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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잃어버린 물질을 찾아서

2018년 07월 03일 14:11

내가 이 책을 집필하는 현재까지 수행된 모든 측정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현 우주의 총 질량-에너지의 68%를 암흑 에너지가 차지하며, 27%는 암흑 물질의 몫이고, 나머지 겨우 5%가 통상의 가시 물질이다.
- 닐 디그래스 타이슨, ‘날마다 천체물리’ (2017)

 

2012년 힉스입자 발견에 이어 2015년 중력파 관측까지 성공하면서 이제 물리학계의 관심은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 규명에 쏠리고 있다. 미국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지난해 출간한 책 ‘날마다 천체물리’에서 우주 총 질량-에너지의 95%를 차지하면서도 그 실체를 종잡을 수 없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밝히기 위해 “우리는 뉴턴와 아인슈타인에 이어 세 번째 천재를 기다려야 하는가”라고 묻고 있다. 

 

그런데 ‘겨우 5%’를 차지하는 가시 물질, 즉 원자를 이루는 보통 물질도 사실 그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우주의 보통 물질이 내보내거나 흡수하는 전자기파(광자)를 관측해(타이슨이 가시(可視) 물질이라고 쓴 이유다) 계산한 양이 이론과 시뮬레이션, 우주팽창속도 같은 관측을 토대로 추측한 양의 60% 수준이기 때문이다. (중력으로 존재를 알 수 있는 암흑 물질은 광자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비가시(非可視) 물질이다.) 그렇다면 가시 물질의 나머지 40%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은하간공간 텅 빈 건 아냐

 

학술지 ‘네이처’ 6월 21일자에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물질을 우주망의 필라멘트에서 찾은 것 같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우주망(cosmic web)이란 우주에서 물질이 3차원의 그물망 또는 거품 형태로 분포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용어다. 우주망의 매듭이 은하단(밀집된 은하 무리)이고 매듭 사이를 연결하는 줄을 필라멘트(filament)라고 부른다. 은하단 사이의 공간, 즉 은하간공간(intergalactic medium)은 균일하게 텅 비어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미지 확대하기우주는 텅 빈 공간에 별 또는 은하가 띄엄띄엄 분포하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3차원 그물 또는 거품에 가까운 구조(우주망)로 은하단이 매듭에 해당하고 기체로 이루어진 필라멘트가 줄에 해당한다. 최근 관측에 따르면 가시 물질의 절반가량이 필라멘트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우주망을 보여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다. - 위키피디아 제공
우주는 텅 빈 공간에 별 또는 은하가 띄엄띄엄 분포하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3차원 그물 또는 거품에 가까운 구조(우주망)로 은하단이 매듭에 해당하고 기체로 이루어진 필라멘트가 줄에 해당한다. 최근 관측에 따르면 가시 물질의 절반가량이 필라멘트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우주망을 보여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다. - 위키피디아 제공

은하간공간은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필라멘트 영역조차 물질의 농도가 희박해 여기서 나오는 신호를 직접 포착할 수 없다. 따라서 가시 물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은하간공간의 필라멘트에 있을 것임에도, 볼 수 없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그 존재는 추측에 그쳤다.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학연구소가 주축이 된 다국적 공동연구팀은 따뜻하거나 뜨거운 은하간공간(warm-hot intergalactic medium, 줄여서 WHIM)에서 잃어버린 중입자를 관측했다고 보고했다. WHIM이란 은하간공간의 필라멘트 가운데 온도가 10만~1000만 도인 영역으로(우주의 관점에서 10만 도는 ‘따뜻한’ 온도다!) 가시 물질이 이온 또는 플라스마 형태로 존재한다. 

 

중입자(baryon)는 기본입자인 쿼크 세 개로 이뤄진 입자로 대부분 양성자와 중성자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뤄져 있고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져 있다. 한편 전자의 질량은 양성자와 중성자의 1800분의 1 수준이다. 따라서 잃어버린 중입자를 찾았다는 건 잃어버린 가시 물질을 찾았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앞에서 은하간공간에서는 신호가 워낙 미약해 가시 물질을 관측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산소 7가 양이온의 전자가 X선 흡수

 

연구자들은 퀘이사가 내보내는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WHIM의 뜨거운 부분에서 중입자 존재를 증명했다. 퀘이사(quasar)는 은하 중심부에 있는 거대블랙홀로 주변 물질이 빨려 들어갈 때 강한 빛이 나오는 영역이다. 퀘이사에서 지구 방향으로 진행하는 빛다발이 WHIM을 지나가면서 중입자가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면 망원경에 도달한 빛의 스펙트럼에 빛이 줄어든 띠가 생긴다. 즉 ‘흡수 스펙트럼’을 얻어 WHIM에 있는 중입자인 산소이온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는 말이다. 

