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세계에는 수학이 꼭 필요해

2018.07.28 12:00

※편집자주.  미국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 시상 때 미국 싱어송라이터 캘리 클락슨은 우스꽝스럽게 커다란 귀마개를 끼고 나왔다. 그 모습에 웃던 사람들은 수상자가 호명되는 순간 깜짝 놀랐다. 고막을 찌르는 듯한 환호성에 마이크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인을 매료시킨 방탄소년단(BTS)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웰컴 투 방탄 유니버스

 

허혜정 숭실사이버대학교 방송문예창작과 교수는 “BTS는 비틀즈를 뛰어넘을 것”이라며, “BTS의 영향력은 동아시아라는 익숙한 한류의 문화지리를 이미 넘어섰고, 한류의 문화 단위가 비틀즈의 시대보다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진짜 비틀즈를 뛰어넘을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방탄소년단이 ‘케이팝 스타’가 아닌 그냥 ‘BTS’로써 세계에서 사랑받는 걸 보면 마냥 꿈만 같은 일은 아닌 듯하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세계


세계인을 홀린 방탄소년단의 비결 중 하나는 ‘BTS Universe’라는 커다란 세계관이다. 마블이 마블 유니버스를 펼쳐가는 것처럼, 방탄소년단에도 그들만의 확고한 세계가 있다. ‘화양연화 pt.1’(2015.4 발매)부터 ‘Love yourself 轉 tear’(2018.5 발매)로 이어지는 커다란 이야기 줄기가 그것이다. 같은 설정의 캐릭터로 이어지지만 주제는 조금씩 바뀌고, 앨범이 진행될 때 등장인물도 함께 움직이고 성장한다.

 

BTS 윙즈 콘셉트북에 처음 등장한 BU로고. 이후 방탄소년단 세계관과 관련된 노래나 영상물엔 BU 로고가 붙는다.
BTS 윙즈 콘셉트북에 처음 등장한 BU로고. 이후 방탄소년단 세계관과 관련된 노래나 영상물엔 BU 로고가 붙는다.

방탄 유니버스는 시간에 따라 차례대로 진행되는 세계가 아니다. 널리 흩어진 조각을 끌어 맞춰야 조금씩 앞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흘러간다. 그래서 팬들은 ‘떡밥’이 나올 때마다 머리를 싸매고 퍼즐을 맞춘다.


실제 방탄소년단 멤버의 모습을 빌린 가상의 캐릭터가 상처받고, 슬퍼하고, 웃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팬들은 단순히 음악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방탄소년단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방탄소년단 이전에도 캐릭터를 음악에 도입한 아이돌은 있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만큼 탄탄하고 특별한 세계를 구축한 가수는 흔치 않다. 그렇다면 방탄 유니버스의 어떤 점이 그토록 많은 이를 사로잡았는지 그 매력을 파헤쳐 보자.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방탄소년단. 6년 연속 왕좌를 차지했던 저스틴 비버를 꺾고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 Ajeong_JM(w) 제공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방탄소년단. 6년 연속 왕좌를 차지했던 저스틴 비버를 꺾고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 Ajeong_JM(w) 제공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에 갇힌 소년들

 

비틀즈를 뛰어넘을지도 모를 가수를 아직도 모른다면 시대에 뒤처질지도 모른다. 입문자를 위해 핵심만 정리했으니 늦기 전에 방탄 세계를 따라잡아 보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공식 유튜브 캡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공식 유튜브 캡처

방탄 유니버스는 현실에 상처받는 일곱 소년의 이야기다. ‘화양연화 pt.1’에 처음 등장한 아이들은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괴로움을 잊게 하는 친구 사이다. 서로 위로해 주고 위태로울 때 붙잡아 주는 그들이지만 영원히 자신들만의 아지트에 숨어있을 수는 없다. 세상에 내던져진 소년들은 결국 좌절하고 실패하며 모두 불행한 결말을 맞는다. 이것이 그들의 음악이 암시하는 첫 번째 시간 흐름이다.

 

그런데 끝난 줄 알았던 이야기가 다음 앨범에서 다시 시작된다. 분명 같은 아이들인데 무언가가 조금씩 바뀐다. 모습도 다르고 장소도 바뀌지만 큰 줄기는 같다. 비슷한 듯 다른 이야기가 반복된다. 이번엔 행복해지는가 싶었는데 또 슬픔이 닥친다. 어떻게 된 걸까?

 

평행우주처럼 독특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던 팬들은 다양한 추측을 내놓았다. 실제 인물은 하나고 나머지 아이들은 서로 다른 자아라든지, 불행한 미래를 바꾸기 위해 누군가 타임루프를 만들어 이들의 삶을 반복시키고 있다는 등 말이다.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정답’은 아직 없다. 그러나 이야기 조각이 점점 늘어나면서 ‘타임루프설’이 힘을 얻고 있다.

 

 

BU의 가장 중요한 열쇠, 시간여행


아이들이 불행해지는 걸 막고 함께 행복했던 시간에 머물기 위해 석진이 계속 시간을 돌리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방탄 유니버스를 해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는 시간여행이다. 누구나 한 번쯤 시간을 되돌리는 상상을 해봤을 테지만, 그게 정말 이뤄질 수 있는 일일까?

