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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 사회심리학]'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에 주목하는 또다른 이유

2018년 05월 19일 15:00

그 많은 불법촬영범 중 처음으로 포토라인에 선 사람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현저히 빠른 수사 속도와 온 사회의 관심, ‘2차 가해’를 막겠다는 재빠른 움직임을 보며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였냐고, 그런데 왜 그간 여성들의 피해 사실에는 침묵해왔던 거냐고, 못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사실 ‘안’ 하고 있었던 거냐며 많은 사람들이 박탈감을 내비쳤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현상은 남성이 당하자 비로소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불법 촬영의 심각성을 처음으로 인지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또 비로소 ‘혐오 범죄’라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범죄들이 여성을 대상으로 저질러져왔을 때에는 시큰둥 하다가 갑자기 해당 범죄의 심각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지 확대하기사람들이 불법 촬영 범죄의 심각성에 갑자기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GIB 제공
사람들이 불법 촬영 범죄의 심각성에 갑자기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GIB 제공

변화는 괴롭다. 집에서 회사까지 도착할 수 있는 길이 매일매일 바뀐다던가, 어제는 2호선을 타면 신촌에 갈 수 있었는데 오늘은 아무도 모른다던가 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낯설고 불확실한 상황은 그 자체로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적응’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가급적 현재 상황에 큰 문제가 없다면, 익숙한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심리적 관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룰이 공정하지 않을 가능성’, 큰 구조적 문제가 존재해서 삶의 환경을 크게 고칠 것을 요구하는 신호를 반가워하지 않는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우리 사회의 룰은 모두에게 공정해’, ‘우리 사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열심히 노력하면 다 잘 될 거야’, ‘뿌린대로 거두기 마련이지’, ‘가난하다는 건 노력을 안 했다는 뜻’, ‘(뿌린대로 거두는 것이기 때문에) 능력이 없는 사람이 차별받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등 현 상태를 긍정하는 사고방식을 보이며 살아간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나만 잘 하면 다 잘 될 거라는 희망을 주는 한편 차별을 정당화하고 존재하는 문제에 눈과 귀를 막아 결과적으로 체제 유지(system justification)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Jost & Hunyady, 2003). 

 

현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이러한 체제 유지 동기는 보통 사회적 변화가 심한 시기에 더 강하게 나타난다. 약자가 기존의 질서를 뒤엎고 계층 이동을 하거나 기존의 기득권층이 그간 누리던 특권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위협이 존재할 때 더더욱 그렇다. 

 

Loyola University의 심리학자 Robyn K. Mallett의 연구에 의하면 여러가지 이유로 현재 사회의 질서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즉 체제 유지 동기가 큰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 문제가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더 ‘우리 사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였다(Mallett et al., 2011). 이들은 같은 범죄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누구냐에 따라, ‘약자’가 피해자일 때와 상대적으로 강자가 피해자일 때 완전히 상반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흑인’을 향해 가해진 인종 차별과 폭력에 관한 글을 읽게 하고 흑인에 대한 혐오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혐오 범죄 단속과 처벌 강화, 피해자 지원에 찬성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체제 정당화적 사고방식이 강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혐오 범죄를 막기 위한 대처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피해자가 얼마나 두려웠을지,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그렇게 오버할 일이 아니라며 약자들이 입은 피해의 심각성을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체제 정당화 동기가 큰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약자를 향한 혐오범죄가 ‘매우 흔하고 심하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고 사회가 바뀌길 원한다’는 정보를 받으면 더더욱 범죄 예방과 처벌에 더 크게 ‘반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범죄가 심각하고 고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알게 되면 더더욱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질 것 같지만 피해자가 ‘약자’일 때에는 되려 경각심이 낮아지고 해결에의 의지가 더 약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권력을 가진 ‘백인’일 경우, 이들은 비로소 혐오 범죄의 피해가 심각하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약자가 억압받고 범죄의 대상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피해자가 되서는 안 된다는 사고방식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기득권이 흔들리는 것에 대해 유독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똑같은 피해에도 대상을 골라 문제의 심각성을 다르게 지각하고 있다면, 불의가 지속되는 데 일조하는 셈이다. 피해를 입어도 싼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1] Jost, J., & Hunyady, O. (2003). The psychology of system justification and the palliative function of ideology. European Review of Social Psychology, 13, 111-153.
[2] Mallett, R. K., Huntsinger, J. R., & Swim, J. K. (2011). The role of system-justification motivation, group status and system threat in directing support for hate crimes legislation.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7, 384-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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