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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결정적 순간] 태풍의 길목에서 눈으로… ‘오픈서베이’ 창업

2018년 08월 08일 17:58

"성공한 창업가들이 꼽는 결정적 순간은 언제일까?
큰 성공을 만든 순간, 뼈아픈 실패로 이어진 순간, 성장을 위한 인사이트를 얻은 순간, 간과했던 서비스의 본질을 마주한 순간까지 그들은 어떤 판단의 근거로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그 결정적 순간을 파헤친다. '스타트업 결정적 순간'이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2011년 모바일 리서치 서비스 ‘오픈서베이’를 창업, 스타트업 생태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국내 모바일 리서치 시장을 연 오픈서베이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스톤브릿지캐피털 등에서 총 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연간 1500여 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점유율은 80%에 이른다.

 

한국신용데이터는 김 대표의 두 번째 창업 회사로 2016년 4월에 설립됐다. 오프라인 상점을 위한 경영관리핀테크 솔루션 ‘캐시노트’는 2018년 7월 현재 9만여 개 매장에서 사용 중이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카카오와 신한카드, KT 등에서 총 70억 원 투자를 유치하며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와의 대화를 인터뷰 형식으로 엮어본다.

 

이미지 확대하기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태풍의 길목에서 태풍의 눈으로 뛰어들다... 오픈서베이를 창업한 결정적 순간"


“저에게 있어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오픈서베이를 시작한 바로 그 때에요. 똑같은 비즈니스를 동일한 멤버들과 함께 한다고 해도,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엄청나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오픈서베이를 통해 실감할 수 있었어요. 주요 산업에는 큰 흐름이 있고 변화의 초입에 들어가는 게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됐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운 좋게도 오픈서베이를 시작할 때가 바로 그 변화의 초입이었고 덕분에 첫 창업을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미지 확대하기오픈서베이 창업 초기인 2012년 당시 김동호 대표
오픈서베이 창업 초기인 2012년 당시 김동호 대표

 

오픈서베이 창업을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꼽았는데, 창업을 한 계기는?

- 사실 첫 창업은 반쯤은 우발적이었어요. 아이폰이 나오고 막 모바일 생태계가 생기던 2009~2010년에 병역 특례 중이었는데, 복무가 끝나면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게 목표였어요. 당시엔 창업이라는 게 솔직히 와닿는 얘기는 아니었지요. 그러다 2010년 하반기 소셜커머스 붐이 일었어요. 티켓몬스터가 혜성같이 나타나 단기간에 월 거래액 100억 원을 넘어서고 어느 순간 직원도 몇 백 명이 되는 거예요. 창업자 신현성 대표는 저와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고요. ‘이게 말이 돼’라고 이야기 하다가 어느새 ‘나도 할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변했어요. 한 마디로 세계관이 바뀐 거죠. 대체 복무가 끝난 2011년, 몇 가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친구 2명을 만나 모바일 창업을 제의했어요. 이 친구들이 동의하면서 사업을 시작했죠."

 

오픈서베이를 시작한 때가 거대한 변화의 초입이라고 했는데, 당시 상황은?
 -
 당시는 스마트폰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어요. ‘스마트폰 가입자 XXX만 명 돌파’ 이런 기사가 매달 나왔어요. 저희가 창업을 했을 때 가입자가 800만 명이었는데 한 달 후에 900만 명이 됐죠.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전 국민적으로 확산되는데 거의 10년이 넘게 걸렸는데, 스마트폰은 3~4년 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이런 빠른 변화는 살면서 경험하기 힘들거든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생태계에 밀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걸 느꼈죠."

이미지 확대하기스마트폰 가입자 1000만명 돌파를 알리는 2011년 3월 기사 - 네이버 제공
스마트폰 가입자 1000만명 돌파를 알리는 2011년 3월 기사 - 네이버 제공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던 시기 빠르게 시장에 진입했는데, 초기 사업은 순조로웠나?
 - 2011년 2월 법인을 설립했는데, 그해 여름까지는 한 마디로 갈팡질팡했어요. 그때까지 팀의 주력 서비스를 정하지 못했지요. 모바일 리서치와 중고거래 서비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지 못해 팀을 나눠 두 서비스를 모두 개발했어요. 부족한 자원을 한 곳에 집중해도 될까 말까인데 반으로 나누니 뭐하나 제대로 되지 않았죠.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신현성 티몬 대표를 만나게 됐어요. 당시 신 대표는 회사를 리빙소셜에 매각한 직후였는데, 선뜻 엔젤투자자가 돼 줬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 창업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자기가 처음 티몬을 시작한 거랑 비슷해 응원해주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때 신 대표가 한 말이 “모바일 리서치와 중고거래 중에 뭐가 잘 될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둘 다 하면 안 될 거 같아요”였어요. 내부적으로도 2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무리라고 느끼던 터라 그제서야 오픈서베이에 집중하는 걸로 결정했어요. 그 결정을 하면서도 내부에서는 중고거래 서비스를 ‘포기한다’는 말 대신 ‘잠시 중단한다’고 얘기했어요.(웃음)

