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만의 환생, 프랑켄슈타인...당신의 머리카락을 쓸어주고파

2018.08.02 11:50

※편집자주.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올해로 탄생 200주년을 맞았습니다. 과학동아는 이를 기념해 ‘21세기판 프랑켄슈타인이 다시 쓰여진다면?’ 이라는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과학기술에 정통한 연구자 아내가 남편의 생명을 재창조한다는 가상의 설정은 스토리를 이끄는 하나의 장치입니다. 소설처럼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괴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댓글 이벤트 https://goo.gl/kF5tQa

 

Story#7. 2018년 7월 15일, 전자피부 부착
맙소사! 실험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그를 보고 놀랐다. 튼튼한 팔과 다리, 기능이 업그레이드 된 눈코입까지. 신이시여 이 생명체가 정말 제 남편이란 말입니까. 딱 하나, 벗겨진 피부가 마음에 걸린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도 괴물이 정말 괴물 같았던 건 피부 때문이었다. 나는 안면 이식과 전자 피부 중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했다. 그이의 건강, 생각까지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첨단 전자피부를 만들 것이다.

 

 

● 전자피부의 기능은 어디까지


피부는 과학적으로 놀라운 소재다. 인간이 개발한 가장 발전한 인공근육 소재보다 강도가 10배나 강하고, 연성도 나일론, 폴리아미드 다음으로 뛰어나다. 원래 부피의 6배까지 늘어났
다가도 멀쩡하게 회복된다(임신부의 배가 늘어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장경인 DGIST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제작한 통신 가능한 전자피부. 분석한 생체 정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송한다. - DGIST 제공
장경인 DGIST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제작한 통신 가능한 전자피부. 분석한 생체 정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송한다. - DGIST 제공

따라서 피부를 대신할 전자피부도 기본적으로는 강하고 유연해야 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공동연구팀은 이미 4년 전 구부리거나 잡아 당겨도 전기적 특성이 유지되는 촉각센서를 개발했다. 두께가 50μm (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이고 투명도가 90%인 이 센서는 얇은 비닐처럼 유연해 지름이 3mm인 막대에 감긴 상태
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최근에는 피부와 유사한 물성에 전기적 특성까지 높인 전자 피부가 나오고 있다. 한 예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팀이 올해 3월 개발한, 카멜레온처럼 0.5초 만에 색이 변하는
소자가 있다. 연구팀은 그래핀을 여러 층으로 쌓은 뒤 폴리머 계열의 전기변색물질을 올려 ‘샌드위치’처럼 소자를 만들었다. 피부색을 주변 환경과 같게 위장할 수 있는 전자피부인 셈
이다.

 

전자피부는 유연성과 신축성을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사진은 캐나다 윈저대 연구팀이 물질의 망 안에 또 다른 물질을 스며들게 하는 나노콘파인먼트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신축성 있는 고분자 반도체 필름. - University of Windsor 제공
전자피부는 유연성과 신축성을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사진은 캐나다 윈저대 연구팀이 물질의 망 안에 또 다른 물질을 스며들게 하는 나노콘파인먼트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신축성 있는 고분자 반도체 필름. - University of Windsor 제공

배터리에 대한 고민도 일부 해결됐다. 고려대 전경용 미래융합기계시스템사업단 교수와 한창수 기계공학부 교수팀은 전원 없이 작동하는 전자피부를 개발해 올해 2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전자피부에 외부 자극이 가해지면 내부의 이온이 이동하면서 신호가 전달되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는 실제로 피부가 자극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피부 감각수용체는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해 에너지를 거의 들이지 않고 감각을 정확하게 감지한다. 현재 맥박을 전원 없이 정확히측정하는 데 성공한 상태다.


한편 전자피부에 통신 기능이 탑재되기도 한다. 장경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공학전공 교수, 존 로저스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전자피부에 컴퓨터 역할을 하는 집적회로소자를 넣으면서 사이사이를 스프링 구조의 신축성 있는 전도선으로 연결했다.

 

미국 위스콘 신-매디슨대 연구팀이 개발한 무선 통신 가능한 전자피부. 회로를 3D 퍼즐처럼 끼워 맞추듯 집적해 굴곡진 피부에도 부착 가능하다. - YEI HWAN JUNG, JUHWAN LEE 제공
미국 위스콘 신-매디슨대 연구팀이 개발한 무선 통신 가능한 전자피부. 회로를 3D 퍼즐처럼 끼워 맞추듯 집적해 굴곡진 피부에도 부착 가능하다. - YEI HWAN JUNG, JUHWAN LEE 제공

이렇게 만들어진 전자피부는 생체신호를 수집해 저장, 분석한 뒤 외부 기기로 전송했다. 연구팀은 전자피부가 분석한 심박수, 호흡수 등을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송받는 실험도 마쳤다. 장 교수는 “무선통신이 가능한 전자피부를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의 원격 진료에 활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 안면 이식에 필요한 3가지 기술


1997년 개봉한 미국의 액션 스릴러 영화 ‘페이스오프’는 범죄자와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얼굴을 바꿔 이식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당시만 해도 안면 이식 수술은 영화
에서나 볼 법한 일이었다.

 

1997년 개봉한 영화 ‘페이스오프’의 포스터
1997년 개봉한 영화 ‘페이스오프’의 포스터.

