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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폐기 한다면...北-美 어디에 둘까, 핵과학자 이주 가능할까

2018년 06월 12일 20:30
이미지 확대하기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하고 있다. - 동아일보DB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하고 있다. - 동아일보DB

6월 12일 오전 10시 4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미국과 북한의 역사적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보장 등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흔들림 없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북한은 미사일 시설을 폐기하고 있고, 미국과 다른 사찰단이 함께 비핵화에 대한 검증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핵화의 시기나 진행 방식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비핵화를 둘러싼 앞으로의 협상과 수 싸움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예고한다. 더구나 핵 시설의 반출, 전문 인력의 이주 등의 문제까지 생각하면 더욱 갈길이 멀다.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수준까지,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지 전문가 의견을 종합했다. 
 

● 체제보장-핵 폐기 맞교환...하지만 "비핵화 뒤 제재 해제할 것"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이전에 핵을 포기했던 나라들의 사례가 집중 조명됐다. ‘리비아 모델’ ‘카자흐스탄 모델’ ‘우크라이나 모델’ 등이 언급됐다. 


체제보장 및 경제지원을 핵 폐기와 연계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우크라이나 모델’과 비슷한 면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1990년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과거 자국 영토에 배치됐던 핵무기를 이어받은 경우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이 핵 물질, 핵무기를 포기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넌-루가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을 주도한 샘 넌, 리처드 루가 미국 전 상원의원의 이름을 따 붙여졌다. 이런 방식의 협정을 ‘협력적위협감소(CTR, Cooperative Threat Reduction)’이라고 부른다. 


1994년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핵 무기를 포기하면 독립, 주권, 영토를 보장한다는 내용의 ‘부다페스트 각서’에 서명한 뒤, 넌-루가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러시아로 반출하고, 직접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탄두를 분리해 파괴한 뒤 발사 관련 시설을 없앴다. 


북한의 경우, 미국은 여전히 제재 해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비핵화가 이뤄지고 난 뒤, 북한의 핵이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때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선 폐기, 후 보상’이라는 점에서는 리비아 모델과 유사하다. 리비아는 2003년 핵 개발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했다. 그 대가로 미국과 유럽은 리비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했다. 


하지만 지그프리드 해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C) 교수는 5월 28일 스탠퍼드대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핵 무기를 완전히 개발하지는 못했던 리비아와는 기술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며 “리비아처럼 한번에 모든 것 (핵물질, 핵무기, 생산시설 등)을 없앨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리비아, 우크라이나 등 비핵화한 나라들과 북한의 상황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특정 모델을 그대로 따라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새로운 북한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北 - 핵무기 해체 후 반출 vs. 美 – 핵탄두까지 모두 수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수소폭탄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만큼, 비핵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반출해야 한다. 


미국 국방정보국(DIA)는 지난해 8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758kg과 플루토늄 54kg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핵탄두 1개를 만드는 데 플루토늄은 4~6kg, 고농축우라늄은 16~20kg 정도가 필요하다. DIA는 북한이 최대 60개의 핵무기를 만들 능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거대한 재처리시설이 필요한 플루토늄과는 달리, 우라늄은 원심분리기만 있으면 순도 90% 이상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 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장은 “북한이 보유한 고농축우라늄의 양이 예상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하기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의 미사일 기술 역시 매우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지난해 9월 발사한 ‘화성-12형’은 정상각도(35~45도)로 발사해 3700km를 날아 태평양 해상에 떨어졌다. 당시 국내의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괌까지 도달할 만큼의 미사일 기술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 물질 보유량과 핵 무기 기술을 파악하려면 북한이 만든 미사일이 필요하다. 실제 미국은 2004년 리비아와의 핵 폐기 합의 이후 핵 무기 및 탄도미사일 관련 문서는 물론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 미사일의 유도장치와 같은 핵심 부품들을 모두 미국 테네시 주 오크리지 기지로 옮겼다. 

 

이미지 확대하기과거 맨하튼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현재는 핵과학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제공
과거 맨하튼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현재는 핵과학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제공

오크리지 기지는 1942년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곳으로, 우라늄 농축 공장과 플루토늄 원자로 등이 있던 곳이다. 냉전이 끝난 이후로는 핵 물질 저장고로 쓰이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리비아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무기 핵심 부품들을 그대로 받고 싶겠지만, 자신들의 기술력을 최대한 감추고자 하는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중구 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리비아와 달리 핵무기를 완성할 만한 기술을 갖추고 있다”며 “북한은 핵 무기를 다 폐기한 뒤,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 등의 핵 물질만을 분리해 보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커 교수 역시 “북한은 완성된 핵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던 리비아와는 다르다”며 “북한의 핵무기를 외부로 옮기자는 제안은 위험할 수 있으며, 핵무기를 조립한 (북한의) 과학자들에 의해 분해돼야 한다”고 말했다. 