 

우주 전체에서와 마찬가지로 WHIM을 이루는 물질 대부분도 수소이지만, 수소는 따뜻한 온도(10만~50만 도)에서도 원자핵(양성자)과 전자가 분리돼 플라스마 상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원자핵에 묶여 있는 전자가 빛을 흡수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없다. 

 

반면 산소의 경우 원자핵의 양성자가 여덟 개나 되기 때문에 따뜻한 온도 정도로는 전자 여덟 개를 다 떼어낼 수 없다. 즉 가장 안쪽의 전자 두 개는 남아 산소 이온의 형태(O+6)로 존재한다. 이 산소 이온에 붙어 있는 전자는 자외선을 흡수한다. 한편 약간 뜨거운 온도(50만~200만 도)에서는 전자를 하나 더 잃어 7가 양이온(O+7)이 된다. 여기에 붙어 있는 전자는 에너지가 더 높은 X선을 흡수한다.

 

수년 전 천체물리학자들은 퀘이사의 빛이 따뜻한 WHIM을 통과하며 산소 이온(O+6)의 전자가 자외선을 흡수한 뒤 지구에 도달한 스펙트럼을 분석해 따뜻한 WHIM에 분포하는 가시 물질의 양이 전체의 15% 내외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값을 기존에 알려진 물질의 양(별, 차가운 기체 등)과 합친 게 추정치의 60% 수준이다. 

 

연구자들은 나머지 40%가 뜨거운 WHIM에 존재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유럽우주국(EPA)의 XMM-뉴턴 X선 우주망원경으로 도마뱀자리 BL천체 1ES 1553+113를 장기간(총 관측시간 175만 초(약 20일)) 관측해 얻은 스펙트럼을 분석했다. 1ES 1553+113는 X선을 가장 많이 방출하는 퀘이사로 최소한 72억 광년 떨어져 있다.

 

그 결과 퀘이사에서 나온 빛이 두 차례에 걸쳐 뜨거운 WHIM을 지날 때 산소 이온(O+7)이 흡수한 띠를 발견했다. 빛이 흡수된 정도로부터 뜨거운 WHIM에 있는 물질의 양을 추정하자 전체 가시 물질의 9~40%라는 결과를 얻었다. 즉 최대치일 경우 잃어버린 양과 같은 수준이다.

 

이미지 확대하기지구에서 최소한 72억 광년 떨어져 있는 퀘이사 1ES 1553+113에서 나온 빛(X선)은 두 차례 뜨거운 WHIM(filament)을 지나갔다. 이 과정에서 산소 이온(O+7)의 전자가 특정 파장의 X선을 흡수했다(적색편이로 두 곳의 흡수 파장이 약간 다르다). 망원경으로 관측한 흡수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전체 가시 물질의 9~40%가 뜨거운 WHIM에 존재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 ‘네이처’ 제공
지구에서 최소한 72억 광년 떨어져 있는 퀘이사 1ES 1553+113에서 나온 빛(X선)은 두 차례 뜨거운 WHIM(filament)을 지나갔다. 이 과정에서 산소 이온(산소 7가)의 전자가 특정 파장의 X선을 흡수했다(적색편이로 두 곳의 흡수 파장이 약간 다르다). 망원경으로 관측한 흡수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전체 가시 물질의 9~40%가 뜨거운 WHIM에 존재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 ‘네이처’ 제공

우리은하에는 별이 대략 2500억 개 있고 관측 가능한 우주 안에 은하가 1000억 개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있는 별을 다 합쳐도 전체 가시 물질의 7%를 차지할 뿐이다. 이 별들 가운데 덩치가 작은 것들을 빼면 결국 최후에는 폭발해 사방으로 흩어진다. 은하 역시도 안정한 구조가 아니라 다른 은하나 은하간공간과 물질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별이 생겨난다.

 

약 46억 년 전 태양계를 이룬 물질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은하를 넘어 다른 은하와 은하간공간에 이를지도 모른다. 우리가 마시는 물 한 모금에 100억 년 전에는 뜨거운 WHIM에 있었던 산소 원자가 들어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과학은 그럴 수도 있다고 조용히 말하고 있다.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6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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