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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 사회심리학] 내향적 사람도 행복할 수 있나요

2018년 07월 07일 15:00

오랜 연구 끝에 알려진 행복한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높은 사회성이다(Myers & Diener, 1995). 일반적으로 사회성이 좋고 양질의 인간관계를 영위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행복한 경향을 보인다.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이 큰 염원인 사회적 동물에게 있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관련해서 기본 성격 특성 중 외향성이 행복을 가장 잘 예측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행복은 곧 안정적인 외향성’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Francis et al., 1998).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쾌활한 사람들이 행복한 것 못지 않게 상대적으로 조용히, 하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행복한 내향적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특성은 무엇일까?

 

 

성격이란?


행복한 내향적인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우선 성격에 대한 간단한 사실들을 알아보자. 


1. 성격의 다섯가지 요소: 오랜 연구 끝에 성격에 대해 이루어진 가장 최근의 합의는 사람들의 성격이 크게 다섯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Digman, 1990).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원만성(agreeableness), 신경증(neuroticism)의 다섯가지로 앞 글자를 하나씩 따서 ‘OCEAN(오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정식 명칭은 성격의 5 요인 이론이다.


A. 개방성: 새로운 경험 추구, 호기심, 창의성, 추상적인 사고 등과 관련
B. 성실성: 높은 의무감, 계획성, 꼼꼼함 등과 관련
C. 외향성: 높은 에너지와 긍정적 정서(쾌활함), 높은 사회성, 자극/위험추구성 등과 관련
D. 원만성: 갈등을 싫어하고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우선시하는 특성
E. 신경증: 부적정 정서성 또는 정서적 불안정성. 작은 일에도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음. 쉽게 알람이 울리는 특성

 

2. 성격은 ‘독립적’: 보통 한 특성이 높으면 다른 특성들도 따라서 높거나 낮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다섯가지 특성이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나타난다. 외향적이지만 동시에 신경증이 높아 대체로 쾌활하지만 조금만 일이 틀어지면 불안/걱정을 느끼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성격과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사고방식에 있어 감각/직관적인 것과 신중하고 이성적인 특성도 서로 반대될 것 같지만 이 둘 역시 독립적인 관계를 보인다(Epstein et al., 1996). 감각적인 동시에 이성적인 사람들이 많으며 (뛰어난 직관/통찰의 경우 오래된 사고 훈련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하기도 하다), 반대로 감각적이지도 그렇다고 이성적이지도 않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문과 체질이 아니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수학을 잘 하게 된다거나 수학을 싫어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언어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닌 것처럼.

 

3. 높거나 낮기보다 어중간한 경우가 더 많다: 보통 내향 아니면 외향 같이 성격을 양 극단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실제로 사람들의 분포를 보면 아주 내향적이거나 아주 외향적이기보다 ‘가운데’에 위치하는 경우가 제일 많다. 항상 내향적이고 항상 외향적이기보다 중간쯤에서 상황에 따라 적당히 내향적이었다가 적당히 외향적인 카멜레온들이 제일 많다는 것. 그래야 다양한 상황에서 더 적응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외향성뿐 아니라 나머지 네 가지 특성들도 그러하다. 

 

 

내향적이지만 행복한 사람들


옥스포드브루크대 (Oxford Brookes University)의 연구자 피터 힐스 (Peter Hills)는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 또 그 안에서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집단을 나누어 비교했다(Hills & Argyle, 2001). 그 결과 내향적인 사람들이나 외향적인 사람들 모두 성격 특성 중 ‘신경증(부정적 정서성 또는 정서적 불안정성)’이 낮을 때,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시 여길 때, 자기 자신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바라보고 있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작은 일들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평정심), 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나를 잘 보살피는 것,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쌓는 것은 내항적이거나 외향적지와 상관 없이 모두의 행복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관련해서 내향적인 사람들은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던가 이들에게는 친한 친구의 존재가 중요하지 않다는 편견이 있지만, 실은 외향적인 사람보다도 내향적인 사람들에게서 친한 친구의 존재가 행복과 건강에 더 중요함을 시사하는 연구들이 있었다(Oishi & Schimmack, 2010). 내향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들에 비해 친한 친구를 쉽게 많이 만들지 않기 때문에 더 한 두 명 소중한 친구의 존재가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내향적인 사람들도 사람들과 교류하는 데에서 큰 기쁨을 느끼며 이 기쁨의 크기가 외향적인 사람보다 내향적인 사람들에게서 더 크다는 발견도 있었다(Zelenski et al., 2012). 에너지 수준이 낮아서 밖에 나가는 것이 귀찮을 수는 있지만 막상 나가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금새 즐거워진다는 것. 다만 내향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들(높은 에너지)에 비해 배터리가 빨리 닳을 수는 있겠다. 쉽게 지치기 때문인지 내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느낄 즐거움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Zelenski et al., 2013).  

 

연구자들은 다음으로 외향적이고 행복한 사람과 내향적이고 행복한 사람을 비교했다. 그 결과 친한 친구들을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 친구들에게 고민 상담을 하는지 여부에서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살짝 더 높은 점수를 보였지만 차이는 크지 않았다. 내항적이면서 행복한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들 못지 않게 친밀한 인간관계를 잘 영위해나간다는 것이다. 

 

한편 혼자 하는 취미들, 예컨대 티비를 보거나 책을 읽는 시간에서도 내향적인 사람들과 외향적인 사람들 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음악을 듣는 시간은 외향적인 사람들이 더 많았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내향적인 사람들 = 조용하고 혼자 하는 취미만 좋아하는 음침한 사람들이란 생각은 편견에 가깝다는 것이다. 

 

 

* 지뇽뇽 작가의 신작. 나에게 처음으로 따듯해져보는 자기자비 연습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이 출간되었습니다.

 

[1] Digman, J. M. (1990). Personality structure: Emergence of the five-factor model. Annual Review of Psychology, 41, 417-440.
[2] Epstein, S., Pacini, R., Denes-Raj, V., & Heier, H. (1996). Individual differences in intuitive–experiential and analytical–rational thinking styl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1, 390-405.
[3] Francis, L. J., Brown, L. B., Lester, D., & Philipchalk, R. (1998). Happiness as stable extraversion: A cross-cultural examination of the reliability and validity of the Oxford Happiness Inventory among students in the UK, USA, Australia, and Canada.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24, 167-171.
[4] Myers, D. G., & Diener, E. (1995). Who is happy?. Psychological Science, 6, 10-19.
[5] Oishi, S., & Schimmack, U. (2010). Residential mobility, well-being, and mortali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8, 980-994.
[6] Hills, P., & Argyle, M. (2001). Happiness, introversion–extraversion and happy introverts.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30, 595-608.
[7] Zelenski, J. M., Santoro, M. S., & Whelan, D. C. (2012). Would introverts be better off if they acted more like extraverts? Exploring emotional and cognitive consequences of counterdispositional behavior. Emotion, 12, 290-303.
[8] Zelenski, J. M., Whelan, D. C., Nealis, L. J., Besner, C. M., Santoro, M. S., & Wynn, J. E. (2013). Personality and affective forecasting: Trait introverts underpredict the hedonic benefits of acting extraverted.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4, 1092.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를 썼다. 현재는 UNC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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