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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 사회심리학] '운명의 상대'라는 믿음이 클수록 연애 어렵다

2018년 06월 30일 13:00

마음 속 열정을 따르라는 이야기를 흔히 듣곤 한다. 마음이 가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에 최선을 다하라는 이야기이다. 옳은 이야기지만, 열정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변한다는 믿음의 힘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캐롤 드웩의 연구에 의하면 실제 그러한가와는 별개로 사람의 어떤 특성이 변할 수 있다고 믿는지, 아니면 변하지 않고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믿는지에 따라 삶의 결과가 달라진다(Dweck, 2008). 


예컨데 ‘지능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지능은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에 비해,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더 쉽게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 문제가 어렵다는 것은 내 지능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고, 노력해봤자 지능은 변하지 않는 것이므로 ‘어차피 안 될 거’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비슷하게 출발했어도 지능은 변하는 것이라고 믿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시간에 따라 더 많은 성장을 이뤄내기도 한다(Blackwell et al., 2007). 

 

 

열정은 발견하는 것 VS. 발전시키는 것


최근 심리과학지(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열정의 발견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또한 비슷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O'keefe et al., in press). 열정과 흥미는 경험을 통해 발달시키는 것이라기보다 딱 정해져 있어서 잘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낳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열정의 대상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은 정해져 있다’, ‘한 번 발견한 열정은 계속해서 열정으로 남는다’, ‘새로운 경험을 해도 열정의 대상은 잘 바뀌지 않는다’ 등의 문항이었다. 


다음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평소 취향과 맞는 기사와 그렇지 않은 기사를 읽게 했다. 예컨대 스스로를 이과보다는 문과적 취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문학에 관한 기사 하나와 ‘인터넷의 미래’ 같은 이과적 기사를 읽게 했다. 그러고 나서 두 기사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 얼마나 흥미를 느꼈고 얼마나 더 자세히 알고 싶은지, 해당 분야의 직업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은지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평소 자신의 취향이 어떤지와 상관 없이, 열정과 흥미의 대상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원래 취향과 다른 분야의 기사에서도 큰 흥미를 느끼며 해당 분야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열린 마음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는 집단을 두 개로 나눠 한 집단의 사람들에게는 흥미는 한 번 정해지고 나면 바뀌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고 다른 집단의 사람들에게는 흥미는 말랑말랑하고 얼마든지 개발 가능하며 바뀔 수 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었다. 


그러고 나서 평소 취향과 같거나 다른 글을 읽게 했을 때, 이번에도 역시 흥미는 말랑말랑하고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들에 비해 새로운 분야에도 큰 흥미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정과 관심은 ‘발견’하는 것이라기보다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열정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생각하는 내 관심사라는 좁은 틀에 갇혀 새로운 관심거리를 애초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

 

 

어렵고 생소함 = 안 맞는다는 증거?


또 다른 실험에서는 문과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블랙홀과 우주에 대한 어려운 논문을 읽게했다. 그 결과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 안에서도 열정과 흥미는 처음부터 정해져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어렵고 생소한 지식을 접하면 흥미가 뚝 떨어지는 현상이 더 크게 관찰됐다. 

 

어렵고 생소함을 흥미를 발전시켜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나와 잘 안 맞는다는 증거’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비슷하게 사랑은 서로 맞춰가고 발전시켜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완벽한 운명의 상대가 딱 한 명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연애 초기에 자연스러운 트러블에도 이번에도 내 짝이 아니었다며 쉽게 포기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Knee, 1998).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어느 날 내 눈 앞에 완벽한 상대가 나타나기만을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일 것이다. 처음부터 나에게 딱 맞는 완벽한 흥미거리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것 또한 어리석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어렸을 때 열정과 흥미는 잘 변하지 않으며 나는 딱 이러이러한(문과적이고 감성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성급한 판단을 내렸던 거 같다. 나와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이며 서로 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생각했던 거 같다.

 
하지만 커서 우연히 연구 설계나 통계와 관련된 일들을 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숫자와 관련된 일을 좋아하고 통계 프로그래밍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는 딱 정해져있다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은 것만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즐거움을 접할 수 있었다. 


꿈이 없다고 생각했던 시간들 역시 정말 꿈이 없었다기보다 어느날 갑자기 ‘완벽한 꿈’이 나타나 내 심장을 흔들어놓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늘에서 떡이 떨어지길 바라는 비현실적인 바람이 다양한 가능성을 차단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 지뇽뇽 작가의 신작. 나에게 처음으로 따듯해져보는 자기자비 연습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이 출간되었습니다.

 

[1] Blackwell, L. S., Trzesniewski, K. H., & Dweck, C. S. (2007). Implicit theories of intelligence predict achievement across an adolescent transition: A longitudinal study and an intervention. Child Development, 78, 246-263.
[2] Dweck, C. S. (2008). Mindset: The new psychology of success. Random House Digital, Inc.
Knee, C. R. (1998). Implicit theories of relationships: Assessment and prediction of romantic relationship initiation, coping, and longevi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4, 360-370.
[3] O'keefe, P. A., Dweck, C. S., & Walton, G. M., (in press). Implicit theories of interest: Finding your passion or developing it? Psychological Science.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를 썼다. 현재는 UNC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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