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노벨상 '필즈상' 천재들만의 전유물 아냐"

2018.09.06 23:10

6~7일 필즈상 해설강연 

 

비르카르 교수의 업적을 설명하는 박지훈 포스텍 수학과 교수. 박 교수는 비르카르 교수와 지도 교수도 같아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비르카르 교수의 업적을 설명하는 박지훈 포스텍 수학과 교수. 박 교수는 ''비르카르 교수와 지도 교수도 같아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비르카르 교수가 천재라서 홀로 난제를 해결한 게 아닙니다. 그 전에 많은 수학자가 노력한 덕분에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박지훈 포스텍 수학과 교수는 6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고등과학원과 카오스재단, 수학동아가 공동 개최한 ‘2018 필즈상 해설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1936년부터 수여된 필즈상은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학계에 뛰어난 업적을 낸 40세 이하 수학자 4명에게 주는 상이다. 수학자가 받을 수 있는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평가된다. 지난 8월 1일(현지시간 )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2018 세계수학자대회에서는 코체르 비르카르(40·영국)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익샤이 벤카테슈(36·호주) 스탠퍼드대 교수, 알레시오 피갈리(34·이탈리아) 취리히공대 교수, 페터 숄체(30·독일) 본대학 교수가 상을 받았다. 

 

6~7일 양일간 열리는 올해 필즈상 해설 강연 첫날인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 8월 수상 직후 필즈상 메달을 도둑맞아 화제를 모았던 쿠르드 난민 출신 비르카르 교수와  최적 운송 이론을 연구해 상을 받은 피갈리 교수의 연구 업적이 소개됐다. 
 

사회를 맡은 김민형 옥스퍼드대 수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인사말에서 "필즈상 업적을 소개하는 강연은 내용이 어려워서 다른 나라에서도 거의 열리지 않는다”면서 “올해 필즈상 수상자인 페터 숄체 교수도 박사 과정 때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 강연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숄체 교수는 몰랐던 내용도 자주 듣다보니 어느 순간 이해가 됐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며 "이번 강연이 어려워도 열심히 들으면 언제가는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에 따르면 비르카르 교수는 대수기하학 분야 난제에서 성과를 냈다. 일반적인 고차원 대수공간에는 최소한의 성질만 가지는 공간이 있고 '파노대수공간'이라고 불리는 특수한 공간이 드물게 나타난다는 점을 증명했다. 대수공간은 변수가 여러 개인 다항식의 공통 해집합인데 고차원 대수공간 전체를 실수라고 한다면 파노대수공간은 정수에 해당해서 많지는 않지만, 수학적 성질이 좋아 여러 분야에서 쓸모가 있다. 

 

박 교수는 “수학에서는 혼자의 힘만으로는 결코 뛰어난 업적을 이루지 못한다”며 비르카르 교수에 앞서 파노대수공간을 처음 만든 이탈리아 수학자 지노 파노부터 연구를 한층 심화시킨 수학자, 다양한 문제를 제시한 수학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하승열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피갈리 교수의 업적을 소개했다. 최적 운송 이론은 쉽게 설명하면 생산지에서 만든 상품을 물류창고로, 다시 판매처로 보낼 때 운송비용을 가장 적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이론이다.

 

하 교수는 “비용을 최소로 하는 운송 계획법을 찾으려면 ‘몽쥬-앙페르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데, 피갈리 교수가 원하는 답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하 교수는 “피갈리 교수는 대가들과 교류하며 꾸준히 실력을 쌓아 뛰어난 결과를 얻었다"며 "중국의 실험물리학자 사우 란 우이가 말한 것처럼 자신을 드러내면서도 다른 사람과 대화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행을 맡은 김민형 교수와 두 강연자인 박지훈, 하승열 교수가 패널 토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김민형 교수와 비르카르 교수의 업적을 강연한 박지훈 교수, 피갈리 교수의 연구를 소개한 하승열 교수.

 

○ 수학, 천재들의 전유물 아니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수학 천재와 그의 선후배들’, ‘수학은 문제풀이 학문인가’라는 주제로 패널 토의가 이어졌다. 박 교수는 ‘수학은 천재들의 전유물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수학에서 천재 역할을 인정하지만, 그들의 업적은 결국 많은 학자의 헌신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르카르 교수도 대학생수학경시대회에서 60등쯤 했다”며 "비르카르 교수보다 등수가 높았던 수학자가 있었지만 필즈상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학생들이 수학을 문제풀이 학문으로 이해하고 있는 풍토를 지적했다. 그는 “높은 산을 보고 곧장 올라가는 사람도 있지만, 먼저 길을 닦는 사람도 있다”며 “전자가 문제를 푸는 거라면, 후자는 이론을 개발하는 수학자”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또 “문제를 푸는 것보다 새로운 수학적 구조나 이론을 찾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7일에는 김완수 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원과 임선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가 페터 숄체 교수와 익샤이 벤카테슈 교수의 업적을 소개한다.  수학동아 취재진의 브라질 세계수학자대회 참가 후기도 소개된다. 강연은 저녁 7시 30분부터 네이버TV에서 생중계 되며 다시 보기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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