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어설픈 과기계 캠코더 인사 의혹 제기

2018.09.05 11:22

바른미래당 과기계 공공기관 친文 인사 지적 곳곳 허점…기관장 임기 못채운 기관 정작 빠지고, 당연직·전정부 선출 사례 뽑아 

 

바른미래당이 지난 4일 ‘공공기관 친문 백서: 문재인 정부 낙하산·캠코더 인사현황’을 발표한 것을 두고 과학계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국회 상임위원회별 소속 및 산하 공공기관의 기관장을 비롯한 상임·비상임 이사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소개하며 문재인 정부의 부적절한 인사를 지적했다. 캠코더 인사는 ‘캠프 인사’ ‘코드 인사’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를 통칭하는 말이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9.4 - 뉴시스 제공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9.4 뉴시스 제공

자료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에 임명된 1651명 중 기관장 94명을 포함한 총 365명(22.1%)이 캠코더 인사라고 주장했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산하 9개 기관, 10개 직위를 비롯해 그 밖의 상임위 산하 6개 기관, 6개 직위 등 총 16개 직위에 캠코더 인사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는 문재인 선거대책위원회 과학기술특보를 지냈던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과 노무현 정부 과학기술부 장관 정책자문관을 지낸 조황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 선임 전부터 노조의 반발과 국민청원 등의 논란을 일으킨 탈핵 운동가 출신의 서토덕 한국원자력연구원 상임감사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잘못된 사실을 근거로 제시하거나 당연직인 직위에 대해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하는 등 사실과 맞지 않은 내용이 일부 포함되면서 자료의 신빙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무리하게 여론몰이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전 정부서 선출된 과총회장이 캠코더 인사?…오전에 올린 내용 오후에 삭제

 

이날 오전 바른미래당이 처음 내놓은 자료 및 보도자료에는 캠코더 인사 명단에 김대중 정부 환경부 장관, 17대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등을 지낸 김명자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지난해 2월 회장직에 선출됐다. 게다가 지난해 12월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과학계 블랙리스트’의 피해 당사자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과방위 간사인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오전에 언론을 통해 보도된 기사를 보고 자료에 (김명자 회장과 관련해) 잘못된 내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즉시 당에 알리고 정정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서 김 회장과 관련한 내용을 삭제한 뒤 다시 수정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날 오전에 바른미래당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던 연합뉴스와 조선닷컴, 경인일보 등은 오후에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SBS뉴스는 자료 수정 뒤인 오후 3시께 관련 보도를 했지만 바른미래당이 지목한 캠코더 인사 중 한 명으로 김 회장을 꼽으며 “김명자 전 의원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고 보도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 자동으로 맡는 당연직까지 낙하산 인사로 지적

 

이날 발표된 자료에는 특정 직책을 맡을 경우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갖게 되는 당연직까지 캠코더 인사로 지목된 경우도 있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은 통상적으로 신에너지산업 육성기관인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의 비상임 이사를 맡도록 돼 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은 임춘택 에기평 원장(광주과학기술원 융합기술원 교수)이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국민성장분과위원을 맡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사업단 비상임 이사에 선임됐다고 주장했다. 임 원장은 “해당 직은 금전적 이익이 주어지는 직도 아니고 무엇보다 이사회 구성을 위한 당연직이다. (바른미래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연구개발과 과장이 자동으로 맡게 되는 한국원자력연료주식회사 비상임 이사직도 캠코더 인사로 지목됐다. 바른미래당은 이미 지난달 과장급 연수를 위해 과장직을 떠난 이창선 전 원자력연구개발과장을 현 과장이라고 하면서 캠코더 인사라고 주장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현재는 원자력연구개발과장이 공석이기 때문에 과장의 당연직인 해당 비상임 이사직도 공석”이라고 말했다. 또 이 전 과장이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비서관실에 있었다는 이유로 캠코더 인사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전 과장은 현 정부가 아닌 박근혜 정부 말기에 대통령비서실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역시 사실과 다른 주장이다.

 

반면 정권 교체 이후 줄줄이 기관장이 사퇴해 표적감사 논란을 빚은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한국연구재단,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등은 이번 캠코더 인사 의혹에서 비껴갔다. 이에 대해 신용현 의원은 “전수 조사이긴 하지만 모든 의원이 참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헐거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식 인사는 심해도 너무 심하다. 과기부 소속 및 산하 기관들도 직간접적으로 인사에 큰 영향을 받아 왔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이 4일 공개한 ‘공공기관 친문 백서: 문재인 정부 낙하산·캠코더 인사현황’ 중 과학기술 분야에서 부적절 인사 의혹을 받은 기관별 직위에 대한 바른미래당 측의 주장 근거와 팩트 체크. - 자료: 바른미래당
바른미래당이 4일 공개한 ‘공공기관 친문 백서: 문재인 정부 낙하산·캠코더 인사현황’ 중 과학기술 분야에서 부적절 인사 의혹을 받은 기관별 직위에 대한 바른미래당 측의 주장 근거와 팩트 체크. - 자료: 바른미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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