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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지식IN] 2007년 라돈 사태 이미 있었는데...라돈 문제는 왜 반복됐나

2018년 06월 06일 16:00

대진침대에서 라돈이 안전 수치 이상 발견됐다는 SBS의 첫 보도가 나온 지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침대의 수거나 폐기 등에 대한 대진침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많은 피해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원안위 관계자는 “침대와 같이 사람이 밀착해 있는 생활 제품에서 라돈이 발견된 적이 없어 혼선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번이 처음이었을까요.

 

놀랍게도 2007년 국내 한 업체가 생산한 온열매트에서 다량의 모나자이트가 발견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 제품은 음이온이 방출되는 건강매트로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은 한 시간에 0.19~0.5 마이크로시버트(μ㏜)의 방사능을 뿜고 있었습니다. 하루 6시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1.09 밀리시버트(mSv) 가량의 방사선에 노출된 셈입니다. 

 

이미지 확대하기6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생활제품 속 방사선 안전 대책 토론회에서는 현재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의 사각지대와 향후 대책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 과학기자협회 제공
6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생활제품 속 방사선 안전 대책 토론회'에서는 현재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의 사각지대와 향후 대책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 과학기자협회 제공

당시 과학기술부 방사선안전과에서는 모나자이트를 사용하는 다른 회사의 모든 제품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를 계기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하 생방법)’이 제정됐습니다. 2011년 제정된 생방법은 2012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지금, 그때와 유사한 사태가 다시 한번 벌어졌습니다. 문제가 된 물질은 2007년 사태와 동일한 모나자이트, 연간 방사선량은 최대 8.96mSv로 안전 수치보다 9배 가량 더 높습니다. 동일한 사태가 반복되니, 우리가 생활방사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또 다시 일어나게 된 걸까요.

 

Q1. 생방법이 무엇인가요.
생방법은 일상 생활에서 사람들이 잘 모르게 피폭될 수 있는 방사선, 즉 생활 방사선에 대한 안전관리방안입니다. 생활 방사선은 네 가지로 나뉩니다. 


△원료물질, 공정부산물 및 이를 이용해 생산된 제품(가공제품) 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방사성핵종(이하 천연방사성핵종)에서 방출되는 방사선 △태양 또는 우주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방사선(우주방사선) △ 지구표면의 암석 또는 토양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지각방사선) △ 재활용고철 내 포함된 방사성물질로 인하여 방출되는 방사선 입니다. 

 

문제가 된 모나자이트는 바닷가에서 주로 발견되는 광물의 일종으로, 지각방사선인 라돈을 방출합니다. 음이온 효과를 내는 광물로 잘 알려져 있어, 침대를 포함한 여러 생활 용품에 사용됐습니다(음이온 효과는 대표적인 유사과학으로, 과학적으로 전혀 증명된 바가 없는 현상입니다). 

 

2007년 온열매트에 모나자이트가 사용돼 국민들이 방사선에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생활 방사선의 위험성이 대두됐습니다. 정부는 방사선 피폭량이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한 낮게 유지돼야 한다는 '알랄라(ALARA,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원칙에 따라 생방법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2012년 7월부터 시행된 생방법에 따르면 천연방사성핵종이 포함된 원료 물질을 취급하는 업체는 취급자 등록을 해야 합니다. 또 종사자 안전조치와 각종 신고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Q2. 생방법이 이미 마련돼 있는데, 왜 같은 일이 또 일어난 것인가요.
모나자이트 침대의 경우 생방법의 안전관리 대상인 가공제품입니다. 생방법에서는 가공제품은 사용자에게 연간 1 mSv 이상의 방사선을 방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항이 있음에도 라돈 사태가 다시 일어나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생방법은 모나자이트와 같은 방사성 원료물질을 취급하는 업체에 대한 신고 의무는 규정하고 있지만, 원료물질을 사용한 가공제품을 만든 제조업자는 신고나 등록을 할 의무가 없습니다. 

 

이미지 확대하기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1mSv)의 최대 9.35배에 달하는 대진침대의 매트리스 속커버를 벗긴 모습. 스펀지에 방사성 핵종 토륨이 함유된 모나자이트를 도포해 라돈과 토론 등이 방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1mSv)의 최대 9.35배에 달하는 대진침대의 매트리스 속커버를 벗긴 모습. 스펀지에 방사성 핵종 토륨이 함유된 모나자이트를 도포해 라돈과 토론 등이 방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라돈 침대를 예로 들자면, 모나자이트 취급 업체는 신고를 해야 하지만 모나자이트 가루를 이용한 대진침대는 신고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모나자이트 가루가 들어간 제품이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떤 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인지를 추적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모나자이트 취급 업체가 납품한 곳의 목록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이번 라돈 침대 사태 이후 원안위는 모나자이트 취급 업체가 대진침대를 포함한 65곳에 납품했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확인되지 않는 납품 업체가 있거나, 신고를 하지 않은 모나자이트 취급 업체가 있을 경우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그간 라돈이 실내 공기질 차원에서만 관리됐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상온에서 기체로 존재하는 라돈의 경우, 제품 하나하나가 방출하는 방사능 수치가 아닌 실내 공기 중 라돈 농도를 기준으로 관리돼 왔습니다. 특정 제품에서 라돈이 방출된다 하더라도, 공기 중에 흩어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안전 기준 역시 공기 중 라돈이 피부를 뚫고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외부피폭만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침대와 같이 오랜 시간 밀착해 있는 제품의 경우, 호흡을 통해 라돈이 몸 안으로 들어가 내부피폭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이언스지식IN] 5일 만에 뒤집힌 원안위 대진침대 라돈 검출 발표, 왜 그들은 입장을 바꿨나' 바로가기).

