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과학 지식을 접하는
가장 똑똑한 방법!

[全기자의 영화 속 로봇] 완벽한 ‘안드로이드’에 대한 고민… ‘엑스마키나’

2018년 08월 10일 11:41

뻔한 이야기를 잠시 해 보자. 로봇도 종류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구분방식은 매우 여러 가지다. 흔히 쓰는 것은 용도별로 구분하는 경우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거나, 생산에 필요한 각종 자재를 옮겨 나르는 ‘산업용 로봇’, 인간 생활을 돕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하는 ‘서비스 로봇’으로 나눈다. 가지고 노는 게 목적인 완구용 로봇도 있다. 집안 곳곳을 다니며 면지를 흡입하는 ‘청소 로봇’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공항 등에서 길을 안내해 주는 ‘안내 로봇’도 있다.

 

로봇이 가진 ‘운동 기능’에 맞춰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많다. 안내를 하거나 물건을 가져다 나르면 ‘이동형 로봇’으로, 사람이나 동물처럼 걸어 다니면 ‘보행 로봇’으로 부르는 식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면 비행 로봇이라고 부른다. 팔이 달려 물건을 척척 집어 나르면 ‘집게팔 로봇’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로봇의 생김새를 놓고 이름을 붙이는 일도 있는데, 네 발이 달렸으면 ‘당나귀 로봇’, 뱀처럼 기어서 움직이면 ‘뱀 로봇’이라고 부른다. 새 로봇, 곤충 로봇 등도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걷고, 두 팔을 가지고 있는 로봇은 뭐라고 부를까? 흔히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휴머노이드도 종류가 있다. 휴머노이드는 인간형 로봇을 총칭하는 말이다. 여기서 세분해 인간과 거의 똑같은 외모를 가진 로봇은 ‘안드로이드’, 겉보기엔 로봇이지만 두뇌와 신경계가 살아있어 스스로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갖고 있으면 이 경우는 ‘사이보그’로 구분한다. 로보캅이 여기에 속한다.

 

안드로이드는 수없이 많은 영화에 등장하는 형태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 AI. 여기 등장하는 주인공 꼬마 로봇은 완전한 안드로이드로 칭할 수 있다. 스타트렉이나 에일리언에도 이런 로봇이 조연급 역할을 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런 영화들은 ‘기술이 발전하면 로봇은 점점 더 사람을 닮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출발한다. 만약 안드로이드 기술의 출발점에서 반드시 해야 할 고민, 즉 어떻게 하면 다른 인간이 보기에 완전한 인간으로 보여질까, 어떻게 하면 보는 사람에게 기계라는 거부감을 주지 않을까를 고민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만 꼭 한 편의 영화만큼은 이런 고민을 철저히 고증하고 줄거리에 반영한 것으로 여겨져 흥미깊게 본 기억이 있다. 바로 2015년 개봉한 로봇 영화 ‘엑스마키나’다.

 

이미지 확대하기엑스 마키나 (Ex Machina, 2015)
엑스마키나 (Ex Machina, 2015)

 

● ‘안드로이드’에 대한 철저한 이해

 

엑스마키나의 감독은 알렉스 가랜드. 본래 각본가 출신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비치’의 원작자이며, ‘네버 렛 미 고’와 ‘저지 드레드’ 리메이크 각본을 맡기도 했다. 이 영화가 그의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IT 분야 재벌 ‘네이든’은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가 높은 직원 ‘칼렙’을 자신의 별장 겸 연구소로 초청, 직접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를 소개한다. 이 로봇과 인간의 교감 정도를 테스트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이 영화의 줄거리를 끌고 간다. 이 로봇은 자신이 여성형이며, 남성이 보기에 매력적이라는 장점을 살려 칼렙을 유혹하고, 이를 이용해 결국 자신을 가둬둔 시설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이미지 확대하기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에이바와 칼렙 - 네이버 영화 제공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에이바와 칼렙 - 네이버 영화 제공

줄거리나 연출실력과는 별개로, 영화를 보면서 내내 감탄한 것이 하나 있다. 제작진이 ‘안드로이드’가 무엇인지, 그리고 로봇의 구분과 그에 따른 기술적 특징, 장단점 등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됐다는 점이다.

 

‘인조인간’을 만들고 싶다는 과학자들의 욕심은 계속해서 휴머노이드 계열의 로봇을 연구한다. 거기서 두 팔, 두 다리의 운동 성능 강화를 주 목적으로 두면 겉모습을 가다듬는 것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기능미를 추구하게 된다. 일본의 혼다. 미국의 아틀라스, 한국의 휴보 등이 이 경우에 속한다. 

