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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은퇴 과학자의 경험이 사장되고 있다

2018년 06월 28일 14:26

기자는 몇 년 전 대학원 졸업 과제를 준비하며 그 연구과정을 책으로 묶어 낸 적이 있다. 연구의 중요 부분을 알기 쉽게 서술하려면 조선시대 사대부 가문에서 무덤을 만드는 방법을 순서대로, 상세하게 이해해야 했다. 이를 알기 위해 몇 번이나 관련 학과 교수들을 찾아갔지만 다들 이야기가 달라 혼란스러웠다.

 

찾아 헤매던 답은 엉뚱하게 집안에서 나왔다. 늦둥이로 아들(기자)을 낳으신 부친은 당시 여든이 다 되셨는데, 혹시나 싶어 여쭤 보니 책을 저술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장묘 과정을 빠짐없이, 세세하게 알고 계셨다. 집안 어르신의 묏자리를 만드는 데 직접 참여했던 사람의 경험은, 책으로 역사를 배운 사람들의 지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생생했다.

 

평범한 동네 어르신도 이럴진대 일생을 과학의 최전선에서 연구개발에 매진했던 은퇴 과학기술자의 경험은 그 가치가 헤아릴 수 없이 클 것이다. 이런 경험을 전수받지 못한 젊은 과학자는 결국 수없는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는 연구의 효율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위험을 동반한다.

 

해외의 경우 은퇴 과학자 활용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 러시아 우주청에선 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은퇴 과학자가 찾아와 필요한 조언을 해주곤 한다. 미국, 유럽 등은 은퇴 과학자가 과학관에서 미래 꿈나무들을 위해 해설사를 맡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고 싶은 은퇴 과학자들은 경제적 지원이 많지 않더라도 기꺼이 후배들을 돕는다.

 

반면 국내에선 은퇴 과학자들의 경험이 대부분 사장되고 있다. 이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지원사업(ReSEAT)’을 운영해 왔지만 해마다 예산 규모가 축소됐다. 2010년 34억 원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8억2300만 원까지 줄어들었다. 급기야 올해는 주관 기관마저 산업정책 기관인 ‘산업기술평가관리원’으로 바뀌었다. 과학자의 활용을 산업 부서에서 맡은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6일 은퇴 과학자를 위한 ‘신중년 연구자 일자리 창출사업’을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KISTI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3개 연구기관이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과 업무협약을 맺도록 하고 은퇴를 앞둔 과학자들이 창업 지원, 기업체 겸직 허용 등의 방안을 마련해 기술사업화에 직접 기여하도록 돕자는 것이다. 경험 많은 과학자들을 활용할 새 방도가 마련된 점에서는 고무적인 일이지만 그들의 경제적 효과에만 주목하는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든다.


프랑스의 세계적 과학 저술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노인 한 사람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버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은퇴 과학자들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할 때는 과학기술의 발전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전방위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미래를 놓고 본다면 그 편이 국익을 위해서도 더 큰 보탬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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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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