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돈벌이 학회’에 숨은 도덕적 해이 해결하려면

2018.08.06 11:54

최근 다수의 국내 연구자가 와셋(WASET) 등 허위 학술단체가 주관하는 가짜 학회에 참가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단체는 돈벌이를 목적으로 운영된다. 제출한 논문의 수준과 상관없이 발표를 승인하고, 그 대가로 적잖은 참가비를 받는다. 일부 연구자는 이런 학회에 참석한 대가로 ‘국제 학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는 실적을 얻는다. 논문 수, 학회 발표 횟수 등으로 연구자의 수준을 가늠하는 ‘양적평가’가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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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면에는 모두가 알아야 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다름 아닌 돈 문제다. 국가의 지원을 받은 연구자는 다 쓰지 못한 연구비를 되돌려줘야 한다. 일부는 ‘어차피 다시 돌려줘야 할 돈이니, 학회를 핑계로 해외여행이나 다녀오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돈을 어떻게든 써 없애려는 연구자와 그것을 받아 챙기려는 허위 학술단체 사이에 무언의 합의가 생긴다. 가짜 학회가 주로 유명 관광지에서 열리는 까닭이다. 항공료를 포함하면 1인당 수백만 원, 연구실 한 곳에서 여러 사람이 참석하면 수천만 원이 사라진다.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도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허위 학술단체 목록을 마련해 관련 행사에 참가할 경우 연구비 집행을 막는 방법, 별도의 윤리위원회를 마련해 징계규정을 명확히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는 가짜 학회 참석을 일부 막는 효과가 예상되지만, 실제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되돌려 줄 바엔 써서 없애겠다’고 마음먹은 연구자들의 편법을 모두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허위 학술단체가 안 된다면, 수준이 매우 낮은 ‘저급’ 단체로 눈을 돌려도 된다. 그 밖에 당장 불필요한 고가의 연구장비를 미리 사 놓는 등 조금만 고민하면 비용을 써서 없앨 방법은 수없이 생각해 낼 수 있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한 곳에 있을 수 있는데, 쓰고 남은 연구비를 되돌려 받지 않으면 된다. 연구자에게 그 돈을 인센티브로 주자는 말이 아니다. 연구팀이 후속 연구나 또 다른 새로운 연구를 할 때, 남은 연구비를 우선적으로 쓸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뜻이다. 비용을 아끼는 것은 물론이고 버려지는 연구비가 다시 연구개발에 들어가게 되니 지식의 발전에도 긍정적이다. 이 제도 아래에서 ‘가짜 학회를 가자’고 제안하는 연구자는 동료들에게 칭찬을 듣게 될까, 아니면 호된 질책을 받게 될까.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연구비를 허투루 사용한 연구자들은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잘못한 연구자에게 벌을 주는 것에 앞서 ‘올바른 연구자를 우대하자’는 생각은 반드시 우선해야 한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언제나 정도(正導)에 숨어 있다.

 

전승민 기자
전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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