 

이미지 확대하기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아틀라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아틀라스'

반대로 완전하게 사람과 닮은 로봇을 연구하는 경우도 있다. 고무와 발포스펀지 등으로 인조피부를 만들어 붙여 주고, 피부 색도 교묘하게 칠해 사람과 거의 똑같아 보이도록 만든다. 초소형 모터를 인조피부 밑에 넣어 사람처럼 표정을 짓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이 입는 의복을 그대로 입을 수 있고, 팔과 다리도 인간과 똑같이 만든다. 

 

물론 이 경우 당연히 기능성은 떨어진다. 지금까지 겉모습을 인간처럼 꾸미는데 집중한 안드로이드형 로봇이 제대로 된 보행기능을 갖춘 경우는 보지 못했다. 여기서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달리기를 하길 바라는 건 현재 기술로 아직 어불성설이다. 지금까지 일본이나 한국 기술진 일부가 이런 로봇을 시험적으로 만든 바 있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조금만 구동해 보면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 수 있다.

 

● 꼼꼼한 과학적 고증 돋보여

 

이와 달리 영화 속 에이바의 경우는 완전히 인체와 동등한 비율의 몸체를 갖고 있다. 운동 능력도 완전해서 인간만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몸체는 대부분 기계구조가 드러나 보이지만, 그 역시 여성미를 강조히기 위해 철망 구조의 외피로 몸매를 강조했다. 더구나 몸통 안 쪽은 상당부분이 비어있으므로 상당한 경량화 효과도 있을 걸로 보였다. 특히 몸체 대부분을 기계장치가 드러나도록 만들었으면서도 얼굴과 손 등은 거의 완벽하게 인간의 형태를 하도록 배려한 것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사람이 평상시에 만나는 다른 사람은 대부분 상황에서 의복을 갖춰 입고 있다. 즉 평소에 얼굴과 손을 통해 받는 인상이 그 사람의 외모로 인해 받는 느낌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미지 확대하기벽에 걸린 인조 얼굴 샘플을 신기한 듯 만져보는 에이바 - 네이버 영화 제공
벽에 걸린 인조 얼굴 샘플을 신기한 듯 만져보는 에이바 - 네이버 영화 제공

이런 점을 생각하면 영화 제작진은 에이바의 얼굴과 손, 팔 일부는 완전히 사람처럼 꾸며 두고, 몸통은 교묘하게 로봇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연출과정에서 대단히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여겨졌다. 더구나 원한다면 인조피부를 다시 몸체 위에 붙여 인간과 완전히 흡사한 모습을 갖추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정하는 등, ‘안드로이드란 어떤 것인가’를 기술적 입장에서도 완전히 이해한 흔적이 보인다.

 

제작진은 로봇의 인공지능에 대한 부분도 고려하고 있는데, 에이바가 가진 것 같은 완전한 ‘강(强)인공지능’은 컴퓨터가 아니라, 별도의 독창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봤다. 따라서 로봇 전용으로 발전한 인공두뇌 시스템을 별도로 개발해 에이바를 만들었다며 네이든과 칼렙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다. 적어도 기자가 보기엔 이런 작은 배려가 영화의 신뢰성을 한층 높이는데 일조했다.

 

개봉 당시 엑스마키나를 보고 실망했던 관람객이 많았다고 한다. 로봇이 하늘을 나르며 적을 물리치는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혹은 기승전결이 완전하게 떨어지는 권선징악 방식의 탄탄한 드라마를 기대했다면 실망을 감추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자아를 가진 완전한 안드로이드 로봇이 등장한다면, 인간 앞에서 과연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를 심도있게, 매우 기술적으로 설득력 있게 고민했다. 적어도 이 점 하나 만큼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미지 확대하기포스터 - 네이버 영화 제공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제공

 

 

※ 편집자주. 영화와 과학기술은 서로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영화 속 미래기술이 현실의 과학기술자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고, 과학자들의 첨단 연구결과가 새로운 영화 탄생에 모티브가 되기도 하지요. 영화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는 일은 과학의 발전에도 분명 큰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이런 의미에서 가까운 미래에 가장 큰 조명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로봇기술에 대해 고정 코너를 통해 연재합니다. 수많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이 과학기술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점은 비현실적인 그저 공상(空想)의 설정인지를 짚어주는 ‘영화 속 로봇 이야기’를 월 2회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