 

왜 모바일 리서치 서비스였는지, 어떤 시장 가능성을 본 건가?
 - 이 시장은 반드시 온다고 믿었어요.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온라인 리서치 시장이 열렸죠. 인터넷 대중화 전에는 전화, 그전에는 대면이나 우편이 수단이었잖아요. 전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쓰는 세상이니 모바일로 수단이 이동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잖아요. 아직 모바일 리서치 시장에 진입한 기업이 전무하다는 것도 큰 기회였고요. 당시 고민은 시장에 기회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이 기회를 내가 잡을 수 있을까’였어요. 리서치 업계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넉넉한 자본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래도 시장에 안착한 건 결국 ‘빨리’ 시장에 들어갔기 때문이에요. 6개월만 늦었어도 시장 판도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픈서베이가 성장한 계기는?
- 오픈서베이 앱이 나온 게 2011년 12월이에요. 처음에는 반응이 전혀 없었어요. 저희의 강점은 빠르고 저렴하다는 건데, 이 점이 잘 부각되지 않았어요. 사실 의뢰사 입장에서는 몇 천만 원이라는 큰돈을 주고 리서치를 하는 건데 싸다고 신뢰도 없는 신생 업체를 쓸 수는 없는 거였어요. 그러다 2012년 2월 SBS 의뢰로 오픈서베이 리서치 결과가 공중파 뉴스에 나가게 됐어요. 방송 뉴스 특성상 이슈가 발생한 날 빠르게 설문을 완료하고 그 결과를 리포트에 반영해야 하는데, 기존 업체들로는 이런 빠른 진행이 불가능했어요. SBS에서 어떻게 오픈서베이 얘기를 듣고 혹시나 해서 맡겨봤는데 저희가 이 설문을 잘 수행한 거죠. 이걸 계기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고 이후로는 조금씩 의뢰가 늘면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요.

 

이미지 확대하기오픈서베이가 참여한 SBS 뉴스 설문 - SBS뉴스 제공
오픈서베이가 참여한 SBS 뉴스 설문 - SBS뉴스 제공

시장 초기에 진입한 것은 어떤 강점으로 돌아왔는지.

- 오픈서베이가 자리를 잡자 곧 카피캣(복제서비스)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저희 약관을 그대로 베껴 쓴 업체가 나올 정도였죠. 결과적으로 후발주자들은 투자유치가 되지 않았어요. 이미 오픈서베이가 유력 벤처캐피털(VC)에서 투자를 받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업체에 투자할 이유가 없었던 거죠. 모바일 리서치 시장 규모가 소셜커머스처럼 여러 기업이 경쟁할 만큼 크지도 않고, 이미 오픈서베이에 투자한 VC들이 오픈서베이를 밀어주고 있는데 신규 서비스를 키우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이었죠. 신규 업체에 투자하느니 오픈서베이 추가 펀딩에 들어가는 게 더 낫다는 게 당시 VC 업계 중론이었어요. 이렇게 후발주자들의 자본조달이 막히면서 저희와 격차는 더 벌어졌고, 결과적으로 오픈서베이는 큰 경쟁자 없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어요. 만약 시장에 늦게 진입했다면 운명이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자본력 있는 기존 리서치 기업들은 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응했나. 
- 기존 리서치 회사들은 한동안 모바일 리서치에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이들은 대표성이 낮고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모바일 리서치를 무시했죠. 한 마디로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조사를 수행하기에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충분하지 않다는 말이었어요. 그러다 오픈서베이가 시장에 나온 지 2년 후에야 기존 리서치 업체들도 모바일 리서치에 대응하기를 시작했어요. 그 사이 전 국민이 스마트폰 사용자가 됐고, 특히 20~50대에선 대표성에 문제가 없을 정도가 된 거죠. 결국 시간의 문제였고 뒤늦게 들어온 기존 업체들은 모바일 리서치 프로젝트 수행 경험에서 오픈서베이와 엄청난 격차가 있었어요. 이미 한발 늦은 거였죠.

