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아 8월호 해석본] 기후 난민과 인류의 이동

2018.07.25 00:00

※ 편집자주. 본 기사는 과학동아 8월호 '난민에 관한 과학적 팩트4'에 실린 영문 기사 해석본입니다.

 

역사적으로 기후는 인류 이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기후 난민의 의미는 뭘까.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연구를 시작한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이 이와 관련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기후변화 및 인류 이동 콘퍼런스’를 개최해 기후 난민 등 기후변화가 인류의 삶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기후 난민 발생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악셀 팀머만 기후물리연구단장(부산대 석좌교수)의 견해를 Q&A로 정리했다.

 

악셀 팀머만(Axel Timmemann) 기후물리연구단장 (부산대 석좌교수)-IBS제공
악셀 팀머만(Axel Timmemann) 기후물리연구단장 (부산대 석좌교수) - IBS 제공

 

Q. 기후변화는 인류의 이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나.
 

A. 온도, 강우 등 기후는 한 지역의 식물 유형을 결정한다. 식물 속 다양한 유기물의 구성 성분이 탄소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기후가 인류의 먹거리를 결정한다고 보면 된다. 식물은 동물의 먹이가 되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먹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즉, 탄소가 많이 축적된 지역은 개별 인간을 더 많이 부양할 수 있는 조건을 가졌다는 의미로, 실제로 식물이 많은 지역의 인구 밀도 역시 높다.
 

이런 기후 조건이 변할 때 식생대(vegetation zone·지구상의 식물의 분포를 몇 부분으로 나눈 것) 역시 변한다. 식생대의 변화는 인류의 이주를 유도하고, 결국 인류가 거주 가능한 지역을 바꾼다. 6만~12만 년 전, 북부 아프리카에 거주하던 호모 사피엔스가 중앙아프리카나 아라비아 반도로 이주한 것 역시 주기적인 가뭄과 녹화라는 기후변화 때문이다. 또, 약 2만 년 전 지구의 자전축의 역전이 계절의 변화를 유발했고, 이 과정에서 인류는 아주 먼 거리를 이주해 다른 정착지를 찾아가기도 했다.

 

Q. ‘기후 난민’의 정의는 무엇이며, 일반적인 난민과 어떻게 다른가.
 

A. 인류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기후변화에 몇 만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적응해왔다. 하지만 현대의 인류는 또 다른 변화에 맞닥뜨리게 됐는데, 그것이 우리의 행성을 뜨겁게 달구는 지구온난화다. 인류가 야기한 지구온난화는 자연적인 기후변화에 더해져, 변화를 가속화시킨다.
 

해안가 주변 저지대에 위치한 섬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첫 피해자가 됐다. 인도양의 몰디브 섬, 태평양의 투발루 섬 등의 지역에서는 홍수 발생 빈도가 기록적으로 증가했고, 실제로 해안가의 일부를 잃고, 농작물을 경작할 수 있는 지역이 크게 줄었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돼 더 많은 지역이 바다에 잠기게 된다면, 그들은 생활환경과 문화를 잃을 것이다. 더 심각한 경우에는 어쩌면 나라마저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살 곳을 잃은 주민들은 결국 다른 지역, 혹은 다른 국가로 이주해야 한다. 하지만 향후 발생할 잠재적인 난민과 망명자의 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인류의 이주는 자연적 기후변화, 인류가 야기한 기후변화, 경제적 문제, 정치적 문제 등 다양한 원인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수용하고, 은신처를 제공하기 위한 체계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Q.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이주는 향후 어떻게 변해갈 것으로 전망하는가.
 

A. 인류의 이주를 통제하는 요인은 많고, 그중 하나가 기후다. 기후변화는 해수면 상승 등을 유발해 21세기 말까지 수억 명의 난민을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한다.
 

일부는 자국 내 다른 지역에 정착하겠지만, 누군가는 자국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문화적 대립이나 윤리적인 문제가 수반될 것이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기후변화의 희생자를 원활하게 정착시키기 위한 국제적인 정책 역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후변화가 야기할 또 다른 문제는 식량 안보다. 지구의 온도가 1도 올라갈 때, 식량 생산율은 8~10% 떨어진다. 특히 인도, 남아프리카, 중동 지역에서는 향후 80년 사이에 식량 생산율이 무려 30~40%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는 결국 식량 가격의 급증과 경제적인 고통을 유발할 것이다. 기후변화가 결국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유발하는 초기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Q.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나.
 

A. 가장 기본적이자 중요한 노력은 ‘파리협정’의 목표를 엄중하게 지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적극적으로 감축하고, 지구의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pre-industrial) 수준인 2도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인류는 항상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장소로 이주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지금까지의 이주와는 그 양상이 다르다. 기후 난민은 스스로 자신의 거주지를 떠나기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들은 그 과정에서 심각한 괴로움, 사회적 핍박 등 많은 상처를 받았다. 이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문화 개방,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지구 전체에 고스란히 피해를 입힐 기후변화가 결국 산업화가 잘 된 소수의 국가가 유발한 재앙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소개>

악셀 팀머만 단장은 부산대학교 석좌교수로 2017년 IBS의 기후물리연구단장으로 선정됐다. 미국 지구물리학회 펠로우로서 미국하와이대 해양학과 정교수와 국제태평양센터 팀 리더로 재직했다. 독일 마부르크대에서 물리학 석사를 취득한 뒤, 함부르크대와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기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연구는 엘니뇨, 생지화학, 해수면상승, 인류의 이동에 대한 융·복합적 연구로 기후변화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폭넓은 영역에서 탁월한 업적을 내고 있다.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세계적 학술지에 발표한 우수 연구 성과, 인류의 대륙간 대이동에서 기후변화의 역할을 밝힌 공로로 유럽지구과학회의 밀랑코비치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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