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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꿀 5G 이야기] ④ 반도체가 5G 이동통신 진화 앞당긴다

2018년 05월 21일 17:51

이동통신의 발전에는 주로 전파 관련된 기술이 언급되지요. 전파는 통신에서 직접 신호를 실어나르는 케이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잘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통신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전파가 통신의 전부는 아닙니다. 데이터를 실은 전파가 안테나를 통해 기지국에 전달된 이후에도 아주 복잡한 처리 과정들이 더해집니다. 특히 망이 단순히 네트워크의 역할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그 자체에서 서비스와 콘텐츠가 운영되는 5세대 이동통신의 특성상 기지국과 각 거점 장비들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네트워크에서 반도체 성능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PC나 혹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할 때 반도체가 중요한 이유와 거의 똑같습니다. 기본적으로 통신용 반도체는 더 빠른 신호 처리를 목표로 하는데, 신호 처리가 빨라지면 똑같은 크기의 장비, 그러니까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이 늘어납니다.

 

이를 반대로 뒤집으면 이전과 똑같은 성능을 내는 장비를 더 작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직접 5세대 통신용 반도체를 설계한 노키아는 고성능 칩을 이용해 장비 크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여러 개의 안테나를 운영하는 매시브 MIMO의 안테나 크기도 반으로 줄였다고 합니다. 전력 소비는 85% 낮아졌고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반도체에 기대하는 요소들이 비슷하게 반영되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기지국, 어려워지는 공간 확보

5세대 이동통신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지국 하나마다 처리해야 하는 일들도 더 많고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기지국을 세우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기지국을 설치할 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 공간을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덩치도 크고 설비도 복잡한 데다가 건물들이 기지국 설치를 그리 반기지 않습니다.

또 5세대 이동통신은 안테나 수가 기존 2~4개에서 64개까지 늘어나는 구조이다 보니 기지국 설치는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됩니다. 지금도 공간 제약 때문에 필요에 따라서는 거의 전파만 처리하는 안테나 수준의 ‘라디오부(Radio Unit, RU)’만 두고 ‘데이터부(Data Unit, DU)’는 따로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미지 확대하기반도체 기술이 향상되면서 기기 한 대당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양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LTE만 해도 점차 세대를 넘어 진화하면서 수 백배에 달하는 성능 향상이 일어났다. 더 작고 강력한 기지국을 만들 수 있게 된 셈이다.- 노키아
반도체 기술이 향상되면서 기기 한 대당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양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LTE만 해도 점차 세대를 넘어 진화하면서 수 백배에 달하는 성능 향상이 일어났다. 더 작고 강력한 기지국을 만들 수 있게 된 셈이다.- 노키아


결국 기지국 장비가 더 작아져야 합니다. 기지국을 가지고 다닐 것도 아닌데 크기가 왜 중요할까요? 기지국의 크기를 줄이면 흉해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설치가 쉽습니다. 그리고 모양을 바꾸기도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안테나를 가로등 같은 구조물과 결합할 수 있지요. 무엇보다 성능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기지국 장비는 공간 제약이 있는데 LTE가 고도화되고 5G로 진화하면서 안테나를 통해 들어오는 데이터가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많아진다는 것이지요. 이를 지연없이 처리하려면 장비의 용량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장비를 많이 설치하거나 성능을 높여야 합니다.

반도체는 바로 ‘성능’을 높여서 기지국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기존에 장비 10대로 처리하던 일을 1대로 대신할 수 있다면 그만큼 기지국이 차지하는 공간을 줄일 수 있지요. 반대로 처리량을 늘리기에도 좋습니다. 기존에 10대의 데이터 처리 장비를 넣을 수 있는 기지국 시설에 처리량이 10배 높은 장비가 들어가면 처리량이 10배 늘어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장비와 운용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LTE보다 훨씬 많은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는 5G에서는 장비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수 조건이 될 겁니다.

더 좋은 반도체를 확보하는 것 역시 5세대 이동통신 속 치열한 경쟁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럼 반도체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볼까요?

가장 기본이 되는 반도체의 역할은 신호처리입니다. 기지국으로 들어온 전파는 먼저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처리를 거칩니다. 신호 속에 들어있는 잡음을 제거하고, 가려지는 부분이 없도록 적절한 크기로 조정합니다. 증폭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5G로 넘어가면서 기지국의 형태가 달라집니다. 기존에는 안테나를 크게 설치하고 강한 신호를 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네트워크 환경이 다변화되면서 작은 안테나를 여러 개 설치해서 신호를 더 고르게 분산하거나, 필요에 따라서 여러 개의 안테나 신호를 모아서 멀리끼지 강한 신호로 쏘기도 합니다. ‘매시브 MIMO(Massive Multi Input Multi Output)’으로 부르는 기술입니다. 안테나 방식이 달라지는 것에 따라서 이 증폭을 처리하는 반도체도 달라져야 합니다. 기존에는 안테나 하나가 40와트 정도의 신호 강도를 처리했는데 이제는 1와트 내외의 작은 신호를 여러개 합쳐서 처리하는 식이지요.


