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미국이 슈퍼컴·양자컴 연구에 매진하는 까닭

2018.07.28 18:00

이번 호 ‘사이언스’ 표지는 지난 6월 25일 국제슈퍼컴퓨터학회(ISC)가 발표한 슈퍼컴퓨터 글로벌 톱500에서 1위를 차지한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서밋(Summit)’ 사진이 차지했다. IBM이 제작한 슈퍼컴퓨터다. 미국은 성능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슈퍼컴퓨터를 오랫동안 보유해 왔지만, 2013년 6월 ‘복병’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내리 4년 동안 최강의 컴퓨터를 선보이지 못했다. 서밋은 미국에게 5년 만에 1위 자리를 선사해 준 슈퍼컴퓨터다. 직전까지 1위였던 중국의 타이후라이트보다 약 1.5배 빠른 속도(122페타플롭)를 자랑한다.


잡지 표지에 등장한 사진답게, 소위 ‘포샵’을 많이 한 사진이다. 슈퍼컴퓨터는 거대한 기계로, 실제로 보면 복잡한 기기를 가린 껍데기가 여럿 늘어선 모습 외엔 별로 볼 게 없다. 사이언스의 표지 설명에도 ‘비법’이 잠깐 등장하지만, 조명을 특수하게 쓰지 않는 이상 멋지게 찍을 방법이 별로 없다. 기기 덩치가 크니 구도도 제한적이다. 그나마 같은 모양의 기기가 여럿 반복된다는 데 착안해 소실점과 원근법을 활용해야 보기에 시원한 구도가 나온다. 이번 표지 사진은 두 가지 아이디어를 접목해 푸른 빛을 내는 필터를 씌운 인공 조명을 쓰고, 망원렌즈를 단 카메라 조리개를 한껏 열어서 ‘쿨한’ 푸른빛이 별빛으로 멀리서 영롱하게 기기를 비추는, 미래적인 느낌의 사진을 연출했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
-사진 제공 사이언스

사이언스가 슈퍼컴퓨터를 멋지게 묘사한 사진을 표지에 쓴 까닭은 이번호 특집 주제가 ‘연산의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컴퓨터의 계산 성능을 논하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과학 분야 난제를 해결하는 데 컴퓨터가 어떻게 활약하고 있는지를 진단했다. 


대표적인 예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재료과학이다. 새로운 소재를 만드는 것은 오래된 과학이지만, 주로 실험으로 시행착오를 반복해가며 새 물질을 탐색하는 방식이 쓰여 왔다. 하지만 강력한 컴퓨터 연산력이 뒷받침해 준다면, 마치 건축물을 설계하듯 분자를 조합해 새로운 재료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머신러닝을 이용하면 효율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 방식의 장점은, 원하는 기능을 먼저 구체적으로 정한 뒤에 그 성능을 낼 재료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기존에는 반대로, 일단 새 재료를 발견 또는 개발한 뒤 추가 연구를 통해 그 특성을 알아 내고, 마지막으로 응용 방법을 찾았다. 예를 들어 모든 가정의 주방에 있는 싱크대의 재료인 스테인리스 스틸은 새로운 강철 합금을 찾던 중 우연히 발견된 금속으로, 처음에는 물러서 쓸모가 없다고 버려졌지만, 이후 녹이 슬지 않는다는 장점이 새롭게 발견돼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게 됐다.

 

충돌로 합쳐지는 중성자별 상상도. 이런 거대한 천문 이벤트는 우주에 중력파를 남긴다. - 사진 제공 ESO
충돌로 합쳐지는 중성자별 상상도. 이런 거대한 천문 이벤트는 우주에 중력파를 남긴다. - 사진 제공 ESO



천체물리학에서는 중력파 연구에 쓰일 수 있다. 중력파는 질량을 지닌 물체가 속도가 변하는 운동(가속도 운동)을 할 때 발생해 우주 시공간에 퍼지는 파장이다.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같은 거대한 천체의 충돌에서 관찰될 수 있다. 이런 천체 현상을 세세한 부분까지 광범위하게 모델링할 때는 어마어마한 연산이 필요하다. 강력한 컴퓨터가 필요한 이유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강력한 연산 능력을 확보하게 되면, 일반상대성이론은 물론이고 지금은 소수파 의견인 대안 중력 이론이나 덧차원 중력이론 등 다른 중력 이론을 탐색할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사이언스는 마지막으로 칼럼을 통해 미국 정부의 양자컴퓨터 연구 지원 정책을 소개했다. 제이콥 테일러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양자정보디렉터는 “미국 역시 아직 양자컴퓨터 연구는 기초 연구 단계지만, 빠른 시일 안에 실현될 가능성을 보고 행정부 차원에서 소위원회를 구성해 정부, 학계, 산업 분야의 협력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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