 

BU에서는 석진이 어떤 방법을 쓰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실제 세계에서 시간여행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방법은 수학이다. 2017년, 벤자민 티펫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연구원은 시간을 도넛 모양으로 만들면 우주의 시간을 휘게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SF 영화에서나 가능할 줄 알았던 시간 여행이 수학 세계의 기하학 구조 안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가령, 시간을 축으로 움직이는 두 인물이 있다고 하자. 이때 A는 도넛 모양으로 휜 버블 시간 속에 있고 B는 직선의 시간 속에 있다. 처음 시작이 같은 0시라면 3시, 6시까지는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9시가 되면 휘어진 시공간에 있는 A는 3시의 B와 같은 위치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 A는 B의 과거와 만나고, B는 미래의 A를 보게 된다. 시간이 더 흘러 12시가 되면, A는 처음 0시의 위치에 있게 되고, B의 눈에는 A가 12시간을 거슬러 시간여행을 한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으로 다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바다. 차원이 반복될 때마다 이 바다가 등장한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공식 유튜브 캡처
마지막으로 다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바다. 차원이 반복될 때마다 이 바다가 등장한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공식 유튜브 캡처

수학은 물질의 제약을 받지 않으므로 시간이라는 차원을 얼마든지 구부릴 수 있다. 현실 세계에는 아직 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재료가 없을 뿐이다. 그러니 석진의 바람을 이루려면 방탄 세계에는 수학이 꼭 필요하다. 방탄소년단과 수학의 만남도 ‘우주의 섭리, 종교의 율법’인가 보다.

 

도넛 모양으로 휜 버블 시간 속 A. 직선 시간 속 B. B에겐 두 가지 버전의 A가 합쳐지는 걸로 보인다. - 수학동아 2018년 7호(=이미지 GIB) 제공
도넛 모양으로 휜 버블 시간 속 A. 직선 시간 속 B. B에겐 두 가지 버전의 A가 합쳐지는 걸로 보인다. - 수학동아 2018년 7호(=이미지 GIB) 제공

 

방탄소년단의 내일, 예측불가


방탄 유니버스의 진짜 매력은 그들이 만들어낸 우주가 단순한 가상 세계에 그치지 않는 데 있다. 방탄소년단은 큰 이야기를 만들어 팬의 몰입도를 높인 뒤 자신들의 실제 감정을 노래한다. 등장인물은 가상의 존재라도 청춘이 느끼는 불안은 진짜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똑같이 겪을 수 있는 일이며, 동세대의 많은 이가 공유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가짜 세상에 상처 입은 가상의 인물과, 자신을 감추고 가면을 써야 하는 연예인으로서의 방탄소년단의 이야기, 때로는 실제 멤버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음악과 함께 어우러질 때, 방탄 유니버스는 섬세하게 구성된 소설이자 현실을 잘 반영한 특별한 판타지 세계가 된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출시된 앨범 ‘Fake Love’에서 소년들은 현실 세계의 허상과 자신이 꿈꾸는 행복과의 괴리를 노래했다. 그들이 원하는 진짜 세계는 무엇일까? 가짜가 아닌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방탄소년단의 질문도 ‘Love Yourself’ 시리즈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궁금하다면 다음 앨범 ‘結’에 주목하자. ‘영원히 소년이고 싶다던 아이들은 거짓 가면을 찢고 진실과 행복이 존재하는 미래로 갈 수 있을까?

 

 

방탄소년단은 수를 좋아해


방탄소년단 노랫말에는 수가 자주 등장한다. 허 교수는 “BTS가 사용하는 ‘수’는 단지 수학 계산을 위한 숫자가 아니라 자신의 우주를 표현하기 위한 암호이자 철학의 언어라고 봐야 한다”며 “BTS의 음악에 등장하는 수는 수비학적으로도 분석해볼 만한 메시지를 감추고 있다”고 전했다. (*수비학: 수와 인간, 문화, 사물 사이의 연관성을 공부하는 학문. 우주 만물을 수로 표현하려 노력했던 피타고라스를 수비학의 아버지라 부른다.)


DNA : ‘우리 만남은 수학의 공식’이란 가사가 나온다. 서로 만난 것이 수학의 공식처럼 당연한 운명이란 노래.
24/7=heaven : 하루 24시간 좋아하는 사람만 생각하고 그게 곧 천국이라는 노래.
Whalien52 :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 52Hz 고래를 자신에 빗대어 부른 노래.
134340 : 명왕성의 현재 이름 소행성 134340에서 영감을 얻은 노래.
둘! 셋! : 하나, 둘, 셋 하고 주문을 외우면 슬픈 일은 다 잊고 행복해지자는 주문. 방탄소년단의 구호이기도 하다. ‘둘, 셋! 방탄! 안녕하세요, 방탄소년단입니다.’

 

*출처: 수학동아 7월호 '웰컴 투 방탄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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