 

이미지 확대하기2014년 10월 오픈서베이가 주최한 클라이언트데이에서 발표 중인 김동호 대표 - 오픈서베이 제공
2014년 10월 오픈서베이가 주최한 클라이언트데이에서 발표 중인 김동호 대표 - 오픈서베이 제공

이들이 시장에 진입했을 때 위기는 없었나요.
 - 기존 업체들이 시장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크게 긴장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오히려 시장이 더 커질 기회라고 여겼어요. 그동안 모바일 리서치의 신뢰성을 부정하던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시장을 바라보던 일부의 의구심이 해소되는 효과가 있었으니까요. 저희가 내세운 오픈서베이 강점이 ‘빠르다’라는 건데, 이건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빨리 조사를 끝낸다는 뜻이 아니에요. 설문 결과를 정확하게 분석해 유효한 결과를 도출하고, 고객사에게 정리된 리포트를 제공하는 뒷단까지 빠르게 이뤄진다는 뜻이에요. 이 정도를 하려면 축적된 기술력이 필요해요. 그동안 오픈서베이가 쌓은 핵심 역량이 개발력이었다면, 기존 업체들의 역량은 영업력이었거든요. 기존 업체들이 설문 수단을 e메일이나 앱으로 바꾼다고 해도, 당장 분석 과정이 자동화되기는 어려운 거죠. 이런 기술력의 차이 덕분에 기존 업체들 진입에도 큰 위기 없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어요.

 

이미지 확대하기오픈서베이의 설문 결과 리포트
오픈서베이의 설문 결과 리포트

오픈서베이를 떠나 다시 한국신용데이터를 창업한 이유는.
 - 2016년 1월, 오픈서베이의 주주 및 비상근 이사로 남기로 하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어요. 오픈서베이를 창업하고 5년간 앞만 보고 달린 터라 한동안은 휴식이 필요했어요. 충분히 쉰 후에 관심 분야를 좁혀 새롭게 창업할 계획이었죠.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어요. 오픈서베이 대표를 그만둔 지 3달 만인 2016년 4월 한국신용데이터를 설립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미지 확대하기한국신용데이터의 업무 모습
한국신용데이터의 업무 모습

Q. 바로 한국신용데이터를 창업한 까닭은?
- 2015년 말부터 국내에 개인 간 거래(P2P) 금융회사가 다수 등장했어요. 2014년 미국의 대표적 P2P 대출업체 ‘렌딩클럽’ 의 상장해 성공을 거두자, 국내에도 P2P 금융기업 열풍이 일어난 거죠. 마치 그루폰이 상장에 성공한 뒤 국내에 소셜커머스 바람이 분 것처럼 말이에요. P2P를 필두로 한 핀테크 기업이 등장하면서 국내 금융산업도 변화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스마트폰의 등장이 산업 전반 구조를 크게 흔들었는데, 금융은 가장 보수적인 산업이라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웠거든요. 금융산업에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생각이 들자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될 거 같았어요. 스마트폰 보급 초기에 시장에 진입해 성공을 만든 오픈서베이처럼, 금융산업에서 변화를 체감한 2016년 봄에 바로 시작해야 늦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러다 보니 3달도 채 쉬지 못하고 바로 두 번째 창업에 나섰어요..

 

이미지 확대하기2014년 상장에 성공한 미국의 P2P 대출업체 렌딩클럽
2014년 상장에 성공한 미국의 P2P 대출업체 렌딩클럽

- ‘모바일 금융 혁신’을 이야기 하는 입장인데, ‘캐시노트’는 도리어 오프라인 사업자가 대상인 까닭.

 - 그동안 소비자 대상 금융 서비스는 어느 정도 혁신이 있었지만 사업자 대상 영역은 큰 발전이 없었어요. 중소사업자는 스마트폰 이후 정보기술 발전의 혜택을 그다지 받지 못한 셈이죠. 한 가지 예를 들면 중소사업자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서로 다른 기관 웹사이트에서 출력 후 제출해야 하는 종이서류가 8장이나 필요해요. 심지어 그 종이서류를 은행에 내면, 행원이 종이에 있는 숫자를 다시 시스템에 손으로 입력해야 하고요. 개인은 주민등록증만 가져가면 신용조회와 정보 조회가 한 번에 끝나는데 말이죠. 