그런데 2005년 프랑스에서 안면 이식 수술이 실제로 시행됐다. 개에게 얼굴을 물어 뜯겨 양쪽 뺨과 턱을 잃은 39세 여성에게 최초로 뇌사자의 안면을 이식하는 수술이었다(이 여성은 지난 2016년 수술 받은 지 11년 만에 사망했다. 병원은 그가 오랜 투병 끝에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면역거부반응 같은 수술의 부작용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미국, 스페인, 터키, 중국, 폴란드 등에서 약 30건의 안면 이식 수술이 이뤄졌다. 안면 이식은 보통 상처가 너무 심해 일반적인 얼굴 재건 수술을 할 수 없을 때 진행된다. 2015년 미국 뉴욕대 성형외과팀은 두피에서 목에 이르는 대규모의 안면 이식 수술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의료진은 2016년 12월 미국인 앤디 샌드니스의 안면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2006년 총기 자살 시도 후 코, 입, 턱을 잃었던 그는 10년 만에 새로운 얼굴을 가 졌고, 현재 새 인생을 살고 있다. - Mayo Clinic 제공
미국 메이요클리닉 의료진은 2016년 12월 미국인 앤디 샌드니스의 안면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2006년 총기 자살 시도 후 코, 입, 턱을 잃었던 그는 10년 만에 새로운 얼굴을 가 졌고, 현재 새 인생을 살고 있다. - Mayo Clinic 제공

안면 이식 수술을 위해서는 크게 3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첫째는 혈관과 신경을 현미경으로 정밀하게 봉합하는 미세봉합기술이다. 단순히 피부만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눈, 코, 입 표정을 만들어내는 수많은 근육과 신경을 붙여야 한다. 둘째는 뇌사자에게서 필요한 조직을 정확히 떼어 내 수여자에게 잘 이식되도록 신경, 혈관, 근육 등을 박리하는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면역거부반응을 잘 조절해야 한다. 이 같은 수술은 성형외과 의사가 8명 이상 붙어도 20시간 넘게 걸린다.


한국에서는 아직 한 차례도 안면 이식 수술이 시행되지 않았다. 기술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안면이 이식 대상 장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얼굴을 바꾸는 것에 대해 대중들의 심리적 거부감도 아직까지는 큰 편이다.

 

 

Story#8. 2018년 7월 16일, 머리카락 이식
그이는 늘 “모발은 남자의 자존심”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이렇게 두피가 훌러덩 벗겨진 자신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이건 단순히 피부만 이식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여러 명이 달라붙어서 두개골에서 두피로 이어지는 미세한 혈관을 모두 꿰매야 한다. 이곳에는 나와 그밖에 없으니 차라리 피부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쓰기로 했다. 쥐 실험 단계라 장담은 못하지만 성공한다면 평생 그의 자존심을 살려줄 수 있을 것이다.

 

GIB 제공
GIB 제공

● 모낭 있는 피부, 줄기세포로 만들다

 

줄기세포로 탈모를 치료하는 시대가 올까. 미국 연구팀이 올해 1월 처음으로 쥐의 내이 줄기세포를 이용해 머리카락이 자랄 수 있는 인공피부를 만들었다.

 

미국 인디애나 의대 연구팀이 쥐의 내이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3차원 피부 오가노이드. 여러 개의 세포 층을 이루고 있다미국 인디애나 의대 연구팀이 쥐의 내이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3차원 피부 오가노이드. 여러 개의 세포 층을 이루고 있다 - JIYOON LEE, KARL R. KOEHLER 제공
미국 인디애나 의대 연구팀이 쥐의 내이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3차원 피부 오가노이드. 여러 개의 세포 층을 이루고 있다미국 인디애나 의대 연구팀이 쥐의 내이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3차원 피부 오가노이드. 여러 개의 세포 층을 이루고 있다 - JIYOON LEE, KARL R. KOEHLER 제공

이지윤 미국 인디아나대 의대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 박사후연구원과 칼 쾰러 교수팀은 쥐의 내이 줄기세포를 배지에 배양해 3차원 공 모양의 피부 오가노이드를 생성했다. 생성된 피부 오가노이드에는 표피세포와 진피세포는 물론 모낭세포 까지 5~6가지의 세포가 있었다. 모낭은 털을 만드는 피부기관이다.


물론 실제 피부는 이보다 훨씬 더 다양한 20가지 이상의 세포로 구성된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털이 자라는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줄기세포로부터 피부가 형성되는 초창기에, 진피와 표피가 특정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해야만 모낭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알아낸건 큰 성과다. 줄기세포가 분화해 피부 오가노이드가 한 번 만들어진 뒤에는 다시 형태를 흩트려 발생 과정을 거치게 해도 모낭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가노이드는 이식에 사용되기 이전에 줄기세포 행동 분석, 약물 스크리닝, 질병 모델링 등에 이용될 수 있다. 사진은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이 제작한 뇌 오가노이드. 크기는 4mm로 작지만 신경관과 유사한 구조를 포함하고 있다. - Timothy O’Brien 제공
오가노이드는 이식에 사용되기 이전에 줄기세포 행동 분석, 약물 스크리닝, 질병 모델링 등에 이용될 수 있다. 사진은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이 제작한 뇌 오가노이드. 크기는 4mm로 작지만 신경관과 유사한 구조를 포함하고 있다. - Timothy O’Brien 제공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탈모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쾰러 교수는 “피부는 생체 내 미세한 환경을 잘 보여주는 모델”이라며 “동물실험을 대신해 약물을 시험하거나 피부암 등의 발생 과정을 연구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셀 리포트’ 1월 2일자에 실렸다.

 

 

*출처 : 과학동아 8월호 

*일러스트 : 황영진 

과학동아 8월호 200년만에 환생한 프랑켄슈타인 특집기사가 실려있다.

과학동아 8월호 '200년만에 환생한 프랑켄슈타인' 특집기사가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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