똑똑해지는 기지국, 역할의 분담

과거의 네트워크 장비들은 신호를 주어진 조건대로 빠르게 처리해서 전달하는 것이 주 역할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네트워크만 신경 쓰면 됐지요. 하지만 이제 점점 네트워크 구조가 복잡해지고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너무 많아집니다. 기지국도 데이터 패킷만 그대로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최적화하고, 때로는 그 윗단계의 네트워크망에 전송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처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5G의 기지국은 하나의 서버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네트워크의 기능들이 가상화되고, 소프트웨어로 처리하는 부분들이 늘어나는 것도 변화라면 변화지요.

그럼 이전과 앞으로의 네트워크 망의 차이를 볼까요? 이제까지 통신 장비에는 DSP라고 줄여 부르는 ‘디지털 신호 처리 프로세서(Digital Signal Processor)’가 쓰였습니다. 이 칩은 일종의 CPU지만 특정 신호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속도가 느려지거나 작동을 멈추지 않는 안정성이 최우선으로 매겨졌습니다. 대신 응용프로그램을 돌리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이 칩 안에 여러 개의 프로세서가 통합됩니다. 신호를 처리하는 DSP 뿐 아니라 응용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는 CPU, 그리고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을 처리하는 데 활용하는 GPU도 들어갑니다. 네트워크 장비도 이제는 컴퓨터가 되는 것이지요.

5G는 기지국이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매우 크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LTE에서 주로 쓰는 기지국은 전송과 수신에 각각 2개 안테나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5G는 최대 64개 안테나를 씁니다. 단적으로 기지국 하나에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양이 30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지요. 데이터 처리부가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양도 늘어났지만 안테나에서도 들어오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전처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GPU도 들어갑니다. 머신러닝을 이용하기위해서죠. 머신러닝을 통해 기기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기도 하고, 특정 상황에서는 문제 해결을 자동화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각 기지국마다 운영 환경이 다른데 머신러닝이 트래픽의 양이나 종류를 파악해 시간대별로 최적화를 해주기도 합니다. 결국 기지국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시간 내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 즉 ‘쓰루풋' (Throughput)을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입맛에 맞는 기지국 설계에 필수

요즘 이 통신용 반도체 시장이 흥미로운 것은 칩에 대한 수요가 달라지면서 기존과 다른 형태의 프로세서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칩의 역할과 처리 용량 자체가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반도체 설계가 새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는 범용 프로세서로 처리할 수도 있지만 당장 다양한 형태의 기지국을 설계해야 하는 노키아, 화웨이, 에릭슨, 삼성전자 등 기업들의 입맛에도 맞아야 하지요.

 

이미지 확대하기 노키아의 리프샤크, 손톱만한 칩 안에 여러 장비들의 기능들을 품은 통합 프로세서다.- 최호섭
노키아의 리프샤크, 손톱만한 칩 안에 여러 장비들의 기능들을 품은 통합 프로세서다.- 최호섭


퀄컴과 인텔, 텍사스인스투르먼트 등 전통적인 칩셋 강자들 역시 그 요구 조건에 맞는 프로세서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퀄컴과 인텔처럼 고성능 범용 프로세서를 만들던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은 아예 5G가 제안될 때부터 기본 기술을 제안해 왔고, 특허를 비롯해 원천 기술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흐름은 장비 업체들이 직접 만드는 프로세서입니다. 노키아와 화웨이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특히 5G는 다양한 형태의 기지국이 만들어집니다. 안테나의 크기와 출력, 모양도 제각각입니다. 각 환경에 맞는 신호처리 프로세서가 필요하고, 이를 범용 프로세서만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결국 기지국의 형태와 서비스가 굳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베이스밴드 칩을 비롯해 통신에서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프로세서를 만드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노키아의 리프샤프, 화웨이의 발롱 같은 브랜드의 프로세서가 그 역할입니다. 아예 기지국의 디자인을 염두에 두고 설계할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 칩의 조건들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통신 업계가 큰 투자와 기업 인수를 통해 덩치를 늘리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칩 설계와 생산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인데, 충분히 시장 규모가 갖춰져야 직접 프로세서를 만들만큼 경제성이 확보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범용칩을 쓰는 것이 경제적이지요. 반도체의 마술은 5세대 이동통신의 뒤에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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