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EO, 부적절한(?) 스캔들로 사임...올초 보안 문제 뒤끝?

2018.06.22 17:55

인텔의 CEO인 브라이언 크르자니크가 갑자기 회사를 떠났다.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이 드러나 불명예 퇴진했다. 그는 2013년 5월 CEO를 맡아 이제 만 5년을 채운 셈이다. 급격한 인사가 많지 않은 인텔로서는 CEO로서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을 보내고 물러나는 셈이다. 

 

직원과 가진 사적 관계가 화를 불렀다. 인텔을 비롯해 적지 않은 글로벌 기업들은 일정 직급 이상의 관리직들에 대해서 사내 연애를 금지한다.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직급을 앞세워 관계를 요구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관리자로서 사적 감정이 반영되면 업무 진행이나 인사 등 일 처리에 공정하지 않은 요인이 끼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책임’인 셈이다.

 

인텔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 동아일보(=CES 2016) 제공
인텔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 동아일보(=CES 2016) 제공

특히 인텔은 사내에서 성이나 인종, 직급 등을 이유로 업무상 차별이 일어나는 것을 무엇보다 경계하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 안정적으로 기업을 이끄는 가장 기본적인 요인이기도 하다. 인텔은 이 기본을 어기는 것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고, 이는 대표직에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크르자니크 CEO의 부적절한 관계 상대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시기가 언제인지, 어떤 관계가 얼마나 지속됐는지 등의 가십성 발표와 보도도 없다. 다만 인텔은 과거 그가 사적인 교제 관계에 대한 규칙을 어겼고, 기업의 가치를 존중하고 행동 규범을 준수해야 하는 책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말로 CEO의 사임을 덤덤하게 전했다.

 

하지만 올해 초 불거진 스펙터, 멜트다운 등 보안 이슈와 관련된 책임이 떠오르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인텔은 올해 초 프로세서의 보안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겪었다. 이 보안 이슈가 인텔 프로세서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의 반도체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인텔의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이 높고, 상징성이 있는 데다가 데이터센터 등 예민한 용도로 쓰이는 인텔의 고성능 프로세서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우려를 샀다.

 

무엇보다 이 보안 문제가 공개되기 직전 크르자니크 CEO가 개인 보유 주식을 최대 한도까지 팔면서 윤리적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사안의 실제 심각성보다도 ‘인텔의 CEO가 주식을 매각해야 할 정도의 문제’라는 인식과 함께 여러모로 시장에 불안감을 주었다. 이번 사임을 당시의 보안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그의 사임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폴 오텔리니의 뒤를 이은 크르자니크 CEO는 사실 쉽지 않은 임기를 보냈다. 그는 스마트폰의 성장과 함께 PC 시장이 주춤하고, 그에 비해 인텔은 스마트폰 시장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하던 시기에 CEO 자리에 올랐다. 인텔로서는 처음 겪는 불안한 상황이었다. 14nm를 기점으로 반도체 미세 공정 전환은 더욱 어려워졌고, 18개월마다 반도체 집적도가 2배씩 높아진다는 ‘무어의 법칙’도 더 이상 끌어가기 쉽지 않았다.

 

동아일보 제공
동아일보 제공

지금도 PC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인텔의 입지가 급격히 좋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5년 동안 인텔은 데이터센터 사업을 더욱 확장했고, 그 어느때보다 강력한 제온 프로세서를 개발해냈다. 개인용 컴퓨터 시장은 게임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뤄냈고, 실적도 확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무엇보다 사업 다각화에 서툴다는 인텔의 약점을 극복하고 자동차, 드론 등 신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열기도 했다. 올해 초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드론 쇼는 이를 증명하는 신호탄과 같았다.

 

하지만 결국 그의 마지막은 초라해지고 말았다. 1982년부터 40여년 가까이 인텔을 지켜오고 CEO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스캔들과 주식 매각 구설로 명예는 지키지 못한 셈이다.

 

사임이 급하게 결정된 만큼 아직 차기 CEO는 정해지지 않았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가 떠난 자리는 로버트 스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임시로 맡는다. 스완은 이베이 출신으로 2016년부터 인텔의 CFO를 맡아왔다. 인텔은 기술 개발과 팹(Fab) 중심으로 사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체로 내부 인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스완이 CEO 자리를 맡으리라 보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현재로서는 물망에 오르는 인사나 이사회가 준비해 온 차기 대표가 없기 때문에 차기 CEO가 발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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