 

● 北 핵 전문인력, ‘넌-루가’ 프로그램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주할 가능성 있어

 

핵무기 반출과 더불어 핵 전문인력의 이주는 비핵화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북한은 1962년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대학에 핵물리학과 관련한 학과를 설립해 핵 전문가를 양성해왔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17년 발간한 ‘북한 비핵화에 대비한 북핵 인프라 관리방안 연구’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서 양성한 원자력 연구인력은 약 1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핵무기 생산과 관련한 핵심 인력은 200~300명 정도로 예상된다. 


합의문에 핵 전문인력 활용에 대한 내용은 없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적용했던 ‘넌-루가 프로그램’과 유사하게 진행될 것이라 예상한다. 당시 미 국무부는 소련 붕괴 후 러시아 모스크바에 국제과학기술센터(ISTC, Inter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Center)를 설립해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이란의 핵 분야 인력을 이주시켰다. 핵무기 업무에 종사하던 과학자 5만8000여 명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원자력 연구 및 교육 분야에 정착했다. 


북한 역시 핵무기 인력들을 원자력 이용을 위한 산업체나 연구소에 재배치하고, 재처리 분야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은 북한에 필요한 비료 산업과 같은 화학공학 분야로 전환시킬 수도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제한적 연구만을 수행한 과학자들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반길 것”이라며 “과학자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김정은 정권도 이를 크게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북한의 비핵화, 2020년까지 가능할까

 

문제는 이 모든 비핵화 과정이 언제쯤 끝나냐는 점이다. 지난 5월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선임 정책기획관은 미국 언론 PBS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까지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냐”는 앵커의 물음에 “그렇다. 북한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언급했다. 2020년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는 해로, 재선에 도전하는 시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를 완료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과학적으로(기술적으로)도 그렇다”고 언급했다. 
 

이미지 확대하기세계적인 핵물리학자이자 북한학자인 지그프리드 해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C) 교수 - CISC 제공
세계적인 핵물리학자이자 북한학자인 지그프리드 해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C) 교수 - CISC 제공

핵 전문가들 역시 핵 물질, 핵 무기를 해체하고 핵 생산시설의 폐쇄와 핵 전문인력의 이주까지 완전한 비핵화를 2년 안에 마치기는 어려우리라 예상한다. 해커 교수는 “지금의 군사 시스템은 과거와는 다르게 매우 발전했기 때문에 비핵화에서 발생하는 위험 역시 커졌다”며 “최대 15년 정도를 바라보고,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비핵화의 3단계를 제안했다. 


1년 안에 이뤄지는 중단(Halt) 단계, 2~5년이 걸리는 점진적 철폐(Roll back), 6~10년이 걸리는 제거(Eliminate) 단계다. 그는 핵 생산공장, 핵 실험, ICBM, 우주 발사용 로켓, 5MW 원자로, 핵시설 경수로, 삼중 수소, 핵과 미사일 기술 등은 바로 중단해야 하는 시설 및 행위로 분류했지만, 핵 전문인력, 재처리 시설, 고농축우라늄 시설 등은 6~10년 정도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분류했다. 

 

이미지 확대하기핵단지 내 방사화학실험실 건물(노란색 점선) - 38노스 제공
핵단지 내 방사화학실험실 건물(노란색 점선) - 38노스 제공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다. 북한은 핵무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중성자의 속도를 늦추는 감속재로 흑연을 사용한다. 하지만 방사능을 방출하는 방사화 흑연을 다른 화학물질과 분리해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했던 영국 역시 곧바로 해체 작업에 들어가지 않고, 시설을 봉쇄해 놓는 ‘철거 연기(지연 해체)’ 방식을 택했다. 현재로서는 100년 이상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핵분열 반응이 일어난 뒤 남은 핵연료 물질인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방사화학실험실 역시 바로 철거가 불가능하다. 사용후핵연료는 인체에 매우 치명적인 감마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해체할 수 없다. 로봇이나 크레인 등을 이용해 원격으로 해체해야 한다. 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흑연 감속로나 방사화학실험실 등을 1~2년 내에 해체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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