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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이 미래다] ② 노벨상 무관의 한국, 융합연구에서 답을 찾다

2018년 05월 25일 14:00

※편집자 주. 융합연구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각 정부 부처는 ‘제3차 융합연구개발 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연구 투자를 크게 강화할 계획을 내놨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새 융합연구 흐름을 짚어보는 기획기사를 2회에 걸쳐 짚어봅니다. 

 

이미지 확대하기최근 과학계의 트렌드는 융합연구다. 사진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분자인식연구센터의 모습.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최근 과학계의 트렌드는 융합연구다. 사진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분자인식연구센터의 모습.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올해 노벨상 수상자 선정이 반년도 채 남지 않았다. 매년 한국인 과학자들이 노벨상 후보로 언급되곤 하지만, 과학 분야에서 한국인이 수상한 사례는 아직 없다. 과학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한국이 왜 노벨상에서는 매번 고배를 마시는 걸까. 그 원인은 융합연구의 부재에 있다.

 

1950년대 이후 노벨 과학상의 공동수상 비율은 50%를 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그 비율이 무려 90%에 이른다. 최근 과학기술이 복잡해지고 대형화되면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하나의 연구 결과를 도출해내는 융합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노벨 과학상 역시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모두 3명 이상의 과학자가 공동 수상 했다. 특히 노벨 물리학상은 중력파 검출에 지대한 공을 세운 3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는데, 이들이 속한 라이고(LIGO) 프로젝트 연구팀은 전 세계 900명 이상의 과학자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38명의 연구진이 참여했다.

 

이미지 확대하기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라이너 웨이스, 배리 배리시, 킵 손. 중력파를 발견한 900 여명의 라이고 프로젝트 연구진을 대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 노벨위원회 제공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라이너 웨이스, 배리 배리시, 킵 손. 중력파를 발견한 900 여명의 라이고 프로젝트 연구진을 대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 노벨위원회 제공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지출은 높지만, 연구개발투자 대비 국제협력지수는 30개 OECD 회원국 중 22위로 하위권에 속한다.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제3차 융합연구개발 활성화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이전에도 2009년과 2014년에 각각 ‘제1차 국가융합기술발전 기본계획’ ‘제2차 융합기술 발전전략’ 등이 마련된 바 있지만 과학 분야 간에 여전히 '칸막이'가 있어 지속적인 융합연구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3차 융합연구개발 활성화 기본계획은 과학계에 협업 문화가 자리잡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전망이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연구자가 주도적으로 융합생태계를 만들고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과학난제,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 시장, 국민 생활 문제 해결 등 뚜렷한 목적을 가진 융합형 연구를 추진하는 것이다. 최미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융합기술과장은 “서로 다른 분야 간의 융합이 일상적인 미국이나 독일처럼 우리나라의 융합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주된 목표”라고 말했다. 

 

융합연구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은 2013년 204개에서 2017년 376개로 1.8배 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정보를 공유하고 활용하는 플랫폼이 미비하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번 3차 융합연구 기본계획에서는 융합생태계 확산을 위해 협업하기 좋은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개방적이고 유연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부처 간 융합연구 추진 방향을 총괄하는 ‘다부처 협력특별위원회’가  연구기획에서 사업화까지 전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 상황을 해소하는 중재자 역할을 맡는다. 융합연구의 ‘컨트롤타워’인 셈이다. 연구 기관 사이 분쟁이나 소통 부재 등으로 지속하기 어려웠던 융합연구의 장벽을 낮출 수 있다. 


또 연구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연구팀을 구성할 수 있다. 연구 목표에 따라 따로 구성된 연구팀이 하나의 팀으로 결합할 수 있고, 연구 중간에 예기치 못한 한계가 드러날 경우 새로운 연구 기관이 추가로 참여할 수 있다. 


평가 방식도 달라진다. 논문, 특허 등 정량적 실적만 평가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융합연구활동의 질적 수준을 반영한 평가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정량적 평가 방식에서는 공동 저자가 늘어나면 연구실적의 기여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협업을 자유롭게 하기 어려웠다. 정성적 평가는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다. 협업이 활발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경우 다른 과학자와의 협력이 평가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융합연구에 최적화된 인재 양성을 위해 학문의 경계 없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학제도 확대한다. 현재 KAIST와 DGIST는 학과를 선택하지 않고 기초과학과 공학, 인문소양 등을 공통적으로 이수하는 융복합 교육을 제공한다.

 

과학 난제나 도전적 과제를 수행하는 융합연구에 대한 파격 지원도 이어진다. 도전적인 연구 과제의 경우, 그만큼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평가 결과가 좋지 않아 연구비가 지속적으로 지원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3차 기본계획에서는 연구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그랜트 방식 R&D를 도입한다. 그랜트 방식은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수행하는 1억 원 미만의 소액 과제에 대해서 중간평가를 면제하고 자체 정산을 인정하는 제도다. 

 

10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연구에 대한 투자도 확대한다. 평균 3년에 불과했던 연구기간을 10년 이상으로 대폭 늘이고 안정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기 위해 약 32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실제 미국의 라이고 프로젝트는 1987년부터 약 30년간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게 1조3000억 원 이상의 지속적인 투자를 받아 성공한 융합연구다. 중성미자를 발견해 노벨상을 2번이나 받은 일본의 가미오칸데 프로젝트 역시 1958년부터 50년간 1조 원 이상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이번 3차 융합연구 기본계획에 대해 최 융합기술과장은 “국내 연구진의 융합연구가 증대되고, 노벨상에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주제들이 많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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