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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는 과학] 한국, 日-中 빠진 '우리만의 리그'에서 아시아 과학 허브 한자리 차지?

2018년 07월 01일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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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네이처

이번 호 네이처 표지는 싱가포르의 관광명소인 슈퍼트리 그로브의 풍경을 담았다. 영화 ‘아바타’를 모티브로 만든 16층 건물 높이의 인공 나무 구조물이다. 무엇인가 시원하게 고공행진하는 느낌을 주는 사진이다.


커버스토리의 제목은 ‘아시아의 다섯 과학 허브.’ 고공행진을 준비하는 대만과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의 과학 연구 현황을 다루고 있다. 아시아의 과학 허브라는 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중국과 일본은 제외돼 있다.

 

세계 과학 무대에서 ‘메이저’ 대접을 받고 있는 두 나라를 아예 뺐다는 것은, 영미권 잡지가 ‘마이너 리그’로 간주하는 나머지 국가를 아시아 국가라는 이름 아래 묶어 소개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과학은 거기에 20% 지분을 가진 나라로 등장한다. 일본이 20개가 넘는 노벨상을 받을 때마다 “한국 과학은 어디 있느냐?”고 외쳐왔건만, 정작 국제 무대에서는 ‘아시아의 (마이너) 과학허브’ 중에서도 20%의 지분을 담당하는 나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외부에서 보는 한국 과학의 현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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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관련 특집 기사 중 하나인 ‘숫자로 본 아시아 과학’만 봐도 잘 드러난다. 한국은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4%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고, 논문 발행 수도 2017년 기준 약 6만5000편으로 다른 국가들을 가볍게 앞지르고 있다. 수만 보면 ‘메이저 과학 국가’로 이번 기사에서 제외된 일본(8만 9000편)을 따라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017년 논문당 피인용지수는 세계 평균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위 사진). 그나마 10년 전인 2007년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왔다. 싱가포르와 홍콩이 세계 평균보다 1.7배 이상 널리 인용되며 영국이나 미국보다 앞서 나가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여성 연구자 비율은 산업, 정부출연 연구기관, 대학 모두에서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보다 낮다(아래 사진). 이쯤 되면 5개 과학 허브에 한국을 끼워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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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기사 중 하나는 ‘동아시아의 과학 스타’ 기획이다. 10명의 과학자 인터뷰가 실려 있다. 한국은 여기에서도 20%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김진수 서울대 화학부 교수(둘 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이기도 하다)가 선정됐다. 국제 무대에서 인정 받고 있고,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과학자, 누구도 이견을 보이기는 어려운 전문가를 선정했다. 뛰어난 연구자들이지만, 지나치게 무난한 선택이기도 하다. 


정말 소외된 지역의 과학과 과학자를 소개하려는 목적이었다면, 대중적으로 덜 유명한 분야의 과학자를 발굴하는 수고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예를 들어 부족한 연구비와 불안한 비정규직 과학자 신분에도 불구하고 천체물리학 연구를 하며 세계 과학계에 보이지 않는 ‘n분의 1’을 담당하는 젊은 과학자나 소수자 과학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 과학의 현실을 세계에 보여주기에는 그 편이 더 적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한국이 바이오 분야 강국이라는 사실이 영향을 미친 듯, 공교롭게도 두 선정자 모두 유전자가위(김진수 단장)와 마이크로 RNA(김빛내리 단장)라는 생명과학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하다못해 비슷하게 뛰어난 성과를 낸 과학자 중에서도 화학처럼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덜 알려진 분야의 과학자도 많이 있지만, ‘스타’라는 기획어에 걸맞게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다.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영미권의 주류 과학잡지는 이렇게 특정 지역의 과학을 소개하는 기획을 자주 한다. 그 때마다 ‘아프리카의 과학’ ‘남미의 과학’ 등이 특집기사가 되고 현지의 과학 정책과 과학자가 등장한다. 다른 나라의 과학 사정에 밝지 않은 구독자에게 “이 나라에도 (나름의) 과학이 있다”고 알려주는 기획이다. 하지만 피상적이거나 의례적인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영미권 지역에 앉아 편히 해외 사정을 가늠해 보고 싶은 독자를 노린 ‘이국취향’의 기획이라는 생각을 줄 때도 있다.

 

네이처에서 한국 과학과 과학자를 호명해 줬다는 이유로 이번 선정을 반기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실은 정신을 번쩍 차려야 할 일일지 모른다. 고공행진하는 표지의 나무 사진은 눈에서만 달콤한 '아이캔디(eye cand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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