  뿐만 아니라, 카드 결제가 보편화된 국내시장 특성상 중소사업자 대부분이 오늘 얼마를 벌었는지는 아는데, 이 돈이 언제 얼마나 정산돼 들어올지는 잘 몰라요. 8개가 넘는 카드사마다 정산 주기와 수수료가 다 다르고 정산 과정에서 전표 매입 혹은 입금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사장님 입장에서는 오늘, 내일, 모레 얼마나 돈이 들어오는지 알아야 현금흐름을 계획할 수 있는데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려면 번거로웠던 거죠. 이런 불편함은 사업자의 거래 정보가 충분히 전자화되어있지 않고, 또 연결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한국신용데이터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중소사업자의 거래 정보를 전자화된 형태로 수집해, 개별 사업자에게 분석된 정보를 제공한다면 수요가 적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이미지 확대하기한국신용데이터 홈페이지 메인 화면
한국신용데이터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캐시 노트는 중소사업자에게 어떤 정보를 주는가.
- 캐시노트는 카카오톡 기반의 경영관리 서비스예요. 카카오톡에서 플러스친구를 맺으면 서비스를 바로 이용할 수 있어요. 중소사업자에게 매일 아침 카카오톡으로 등록된 사업장의 매출 분석 리포트를 제공해요. 전일 총매출과 재방문 고객 비중, 개별 카드사가 오늘 입금할 금액, 내일과 모레 정산 받을 카드대금, 새로 발행된 세금계산서 내역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주죠. 여기에 온라인상에 기록된 모든 매장 리뷰를 모아 제공합니다. 매출 관리와 단골 분석, 입소문 리뷰 관리까지 가능한 거죠. 올 하반기에는 분석을 넘어, 가게 매출을 직접 신장시킬 수 있는 마케팅 기능까지 더해질 예정입니다. 캐시노트의 가장 큰 특장점 중 하나는 별도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으로 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거예요. 중소사업자 상당수가 중장년층이고, 이분들은 상대적으로 모바일 서비스가 익숙하지 않거든요. 이런 분들도 카카오톡은 이미 잘 사용하고 있어서 캐시노트도 큰 어려움이 없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캐시노트 가입자 절반 가까이가 40대 이상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골고루 쓰이고 있습니다." 

 

이미지 확대하기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서비스 되는 캐시노트 - 캐시노트 제공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서비스 되는 캐시노트 - 캐시노트 제공

캐시노트의 지금까지의 성과를 간단히 소개해본다면.
- 현재 캐시노트를 사용하는 중소사업장이 10만 개를 넘었어요. 올해 말에는 15만~20만 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대적으로 서비스 기간이 긴 배달 앱의 실계약 매장이 5~6만여 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셈이죠. 캐시노트는 별도 과금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기본 서비스와 월정액 형태의 고급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일단 고급형 서비스에 가입하면 99%가 해지없이 계속 이용하고 있어요. 한두 달 써보고 해지하는 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이 캐시노트가 주는 서비스 효용에 만족한다는 뜻이죠.

 

이미지 확대하기기본형과 고급형으로 제공되는 캐시노트 서비스 - 한국신용데이터 제공
기본형과 고급형으로 제공되는 캐시노트 서비스 - 한국신용데이터 제공

캐시 노트를 쓰는 중소사업자가 정말 많은데 어떻게 사용자를 모은 것인지. 영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처음 서비스를 기획할 때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돌아다녔는데 사장님 뵙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바쁠 때 가면 장사 방해돼서 안 되고, 안 바쁜 시간은 매장마다 다 달라서 맞추기 힘들고.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는 사장님은 정말 몇 분 안 되더라고요. 이런 식의 영업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오프라인 영업은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어요. 대신 서비스 만족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면 입소문과 비대면 마케팅만으로도 고객을 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디지털마케팅을 효과율적으로 운영하고 사장님들이 캐시노트를 써보고 자발적으로 주변에 추천할 정도로 감동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실제 캐시노트의  ‘넷프로모션스코어(순추천 지수)’는 60점 내외에요. 엄청난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애플 아이폰이 70~80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캐시노트 서비스 만족도가 정말 높은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현재 캐시노트를 사용하는 사업장의 절반 이상은 주변의 추천으로 알아서 가입하신 분들이에요.

