과 말로 상대에게 어필하려는 성격을 연극성 성격이라고 한다. - 위키피디아 제공
연극 무대에서는 현란한 복장을 한 배우가 과장된 말과 행동으로 연기하곤 한다. 일상 생활에서도 마치 연극을 하듯 과장된 행동과 말로 상대에게 어필하려는 성격을 연극성 성격이라고 한다. - 위키피디아 제공

 

관심의 공허함

 

정신의학에서는 이러한 성격을 연극성 성격이라고 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관심에 대한 추구, 급격하고 현란한 성격, 신체적 매력의 과시, 도발적이며 부적절한 성적 행동, 과도한 감정 표현 등을 보입니다. 타인의 관심을 얻으려고 하니, 무리수를 두는 것입니다. 값싼 시선을 얻을 수는 있지만, 이내 깊이가 없다는 평을 받기 십상입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 큰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악순환의 시작입니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피암시성에 빠지기 쉽습니다. 어떤 상황에 너무 잘 몰입하기 때문에, 정신없이 자신을 잃어 버립니다. 스스로도 분별하지 못하는 ‘메소드’ 연기가 시작되는 것이죠. 부자로 만들어준다든가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사기꾼의 달콤한 말에 귀를 멀고, ‘사장님, 여사님’ 하는 소리에 눈이 멀어서 재산을 날리는 것이죠. 어설픈 최면에도 쉽게 걸리고, 뻔한 신파극에도 감정이 이입되어 펑펑 울고, 진부한 개그를 보고도 폭소를 터트립니다. 


이들은 단지 관심을 받고 싶은 ‘순수한’ 마음으로 약간은 도발적인 옷차림을 하고, 아주 매력적인 태도를 보이곤 합니다. 외모도 열심히 가꾸고, 말도 ‘예쁘게’ 잘 합니다. 그래서 흔히 ‘어장관리’를 한다고 오해받기도 하고,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고’ 비난받기도 합니다. 대개는 스스로도 자신의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사람들이 자신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곤욕을 치르는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연극성의 진화

 

인간은 수백만 년 전부터 사회적 집단을 이루고 살았습니다. 비단 짝을 찾는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타인의 관심을 유지하는 능력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면 할수록 생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 맞추어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능력은 진화를 거듭했고, 본인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죠. 우리의 삶은 관심 추구 행위로 가득합니다.  


약간의 연극성은 세상을 밝고 유쾌하게 만들어줍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성격이 도리어 이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인의 관심을 얼른 얻어내고, 가깝지 않은 사람과도 금방 즐겁게 지낼 수 있고, 주변 환경에 쉽게 동화되는 능력이죠. 과거 사회에는 촐싹거리며 경망스럽다고 했겠지만, 지금은 유연하고 외향적이며 적극적인 성격이라고 인정받기도 하죠. 


이들은 기본적으로 타인 지향적인 전략을 취합니다. 자신의 기분은 모두 다른 사람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좌우됩니다. 관심을 받으면 날아갈 듯 기쁘지만, 관심이 꺼지면 하늘이 무너진 듯 우울합니다. 적극적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전략이면서, 동시에 현재의 생태적 적소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입니다. 이들은 새로운 관계도 쉽게 추구하지만, 늘 과거의 관계에 얽매여 있습니다. 사실 이들이 맺는 관계는, 대상을 달리하면서 무한정 똑같은 형태로 반복됩니다.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은 모든 인간이 공유한 보편적 속성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페이스북은 10억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으지 못했겠죠. 다들 자신의 일상을 ‘보다 아름답고’, ‘보다 인상적으로’ 보여주려고 합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이 끝없이 향상되는 원동력입니다. 

 

이미지 확대하기연극성 성격을 가진 사람은 항상 밝고 유쾌하며, 좌중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외로움과 공허감에 시달리는 경우도 흔하다. - 위키피디아 제공
연극성 성격을 가진 사람은 항상 밝고 유쾌하며, 좌중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외로움과 공허감에 시달리는 경우도 흔하다. - 위키피디아 제공

 

보다 더 건강한 관심을 향해서

 

타인의 관심에 대한 과도한 추구는 내면을 점점 공허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유연한 사회성은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자질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성격의 시장적 가치를 뜻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내면을 살찌우는 건강한 성격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가벼운 사교성과 진정한 공감 능력은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이들은 파티에 부르고 싶은 친구는 될 수 있지만, 누구의 절친이 되는 일은 드뭅니다. 아주 중요한 삶의 경험, 즉 소수의 사람과 맺는 깊은 관계의 경험을 잘 하지 못합니다. 늘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듯 느끼게 되고, 종종 깊은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관심을 향한 내적 갈망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습니다. 타고난 성격이 잘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심의 대상을 살짝 비트는 것이라면 해볼 만 합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페이스북 친구나, ‘과 친구들’, ‘직장 동료들’이라는 ‘특정 불능’의 ‘목적 없는’ 대상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사실 ‘주변의 지인’, ‘그냥 아는 사람’이라는 애매한 집단의 관심을 무한정 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누구도 관심을 계속 주는 역할에 머무르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극성 성격을 가진 사람의 주변에는, 이들을 과도하게 깎아내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자랑은 시기와 짝을 이루기 때문이죠.   


연극 클럽이나 댄스 클럽에 가입하라고 하면 너무 진부한 해결책일까요? 그런데 의외로 효과가 있습니다. 과시적인 의상을 입고, 매력을 드러내는 연기나 춤에 빠지는 것은 ‘유치’해 보이지만, 사실 아주 멋진 일입니다. SNS에 올릴 셀카 사진을 찾아 보정하는 것보다는 훨씬 진지한 일이죠. 


만약 말로 관심을 끄는 타입이라면, 아예 제대로 펜을 잡아보십시오. 현란한 말로 주변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것보다는, 당신의 글에 진정한 관심을 보여줄 독자를 찾는 것입니다. 그 무엇이 되어도 좋습니다. 관심의 원천을 주변 사람이나 직장 동료, 아는 사람에서 벗어나, 보다 넓고 건강한 곳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제대로 연극을 하려면, 제대로 된 무대에 올라야 합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 과정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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