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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교육 현장]② 장비보다 방식, 공간보다 사람

2018년 06월 07일 11:16

※편집자주. 다양한 도구와 오픈 소스를 활용해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고 이를 공유하는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이 교육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메이커 교육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고민이 깊다. 
메이커 교육 전문기업 ‘메이커스’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교육 전문 컨퍼런스 SXSW EDU와 샌프란시스코의 혁신적인 교육 현장을 탐방하고 이를 디지털 리포트로 출간했다. 메이커 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그 일부를 3편의 시리즈로 공개한다. 

(자세히보기>> http://makerschool.kr/maker_education_in_us/)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과 관련해 가장 많은 문의 중 하나가 바로 ‘3D 프린터를 사야 하는지, 만약 사야 한다면 어느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지’입니다. 그러나 메이커 교육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바로 장비나 공간을 메이커 교육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하는 태도입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만들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때 가장 중요한 것,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이미지 확대하기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코딩을 배우는 게 아니듯, 메이커 교육을 하는 이유는 전문 기술자나 공학도가 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주어진 상황 안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조금씩 도전하며 실현해 나가는 마인드셋을 함양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비나 공간을 구축하기에 앞서 교육 방법(pedagogy)을 고민하는 게 먼저라고 메이커 교육자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마젤란국제학교의 메이커 스페이스 디렉터 패트릭과 미시간 주 교육청의 기술 도입 전문가 킴벌리는 다른 장소에서 만났지만 모두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장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수단을 확장해 나가되,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더 해 볼지 범위를 좁힌 후에 장비나 공간 구축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하는 게 순서라고 말입니다.

 

이미지 확대하기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도서관에서 책을 활용해 메이커 교육을 하는 노라는 한층 더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메이커 교육’이라는 ‘유행어’가 본래의 교육적 의도를 해치고 있다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새로운 기술에 노출되는 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 난이도나 복잡함에 압도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해악이 더 크다고 주장했지요.

 

한편, 오스틴 팅커링 스쿨의 캐미는 메이커 스페이스가 지향하는 ‘방식’이 어떻게 그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을 통해 드러나는지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 팅커링 (tinkering)이란 주변에 있는 다양한 재료와 도구들을 활용해 물건을 만들거나 놀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고,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수공예를 하시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만들기를 즐겨했어요. 팅커링과 메이킹을 조금씩 알아가던 시절, 인근의 테크샵(TechShop,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 먼로 파크에 처음 연 멤버십 기반의 공동 이용형 제작 스튜디오 체인으로 현재는 폐쇄 상태)에 가보기로 했지요. 테크샵에는 값비싼 장비가 즐비했는데 저는 사용법을 잘 몰랐어요. 그래서 스태프에게 도움을 구했는데, 스태프가 몇 명 없어서 찾기도 힘들었고, 온다고 해도 옆에서 차근히 도와 주기보다 잠깐 몇 마디 일러 주고 그냥 가 버리는 거예요. 몇 번이나 계속이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두 시간이 흘렀어요. 바보가 된 기분이 들어서 너무 창피했어요. 결국 도망치듯 나와 버렸지요.”

 

이미지 확대하기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어린이 창의력 박물관(Children’s Creativity Museum)은 2~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체험형 박물관으로, 직접 만지고 참여하고 창작할 수 있는 핸즈온(hands-on) 전시를 하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교육 매니저 모린은 교육자의 안내가 이용자의 참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수치를 들어서 설명했습니다.

 

“전시물 근처에 도움을 주는 교육자가 없는 경우 이용자가 한 전시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20~30초에 불과합니다. 반면 교육자가 활동을 설명하거나 참여를 유도할 경우 체류 시간은 최대 20분까지 늘어났지요. 이용자가 더 깊이 이해하며 유의미한 교육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교육자가 활동을 촉진(facilitate)한 것입니다.”

 

메이커 교육에서 교육자의 촉진 작용은 학습 과정과 효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교육자는 관련 지식을 직접 알려주는 대신 상황에 맞는 상호 작용을 주고 받으며 학생이 실마리를 찾도록 사고를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메이커 교육 성공의 열쇠는 교육자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래서 현장의 메이커 교육자들은 양질의 교육 인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확대하기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보통 학교들은 소수의 교육 담당자를 지정하고 메이커 교육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을 이들에게 맡깁니다. 그러나 보다 많은 교육자들이 메이커 교육을 접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면, 좀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메이커 교육을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교육자가 학생에게 하듯, 학교나 정부가 교육자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주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교육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이미지 확대하기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 필자소개
오영주 (주)메이커스 메이커교육연구소장(yoh@makersi.com)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 교육대학원 티처스 칼리지(Teachers College)에서 발달심리 석사과정을 밟으며 혁신적인 교수학습법과 교육기술의 활용 문제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세계적 교육 콘퍼런스 SXSW EDU 참가 후 지식 콘텐츠 스타트업 퍼블리에서 2년 연속 리포트를 발간해 호응을 얻었다. 이후 교육기술을 융합한 프로젝트 기반 수업 설계와 강의 경험을 거쳐 현재 메이커 교육 전문 기업 메이커스에서 메이커교육연구소를 이끌며 교육용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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