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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궁금증...과학이 답할 수 있는 것

2018년 05월 24일 20:08
이미지 확대하기풍계리 핵실험장의 모습. 동서남북에 1개씩 4개의 갱도로 이뤄져 있다. 이 중 3번과 4번 갱도는 핵실험에 한번도 사용되지 않은 갱도다. 북한은 현재(24일 오후 8시 기준) 2, 3, 4번 갱도를 폭파한 상태다. - 38 north 제공
풍계리 핵실험장의 모습. 동서남북에 1개씩 4개의 갱도로 이뤄져 있다. 이 중 3번과 4번 갱도는 핵실험에 한번도 사용되지 않은 갱도다. 북한은 현재(24일 오후 8시 기준) 2, 3, 4번 갱도를 폭파한 상태다. - 38 north 제공

북한이 24일 풍계리에 있는 핵실험장을 폐쇄 했습니다. 오전 11시 핵실험장의 2번 갱도와 관측소 폭파를 시작으로 오후 4분 17분까지 4번 갱도와 3번 갱도, 막사 등을 연달아 폭파했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진행한 곳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북한의 유일한 핵실험장이죠. 


북한은 지난 15일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등 5개 나라의 기자를 초청해 23일~25일 사이 기상 상황에 따라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 과정을 모두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장을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이 18일 우리나라 취재진을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혼선이 빚어졌지만, 폐쇄 하루 전인 23일, 다시 우리나라 취재진의 명단을 접수하면서 최종적으로 5개국의 취재진 모두 폐쇄 현장을 참관했습니다. 


불과 8개월 전만 하더라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수 차례 발사하던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쇄한 것은 매우 파격적입니다. 이런 북한의 이례적인 행보는 많은 억측과 의문을 낳았는데요.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에 관한 궁금증 5가지를 꼽았습니다. 

 

1. 왜 하필 풍계리 핵실험장인가

 

경남대학교 극동연구소가 2017년 1월에 발표한 ‘북핵 미사일 리포트’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이 공개한 핵시설은 15개에 달합니다. 핵무기의 연료가 되는 플루토늄의 양은 50kg, 고농축우라늄은 500kg 이상입니다. 핵무기를 10개 이상 만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죠. 


플루토늄을 만들고 추출하는 등의 핵시설은 평안북도 영변 지역에 밀집해 있습니다. 영변에는 5메가와트(MW) 급 원자로와 엄청난 방사능을 방출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방사화학실험실이 있습니다. 


반면 풍계리 핵실험장은 말 그대로 핵무기를 실험하는 곳에 불과합니다. 진짜 핵무기를 없애려는 목적이라면 핵실험장보다는 다른 주요 핵시설을 해체하는 것이 적합합니다. 이에 대해 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장은 “핵실험장을 폐쇄한다는 것은 미래의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이미지 확대하기풍계리 핵실험장의 남쪽 갱도. 한번도 핵실험에 이용되지 않은 갱도로, 원래는 나무에 가려 갱도의 입구가 보이지 않았지만, 갱도 폐쇄를 앞둔 21일 위성사진을 보면 전망대에서 갱도 입구를 볼 수 있도록 나무를 정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38 north 제공
풍계리 핵실험장의 남쪽 갱도. 한번도 핵실험에 이용되지 않은 갱도로, 원래는 나무에 가려 갱도의 입구가 보이지 않았지만, 갱도 폐쇄를 앞둔 21일 위성사진을 보면 전망대에서 갱도 입구를 볼 수 있도록 나무를 정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38 north 제공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필연적으로 다양한 실험을 해야 합니다. 북한의 유일한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는 것은 향후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의미죠. 풍계리 핵실험장은 동서남북에 각각 하나씩, 총 4개의 갱도가 있습니다.

 

1차 핵실험을 한 1번 갱도(동쪽), 2~6차 핵실험을 한 2번 갱도(북쪽)와 아직 한 번도 핵실험이 이뤄지지 않은 3, 4번 갱도입니다. 황용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북한이 3번과 4번 갱도를 폭파한 것만으로도 의지는 충분히 보였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과거에 개발했거나 현재 개발 중인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습니다. 황 책임연구원은 “생산시설이 있는 영변이나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은폐 시설 등을 다 해체해야 진정한 비핵화겠지만, 시작하는 단계에서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2. 2008년 원자로 냉각탑 폭파처럼 정치적 ‘쇼’는 아닐까

 

북한은 2008년 6월 6자회담에 참여한 한국,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5MW 급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습니다. 원자로 냉각탑은 뜨거워진 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일종의 냉각장치로, 원자로 운영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당시 국제사회의 여론은 대체로 긍정적이었지만, 이내 북한은 다시 핵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이미지 확대하기2008년 6월 27일 북한이 녹화 중계한 원자로 냉각탑 폭파 장면. - 동아일보 DB
2008년 6월 27일 북한이 녹화 중계한 원자로 냉각탑 폭파 장면. - 동아일보 DB

