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과학 지식을 접하는
가장 똑똑한 방법!

[짬짜면 과학 교실] 온도처럼 시험 점수가 변한다면

2018년 05월 19일 17:00

    시험 점수

 

    _윤병무

 

    매일매일 가열하는 학원에 다니는
    우리 반 친구 물질이는 이번에도
    수학 시험에서 100점을 받았어요
    학교만 오가는 저는 70점을 받았어요

    시험지를 되받기 전날에 선생님께서는
    우리 반 수학 시험지들을 포개 놓으셨어요
    그런데 이튿날 시험 점수가 변해 있었어요
    물질이의 시험 점수가 80점이 된 거예요

    더 놀라운 건 반 친구들의 시험 점수였어요
    모든 친구들의 시험 점수가 80점이었어요
    뜨거웠던 물질이의 시험 점수 온도가
    미지근한 반 평균 점수로 이동한 거예요

    기체와 액체처럼 머리끝으로 열이 오른 
    물질이는 잃어버린 점수에 엉엉 울었어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흐뭇했어요
    마음이 진정됐는지 물질이가 한마디 했어요

​    그때 단꿈에서 깨어났어요
    제 시험 점수는 원래대로 70점이에요
    꿈 끝에서 물질이가 한 말이 떠올랐어요
    “그래, 점수는 줘도 실력은 못 줘!”

 

 

 

초등생을 위한 덧말

 

“지금 기온 어때요?”라는 물음에, “따뜻해요.” “포근해요.” “따사로워요.” “온난해요.”라고 사람들이 나름의 느낌을 형용사로 대답한다면 실제 온도는 알 수 없어요. 그런데 누군가가 “지금 기온은 섭씨 십칠 도예요.”라고 말한다면 그는 온도계로 측정되었을 기온을 대답했을 거예요. 기온은 공기의 온도예요. ‘온도’는 따뜻하거나 차가운 정도를 숫자와 단위로 표시한 거예요. 온도의 단위는 화씨와 섭씨가 있는데, 오늘날 우리나라는 섭씨온도를 사용하고 있어요. 섭씨의 단위 기호는 ℃예요. 숫자와 단위로 나타내는 온도를 측정하는 기구를 온도계라고 해요.

 

온도는 멈춰 있지 않아요. 아침 기온이 한낮 기온과는 다르듯 온도는 계속 변해요. 한낮에 햇볕을 내리쬐던 태양이 저물어 저녁이 되면 아침처럼 다시 기온이 내려가듯 말이에요. 하지만 온도는 아무렇게나 변하는 것이 아니라 열이 이동하는 원리에 따라 변화해요. 열은 항상 온도가 높은 데에서 온도가 낮은 데로 이동해요. 김치찌개를 끓여서 식탁에 올려놓고 먹는 동안에 찌개가 점점 식는 이유는 뜨거운 찌개보다 식탁 주변의 기온이 낮기 때문이에요. 찌개의 열이 식탁 주변의 기온으로 이동한 거예요. 이처럼 온도가 서로 다른 두 물질이 접촉되면 열은 온도가 높은 물질에서 온도가 낮은 물질로 이동해요.​

 

 

그런데 열의 이동은 물질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요. 고체는 고체끼리 맞닿아 있는 부분부터 열이 이동해요. 불판에 삼겹살을 구우려면 먼저 불판을 가열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에요. 불판이 달궈지지 않았을 때는 불판에 고기를 올려놔 봐야 고기는 익지 않아요. 불에서 불판으로, 불판에서 삼겹살로 열이 이동되어야 삼겹살은 익기 시작해요. 이렇듯 고체에서의 열은 온도가 높은 데에서 온도가 낮은 데로 접촉된 고체를 따라 이동해요. 더운 여름날에 시원한 대청마루에 누우면 등허리가 시원해지는 것도 같은 원리예요. 등허리의 열이 체온보다 온도가 낮은 대청마루로 이동하면서 더웠던 몸이 시원해지는 거예요.​

 

액체와 기체에서의 열의 이동은 고체와는 달라요. 온도가 높은 데에서 온도가 낮은 데로 열이 이동하는 것은 고체와 마찬가지지만, 액체와 기체에서 열이 이동할 때는 고체처럼 열이 닿은 부분부터 온도의 변화가 나타나는 게 아니에요. 액체와 기체는 지금의 상태보다 높은 온도의 열을 접촉하면 그 열이 직접 액체나 기체의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이동해요. 라면을 먹으려고 물을 끓이면 불에서 가까운 냄비의 아래쪽부터 물이 끓는 게 아니라, 냄비의 맨 위쪽부터 물이 끓기 시작하는 이유가 그것이에요. 또한 내부 계단으로 이어진 이층집에서 위층의 기온이 아래층보다 더 높은 것도 같은 이유예요. 이처럼 액체나 기체 상태의 물질은 높은 온도의 부분은 위쪽에 위치하려고 하고, 낮은 온도의 부분은 아래쪽에 위치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위의 동시는 조금 장난스러워요.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보다 더 많이 얻기를 바라고는 해요. 숙제를 못 했을 때, 시험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마치 요술처럼 저절로 숙제가 되어 있길 바라거나, 시험 점수가 높아지기를 바라는 엉뚱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릴 때 저뿐만이 아니었을 듯싶어요. 물질의 열이 이동하는 것처럼 시험 점수가 매겨진다면, 시험을 치른 다음에는 학급 학생들의 시험 점수가 모두 학급 평균 점수가 되어야겠지요.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아요. 가령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위 동시에서 친구가 한 말처럼 실력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진짜 실력의 온도는 열이 식지 않게끔 스스로 가열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에서 정해질 테니까요.

 

 

 

※ 필자 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으로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으며, 동아사이언스에서 [생활의 시선]과 [때와 곳]을 연재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