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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 '한반도 비핵화'합의, 핵 시설 폐기 절차 어떻게?

2018년 06월 12일 18:24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간 미국은 지속적으로 북한 핵 능력의 ‘완벽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해체(CVID)’를 요구해 왔다.

 

이미지 확대하기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서명하고 있다. - 뉴시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서명하고 있다. - 뉴시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에 합의했지만, 핵 폐기의 구체적 절차에 대해선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의 완벽한 비핵화'가 합의문에 명시됐다"며 CVID에 대해 양보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사찰 대상 시설과 범위, 핵 폐기의 절차와 방법, 수준 등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자칫 비핵화와 체제보장에 합의한 후 실제 검증 절차에 대한 논의에서 파국에 이른 앞선 합의의 전철을 밟으리란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그간 핵 폐기 절차를 세분화해 단계적으로 핵 능력을 축소하며 각각의 단계에서 보상을 받은 후, 합의를 뒤엎는 '살라미' 전술을 써왔다. 이에 맞서 미국은 최단 시간 내 핵 폐기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핵 폐기 과정에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기자회견에서 핵 폐기에는 "과학적으로도 (scientifically)" 시간이 걸린다고 언급했다.

 

북한 핵 시설 폐기는 어떤 시설을 대상으로 어떻게 진행되며, 그 과정에 필요한 과학기술은 무엇이 있을까. 또 예상되는 어려움은 무엇이 있을까.

 

북한 전문사이트 ‘38노스’ 등에 따르면, 북한에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핵시설만 20곳, 비공식적으로는 100여 곳의 핵 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보유한 핵시설은 크게 원자로와 고농축 우라늄 제조시설(농축시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모두 절단과 제염, 철거, 폐기물 처리라는 4단계 절차를 공통적으로 거친다.

 

이미지 확대하기동아일보 DB 제공
동아일보 DB 제공

이를 직접 수행하기란 기술적으로 만만치 않다. 북한이 영변에 보유한 원자로는 5MW 급의 소형이다. 규모만 보면 어렵지 않지만, 한국과 미국 등이 사용하지 않는 방식의 원자로라는 게 문제다. 북한의 원자로는 흑연을 감속재(핵분열을 유도하고 지속시키는 입자인 ‘중성자’를 흡수해, 전체적인 핵분열 속도를 조절하는 재료)로 사용한다.

 

윤종일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흑연을 감속재로 쓰면 우라늄-238을 (핵무기 이용이 가능한) 플루토늄-239로 변환하는 효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을 감속재로 사용하는 한국 등의 중수로나 경수로 해체기술을 바로 사용할 수 없다.

 

이미지 확대하기2015년 7월 영변 핵과학 연구센터 내 5MW급 원자로의 모습이다.- 38노스 제공
2015년 7월 영변 핵과학 연구센터 내 5MW급 원자로의 모습이다.- 38노스 제공


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장은 “해체를 하려면 우선 중성자를 머금은 ‘방사화 흑연’에서 중성자를 빼내야 하는데, 일반 흑연과 방사화 흑연의 질량 차이가 아주 작아 현재로서는 분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흑연은 탄소 덩어리라 불이 잘 붙는다. 해체 작업 중 불꽃이라도 일어나면 곧바로 치명적인 원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흑연이 타지 않도록 하는 ‘안정화 기술’ 역시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과거에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했던 영국 역시 곧바로 해체 작업에 들어가지 않고 ‘철거 연기(지연 해체)’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100년은 지연 해체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작업이 더디다.


우라늄 농축시설은 핵무기에 쓰는 우라늄 광석을 기체인 육불화우라늄(UF6) 바꾼 뒤,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질량에 따라 분리하는 시설이다. 이를 통해 핵분열에 쓰는 우라늄-235를 90% 이상의 농도로 농축한다. 내부에는 우라늄을 기체화하기 위한 배관과 알루미늄이나 니켈-강철 합금 등으로 만든 금속원심분리기가 수백~수천 개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 부장은 “배관을 자른 뒤 ‘방사능 때’가 묻은 배관을 제염 처리하고, 철거해 묻어야 한다”며 “공개되지 않은 제조시설이 나올 수 있어 시간은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분열 반응이 일어난 뒤 남은 핵연료 물질을 처리하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 해체는 또다른 난관이다. 인체에 매우 치명적인 방사선인 감마선을 방출하는 고준위 폐기물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박광헌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플루토늄 제조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이 많이 있다” 고 말했다.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해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로봇이나 크레인 등으로 원격에서 절단부터 운반, 처리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서부장은 “논의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핵시설 해체를 완료하려면 이미 로봇 해체까지 진행중인 프랑스와 한국,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보이는 핵탄두의 해체도 필요하다. 절차는 다른 핵 시설과 비슷할 전망이다. 윤 교수는 “발전소보다 크기가 작고, 반감기가 길어 방사능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주로 있어 좀 더 쉽게 해체할 수 있다”며 “다만 발전 시설에 비해 주변 환경 오염 여부를 더 상세히 조사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권혁철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핵시설과 핵무기를 이전하고 해체하는 데 5조37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경제적 지원과 핵 폐기 보상 청구서를 감안하면 해체 비용은 약 21조 원으로 늘어난다. 해체 비용은 북한 내에 비공식 시설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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