 

이미지 확대하기김동호 대표(왼쪽 첫 번째)와 한국신용데이터 팀원들
김동호 대표(왼쪽 첫 번째)와 한국신용데이터 팀원들

캐시노트가 영업조직도 없이 이런 빠른 성과를 내는 결정적 이유는?
- 변화가 시작될 때 빠르게 진입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오픈서베이 경험 덕분이에요. P2P 금융업체 등장이 금융산업 변화의 시작이었다면, 2017년 초 카카오톡의 지능형 API 오픈은 서비스 제공 방식에 있어 큰 기회였어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위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시장이 열린 건데 사실 중국에서 한발 앞서 시작된 방식이었죠. 중국 1위 메신저 위챗에는 ‘미니 프로그램’이라고 위챗 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마켓이 있어요. 위챗 사용자는 별도 앱을 다운로드하는 게 아니라 미니 프로그램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검색해 위챗 안에서 바로 사용하죠.  

위챗 총 사용시간의 20% 정도가 이 미니 프로그램에서 나올 정도예요. 카카오톡 지능형 API가 이 위챗 미니 프로그램과 같은 건데 카카오가 API를 오픈했을 때 거대한 변화가 시작됐다고 느꼈어요. 마치 오픈서베이를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요. 아직 국내에서 카카오톡 지능형 API를 활용한 서비스가 성공한 예가 없었지만 이미 위챗 미니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중국 상황을 봤을 때 머지않아 카카오톡이 그런 기회의 장이 될 거라고 직감했어요. 그렇다면 남들보다 빨리 이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한 거죠.

 

이미지 확대하기위챗 미니프로그램
위챗 미니프로그램

빠르게 카카오톡 지능형 API 활용한 서비스를 시작해서 얻은 구체적 이익은?
- 카카오와 공식적 관계를 만든 게 가장 커요. API를 공개한 카카오 입장에서는 이를 잘 활용한 성공사례가 필요했는데 초반에 캐시노트가 눈에 띄었던 거죠. 당시 카카오를 이끌던 임지훈 전 대표를 만났는데 “지능형 API를 잘 이해하고 서비스를 너무 잘 만들어서 처음엔 카카오 내부 부서에서 만든 건 줄 알았다. 이 정도면 카카오가 직접 만드는 것보다 한국신용데이터에 투자를 하는 게 더 낫겠다”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카카오에서 투자를 유치했어요. 

더 중요한 건 캐시노트가 향후 수년간, 사업자 대상 카카오톡 활용 재무회계 솔루션 분야 단독 파트너가 된 거예요. 한동안 유사 서비스가 카카오톡에 들어올 수 없게 된 거죠. 빠른 시장 진입으로 자본 유치는 물론 카카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할 수 있었어요.

이미지 확대하기카카오와 신한카드 공식 파트너로 선정된 캐시노트
카카오와 신한카드 공식 파트너로 선정된 캐시노트

IT 서비스는 선도자 효과가 큰 영역이에요. 탄산수 같은 제품은 후발주자가 얼마든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영역이지만 캐시노트 같은 서비스는 한번 쓰면 데이터가 쌓이고 또 익숙해지기 때문에 다른 서비스를 쓸 이유가 없어요. 중소사업자가 쉽게 쓸 수 있는 카카오톡 기반 서비스가 처음으로 나왔다는 점 때문에 알아서 입소문이 난거지 두 번째였다면 이런 바이럴 효과는 없었을 거예요. 이런 의미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파급력 자체가 달라요. 만약 캐시노트와 유사한 서비스가 이미 있었다면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을 겁니다."   

 

새로운 시장에 빨리 진입하려면 기회를 앞서 포착해야 하는데, 이런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그  노하우는?
- 산업마다 시간과 지역을 달리해 다른 모양과 형태로 반복되는 패턴이 있어요.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태동할 때와 2010년 전후로 모바일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의 패턴은 상당히 닮아 있어요. 앱스토어가 열리고 앱이 많지 않았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그때는 앱스토어에 추천만 되면 엄청난 성장이 보장됐죠. 중국의 위챗 미니 프로그램도 국내보다 앞서 나타난 흐름이었고요. 그래서 평소 산업의 역사와 트렌드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정보를 쌓으면서 패턴을 읽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역사를 알면 흐름이 보이고 이 흐름에 트렌드를 잘 결합하면 기회의 틈을 볼 수 있으니까요.
 

 

 

 

 

※필자소개

정재기 IT칼럼니스트. 스타트업 성장 과정과 성장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다. 결과보다는 과정, 기술보다는 아이디어, 기업보다는 사람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이야기를 풀어 가고 싶다. 성장 스토리에 인사이트를 더하는 작업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매력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정재기 IT칼럼니스트

cks2018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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