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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노동시간’ 문제 고민하는 IT업계

2018년 06월 07일 17:36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일은 대부분 노동시간과 노동성과가 비례한다. 많은 시간 일하면 많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정하는 이유였다. 주 40시간을 기본으로 노동시간이 추가될 때 초과근무수당이 더해지는 시스템이 탄생한 배경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노동시간과 성과가 큰 관련이 없는 분야가 늘어나고 있다. 노동자의 창의성이 업무의 성과를 좌우하는 직업이 대부분 그렇다. 예를 들어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그렇다. 오래 일해서 알파고를 만들 수 있다면, 대한민국 개발자가 이미 오래전에 만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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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제공

이런 문제의식에서 탄생한 제도가 포괄임금제다. 업무특성상 초과근무수당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에 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하는 계약형태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이를 공짜 야근쿠폰으로 남용하면서 포괄임금제의 의미가 상실됐다. 게임업계의 크런치모드는 공공의 적이 됐다.


e커머스 업체 위메프는 최근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야근을 하면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 초과임금 정산분을 기본급에 그대로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포괄임금은 기본급에 미리 초과근무수당을 주는 것인데,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면서 기존 임금을 기본급으로 정했다는 것은 사실상 연봉을 인상한 셈이다. 위메프 직원들은 기존 임금을 그대로 받으면서, 야근을 하면 야근수당도 받게 된다.


반면 회사로서는 비용부담이 발생한다. 특히 위메프는 아직 자본잠식 상태여서 임금지출이 늘어나면 부담이 적지 않을 수 없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위메프의 포괄임금제 폐지는 주40시간 이상 근무 시 수당을 지급하겠다는데 방점을 둔 것이 아니라 주40시간 이상 근무를 막겠다는 취지”라면서 “ 스스로 비용부담이라는 불이익을 둠으로써 불필요한 야근을 기업 스스로 지양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포괄임금제 시행 첫날  포괄임금제 폐지 이전보다 야근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이미지 확대하기포괄임금제 폐지 후 정시 퇴근을 유도하는 위메프 -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제공
포괄임금제 폐지 후 정시 퇴근을 유도하는 위메프 -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제공

네이버의 고민은 조금 다르다. 네이버는 ‘재량근로제(네이버 용어로는 책임근무제)라는 제도를 시행중이다. 재량근로제는 업무수행을 노동자가 재량으로 하는 제도다. 노동시간도 측정하지 않는다. 처음에 이 제도가 도입됐을 때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직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 출근을 늦추거나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혁신의 상징 실리콘밸리의 방식이기도 했다.


그러나 네이버 노조 측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재량근로제는 업무에 대한 구체적 지시가 없어야 하는데, 사실상 지시가 존재하고 업무별로 재량근무제와 맞는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가 있기 때문이다. 주말의 업무지시, 밤 늦은 장애알림 등 특수한 상황에서의 근무에도 회사측이 초과근무수당을 지불할 의무는 없다. 상당수 네이버 직원들은 현재의 재량근무제를 선호하는 편이나 현 재량근무제를 재설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네이버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검토하는 것은 선택적 근무제다. 노동시간은 정해놓되 시작시각과 종료시각을 정하지 않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출근을 늦추거나 당길 수 있다.


그러나 네이버 노동조합에서는 선택적 근로제로 변경하면 임금인하(현재는 포괄적 임금제여서 초과근무수당이 연봉에 반영돼 있음)가 수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비공식적인 업무가 늘어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 노조 측은 현재의 재량근로제(책임근무제)와 선택적 근무제 사이에서의 절충점을 찾길 바라고 있다. 그 대안으로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이 제시되고 있다. NBP는 최근  자유로운 출퇴근, 의무적인 코어근로시간 없음, 주 최소 15시간 근무라는 절충점을 찾았다.


위메프나 네이버 같은 인터넷 기업들은 그나마 고민이 적은 편이다.


개발 용역 위주의 소프트웨어, IT서비스 기업들은 주52시간 근무 상한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직종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을 기준으로 노동시간 상한을 정해 놓으면 프로젝트 마감이나 장애 등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를 비롯해 관련 협단체들은 최근 ▲선택적·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 단위 기간 6개월로 확대 ▲금융·통신·보건 등 대국민 서비스 장애대응 업무 근로시간 단축 예외 지정 ▲초과·휴일 근무 강요 근절 관리 감독 등의 내용이 담긴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는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구조가 용역 중심으로 고착화 된 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마무리 시점에는 52시간 넘게 일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일주일이 아닌 더 긴 단위로 노동시간을 측정해 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한마디로 프로젝트가 없는 시점에 직원들이 노는(?) 시간과 프로젝트 기간에 바쁜 시간을 더해서 평균을 내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수주형 SW개발사업이 사업 과정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발주자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사업 종료 시점에 불가피한 초과근무가 빈번히 발생하는 구조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며 “구축된 SW를 운영하는 유지관리·운영 사업의 경우 예기치 못한 장애 발생 등에 대한 긴급조치를 위해 초과근무가 수시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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