이런 이유로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역시 보여주기 식 쇼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핵실험장 폐쇄가 냉각탑과 다른 점은 아직 사용 가능한 갱도를 포기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냉각탑은 폭파 당시 이미 주요 설비를 제거해 사용할 수 없는 시설이었습니다. 하지만 풍계리 핵실험장은 아직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1번과 2번은 여러 차례에 걸친 핵실험으로 붕괴되거나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갱도라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새롭게 만든 3번과 4번 갱도는 추가적인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전문매체인 38 노스(north) 역시 “풍계리 핵실험장은 가동이 가능한 상태”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그때와 지금은 전혀 상황이 다르다”며 “2008년에는 가역적 불능화를 했다면, 풍계리 핵실험장은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불능화를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냉각탑 자체로만 보면 되돌릴 수 없는 불능화를 한 것이지만, 원자로 시설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냉각탑의 시설을 마비시켜도 뜨거워진 원자로를 식힐 방법은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북한은 인근 강물을 끌어다가 원자로를 식히는 방법으로, 원자로를 다시 가동했습니다. 
김 연구실장은 “하지만 이번에는 핵실험장 자체를 봉쇄시켰기 때문에, 다시 사용하려면 굴을 새로 파야한다”며 “둘 다 상징적인 이벤트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이전보다 더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3. 풍계리 핵실험장은 폐쇄인가 해체인가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많은 전문가들은 과연 북한이 ‘폐쇄’를 할 것인지, ‘해체’를 할 것인지에 주목했습니다. 폐쇄(closing)란 일시적으로 핵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인 데 반해, 해체(dismantlement)는 영구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완전히 봉쇄해버리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법규 상의 해체는 ‘원자력시설의 운영정지(영구 정지) 후 방사선 및 비방사선의 영향으로부터 작업자와 일반대중의 보건 및 안전을 확보하고 주변 환경을 보호하면서 규제관리로부터 해제하기 위한 모든 기술적 관리적 행위’를 의미합니다. 서 부장은 “해체는 핵과 관련한 모든 시설을 불능화시키고, 방사능 오염까지 처리해 그 부지를 안전하게 복원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폭약을 이용해 핵실험장의 갱도들을 폭파시켰습니다. 아직까지는 해체보다는 폐쇄에 가깝습니다. 해체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풍계리의 핵실험 관련 장비들이 모두 제거됐다는 것을 확인해야 하고, 갱도 주변의 방사능 오염 물질의 제거까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황 책임연구원은 “해체를 검증하는 과정은 하루 일정으로 소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심지어 1km 이상 떨어진 전망대에서 갱도가 붕괴되는 것만 보고서는 해체인지 확인할 수 없고, 추후 미국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사찰을 통해 확인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4. 갱도를 폭파시키면 증거가 인멸되는 것은 아닐까

 

미국 언론 CNN은 22일 북한이 핵 전문가를 초청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며 “갱도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브루스 베크톨 미국 엔젤로주립대 정치학 교수는 이 날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전문가에게 갱도를 공개하지 않고 폭파시키는 것에 대해 “마치 살인 현장에 일반인들을 들여보는 것과 같은 행동”이라고 말했다. 어떤 방사성 물질을 실험했는지,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증거가 모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8 노스는 23일 “핵실험장의 갱도를 폐쇄하거나 폭파시킨다고 하더라도 법의학적 증거(forensic evidence)는 오랫동안 남아있다”며 “나중에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CTBTO)와 같은 국제기구가 (폐쇄된) 핵실험장의 현장을 조사할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갱도를 뚫어 핵 실험에 사용됐던 물질들의 구성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책임연구원 역시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어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갱도 안의 시편을 채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 km에 이르는 갱도 안의 방사성 물질들이 모두 다 사라질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황 책임연구원은 “폭파된 갱도를 시추해 시편을 채취하는 방법도 있고, 바로 옆에 터널을 하나 더 파서 채취할 수도 있다”며 “시편 채취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달린 것이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5. 갱도 폭파로 방사능 물질이 우리나라에 넘어오진 않을까

 

1~6차 핵실험에 사용된 1, 2번 갱도는 이미 방사능 물질에 오염이 돼 있습니다. 이 2개의 갱도를 폭파하면서 남아있던 방사능 물질이 우리나라까지 넘어오는 것은 아닐까요. 


다행히도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핵폭발을 하는 동안에는 제논(Xe)이나 크립톤(Kr)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기체형태로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 핵실험 규모를 추정할 때도 공기 중에서 포집한 방사성 물질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이미 핵폭발이 끝난 뒤 남아있는 방사성 물질은 기체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갱도를 폭발시킨다고 밖으로 새나오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은 토양에 잘 흡착합니다. 


문제는 지하수입니다. 만약 풍계리 핵실험장의 아래 지하수가 존재한다면 빗물에 의해 흘러간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를 타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가능성 역시 매우 낮습니다. 풍계리 지역은 2200m의 만탑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지대 역시 단단한 화강암과 현무암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서 부장은 “풍계리가 암석지대이기 때문에 빗물에 의해 땅 속까지 침투될 가능성도 크지 않고, 지하수가 있을 가능성도 낮아 방사능 물질이 이동하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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