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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영화] ‘버닝’으로 돌아온 이창동 감독의 영화 BEST 3

2018년 05월 12일 11:00

충무로를 대표하는 감독들 중에는 ‘타짜’, ‘도둑들’, ‘암살’을 만든 최동훈 감독처럼 모든 작품에 수백 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 감독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모든 작품이 세계 유수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거나 평단의 극찬을 받은 감독도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거장의 칭호가 아깝지 않은 그 이름, 이창동 감독이다. 

 

이미지 확대하기이창동 감독
이창동 감독

평생 동안 한 편의 훌륭한 영화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이창동 감독은 지난 20여 년간 만든 5편의 영화 모두가 누군가의 인생 영화로 꼽히는 어마무시한 감독이다. 오늘은 이창동 감독의 새 영화, ‘버닝’의 개봉을 기념해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주목해야 할 세 영화를 소개한다. 그가 만든 모든 영화가 훌륭하다고 단언할 수 있지만 지면의 특성상 세 작품만 꼽아야 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BEST 1.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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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양’

‘초록물고기’부터 ‘시’까지 그가 만든 다섯 작품이 모두 뛰어나지만, 그 중에서도 주저 없이 최고의 영화로 꼽을 수 있는 영화가 바로 ‘밀양’이다. 작고한 이청준 작가의 단편 소설 ‘벌레 이야기’를 재해석해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이창동 감독이 바라본 인간 군상과 세상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남편을 잃고 홀로 아들 준이를 키우는 신애(전도연 분)는 남편의 고향인 밀양에서 새 삶을 준비한다. 피아노 학원을 열고 마을 사람들과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아이가 돌아오지 않았다. 걸려온 유괴범의 전화에 신애는 돈을 건네고 아이를 되찾으려 하지만 아이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다. 깊은 슬픔에 잠긴 신애는 신으로부터 구원을 찾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를 살해한 유괴범 역시 신에게 용서를 받았다고 말한다.

 

극중 신애 역을 맡아 극을 이끌어 가는 배우 전도연의 연기는 관객들의 가슴을 저민다. 남편과 아이를 잃고 홀로 남은 상황에서 신에게도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며 무너져 내리는 한 인간의 연약함. 전도연은 이 영화로 왜 그녀가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이라고 불리는지 스스로 입증해냈다. 그녀는 제60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한 함께 출연한 송강호는 이 영화에서 신애 곁을 지키는 카센터 사장 종찬 역을 맡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주인공 자리를 놓치지 않는 송강호가 이 영화에선 조연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분량과 상관없이 ‘밀양’은 그가 얼마나 위대한 배우인지를 다시 한 번 깨우쳐 주는 작품이다. 종찬의 캐릭터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무엇을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를 알고 그 이상을 표현해내면서 형언할 수 없는 뭉클함을 선사한다.

 

“영화라는 매체가 도달할 수 있는 깊이”를 보여준다는 이동진 평론가의 평가처럼, ‘밀양’은 인간과 인간이 사는 세상, 신과 용서 등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동시대 관객들과 유리되지 않고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BEST 2.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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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

손자와 단둘이 사는 할머니 미자(윤정희 분)가 있다. 간병인으로 일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미자는 남은 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문화강좌를 통해 시를 배우기 시작한다. 주변 사물들을 소재로 삼아 시를 만들어 가던 미자는 손자가 동급생 성폭행 사건에 가담했다는 사실, 그리고 피해 학생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충격에 빠진다.

 

영화는 제목처럼 ‘시’를 배워 가는 한 노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나올 정도로 우리에게 시는 국어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오래된 유물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시라는 매체와 예술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다. 배우 윤정희의 복귀작이자 칸 국제 영화제 각본상 수상으로 더욱 화제가 된 작품으로, 문화강좌에서 시를 가르치는 선생 ‘김용탁’으로 깜짝 등장하는 김용택 시인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한편으로 ‘시’는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깊이 다가오는 작품이다. 학교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고, 피해자는 자살한다. 가해 학생들의 보호자들은 이 사건이 아이들(가해자들)의 미래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상금을 통해 사건을 간단히 해결하려 한다. 극중 미자는 가해 학생의 보호자인 동시에,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으로 그 또한 간병인으로 생활하면서 수모를 당한다. 미자는 영화 말미 피해 학생을 떠올리고 그의 처지에 공감하며 시를 만든다.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른 지금, 심지어 몇몇 남성 시인들의 성폭력 전력이 드러난 요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BEST 3. ‘박하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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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하사탕’

이창동 감독 작품 속 장면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을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이 영화 속 장면이 꼭 거론된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주인공 영호(설경구 분)가 철로 위에서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는 장면이다. 얼마 전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하기도 했던 ‘박하사탕’ 역시 이창동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영호가 오르는 철로에서 시작한 영화는 ‘다시 돌아가고 싶다’던 영호의 인생을 따라 거꾸로 가는 기차를 타고 한국 사회의 지난 2~30년을 훑는다. 그가 거쳐온 8~90년대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중년 남성인 영호는 비겁하고 야비하면서 동시에 가련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과거 운동권 학생들을 고문하던 경찰이었고, 가정을 두고 불륜을 저지르는 부도덕한 인물이다. 그런 한편으로 IMF의 타격을 온몸으로 맞고, 사기를 당해 인생이 망가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시간을 거슬러, 80년 5월에 도달하면 군인으로 광주에 내려간 청년 영호의 모습이 그려진다. 한 때 순수했던 그와 그에게 박하사탕을 건네던 그의 첫사랑 순임의 모습은 아련한 추억처럼 박제된다.

 

가슴 아픈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한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본 ‘박하사탕’은 철저하게 짜인 플롯과 독특한 구조로 주목 받았다. 역사적 사건을 거치며 순수성을 잃고 폭력의 주체가 되어 살아온 영호의 모습을 통해 사회가 낳은 왜곡된 남성성을 반추하는 작품이다. 반대로 그러한 남성성에 순수함이라는 면죄부를 주는 영화라는 비판도 유념하고 봐야 한다. 지천명 아이돌 설경구와, 충무로를 든든히 받치고 있는 배우 문소리의 연기 인생에 출발점이 된 작품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필자 소개

이상헌. 영화를 혼자 보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생은 짧고 볼 만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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