 

원안위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해 대진 침대에서 방출되는 라돈의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을 합친 값이 안전 기준을 넘는다고 결론내린 것입니다. 

 

이미지 확대하기6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생활제품 속 방사선 안전 대책 토론회에서는 현재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의 사각지대와 향후 대책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발언을 하고 있는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의 모습. - 과학기자협회 제공
6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생활제품 속 방사선 안전 대책 토론회'에서는 현재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의 사각지대와 향후 대책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발언을 하고 있는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의 모습. - 과학기자협회 제공

이에 대해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4일 열린 생활제품 속 방사선안전대책 토론회에서 “(라돈의 농도가) 얼마 정도면 안전한지에 대한 제도 정립이 돼 있지 않다”며 “전문가들 사이의 합의가 시급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신 의원은 5월 18일 ‘가공제품에 대해서도 제조 또는 수출입하는 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하고, 안전기준 준수 여부를 전문기관에서 조사받도록 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생방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습니다. 

 

Q3. 다른 나라는 라돈 사용 제품을 어떻게 규제하고 있나요?
세계에서 주택 내부 라돈 농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체코입니다. 토양 자체에서 방출되는 라돈의 양이 월등히 높기 때문인데요. 공사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라듐 함유량을 측정해 안전 기준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라돈의 방출량은 측정하기 어렵고, 측정편차가 심해 라돈의 모핵종인 라듐의 함유량을 기준으로 합니다. 


안전 기준은 건축자재와 사람 거주 여부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요. 건축자재에서도 대용량으로 사용되는지, 원자재는 무엇인지 등에 따라 구체적 기준이 마련돼 있습니다. 건축자재를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업체는 라듐과 같은 천연방사성핵종을 측정한 뒤, 체코의 핵안전국에 제출해야 합니다. 덕분에 체코는 약 20년간 시장에서 유통된 모든 건축자재의 천연방사성핵종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지 확대하기미국은 1989년부터 3년간 전국적으로 실내 라돈 농도를 조사해, 라돈지도를 완성했다. - EPA 제공
미국은 1989년부터 3년간 전국적으로 실내 라돈 농도를 조사해, 라돈지도를 완성했다. - EPA 제공

미국 역시 실내 라돈 농도를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주택 소유자라면 모두 실내 라돈 농도를 측정해야 합니다. 라돈 농도 측정기를 따로 구매하거나, 검증 기관을 통해 공인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자료는 집을 사고 팔 때 쓰입니다. 만약 90일 이하의 단기 조사 결과 라돈 농도가 안전 기준인 ㎡당 148 베크렐의 2배를 초과하면 장기 조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Q4. 그 많은 라돈 침대는 어떻게 폐기하나요?
원안위는 지난 5월 21일 “라돈이 검출된 침대를 판매한 대진침대 측이 문제가 된 매트리스 7종 수거를 한달 안에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7종에 해당하는 모델은 그린헬스2, 네오그린슬리퍼, 네오그린헬스, 뉴웨스턴슬리퍼, 벨라루체, 모젤, 웨스턴슬리퍼로, 약 8만8000개의 침대가 수거될 예정입니다. 이낙연 총리도 5일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우체국 망을 이용해 라돈 침대 8만 8000개를 이달 안에 수거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헀습니다.

 

이 많은 침대에 남아있는 방사성 물질을 어떻게 폐기해야 할까요. 


생방법에는 안전 기준에 부적합한 가공제품의 경우 희석매립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희석매립은 방사성 물질에 일반 토양 등을 섞어 방사능 농도를 환경방사선준위 이하로 떨어뜨린 뒤 매립하는 것을 말합니다. 방사성 물질인 토륨과 우라늄이 일정 질량 이상 포함돼 있는 경우에는 원자력안전법의 방사성폐기물 처분방법을 따라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생방법에 의거해 폐기하게 됩니다. 


대진 침대의 경우 생방법에 따라 폐기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부피가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모나자이트와 같은 방사성 물질을 분리하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2011년 생방법 제정에 참여한 장병욱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자력검사단 책임연구원은 “법이 시행된 2012년 이후 안전 기준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된 가공제품은 방사성 물질이 고작해야 수 kg 정도였다”며 “대진 침대의 경우 부피가 워낙 커서 소각이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각을 하면 방사성 물질이 주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무거운 광물에 속하는 모나자이트가 공기 중으로 날아갈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장 책임연구원은 “모나자이트를 소각하면 가라앉게 될 것”이라며 “만약을 고려해 집진 설비가 갖춰진 소각장에서 태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소각을 하고 나면 전체 부피의 1~2% 정도만 재로 남기 때문에 처리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장 책임연구원은 “현재 원안위가 환경부와 함께 소각한 뒤 남은 모나자이트를 희석매립할 경우의 매립 비용, 작업자 피폭 영향, 소각이 주변 환경에 비치는 영향 등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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