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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 사회심리학]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이야

2018년 05월 12일 15:00

왜 나는 나에게 제일 못되게 굴까?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자애로운 사람을 한번 떠올려보자. 그는 누군가가 힘들 때 “지금 네가 많이 힘들구나. 네가 힘드니 내 마음이 아프다. 내가 뭔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겠니?”라고 물을 것이다. 잘잘못에 대한 판단은 그 다음이다. 지쳐 쓰러져 있는 사람을 일으키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유독 ‘자기 자신’이 힘들 때는 우선 판단하고 따지고 보는 편이다. ‘너(내)가 그러니까 안 돼지! 너(나)는 왜 이모양이니! 인생 망했네’라는 나쁜 말들, 소중한 사람에게는 절대 하지 않을 악담을 자기 자신에게 던진다. 왜 그러는 걸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잘 나간다고 해서 더 좋아하고 그렇지 않다고 해서 미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왜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는 ‘조건적 사랑’을 하는 걸까? 


힘들 때 어떤 사람이 진정한 친구인지 드러난다는 말이 있다. 나는 과연 나 자신에게 진정한 친구인 걸까?

 

 

자존감은 근거를 필요로 한다 


자존감은 나(자)를 존(존)중하는 느낌(감)으로 내가 나를 얼마나 좋거나 또는 나쁜 사람으로 보고 있는지에 대한 두루뭉실한 판단이다.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여전히 자기 자신에 대한 호불호와 옳고 그름에 가까운 ‘평가’인 만큼 자존감을 유지하는 데는 보통 ‘근거’가 필요하다. 내 삶이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고 일도 인간관계도 그럭저럭 괜찮다는 느낌이 있어야 나 자신을 좋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존감은 삶의 ‘원인’이라기보다 ‘결과’ 또는 한 가지 증상에 가깝다고 보는 학자들이 있다(Leary & MacDonald, 2003).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삶은 항상 반짝거리지 않는다. 내가, 내 삶이 괜찮다고 여겨지지 않는 상황이 반드시 생기게 된다. 이럴 때 나의 ‘내용(나는 멋지고 특별하고 사랑받을만한 사람이야)’에 기반하고 있는 자존감은 쉽게 무너지게 된다(Pyszczynski et al., 2004). 

 

따라서 어떤 학자들은 진정한 자존감이란 근거를 필요로 하지 않아야 하며 삶의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맥락에서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 같은 학자들은 진정한 자존감true-self-esteem과 조건부 자존감contingent self-esteem을 구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Deci & Ryan, 1995). 하지만 문제는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자존감을 갖는 일이 무척 어렵다는 사실이다.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평가하는한 말이다. 

 

 

 

나의 ‘내용’에 집착하는 것의 한계


일례로 자신에게 비판적인 완벽주의자(self-critical perfectionist)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Dunkley et al., 2003). 1) 지속적인 자기검열 2) 자신의 행동에 대한 과도한 비판적/부정적 평가 3) 좋은 결과를 내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함 4)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대한 과한 걱정 5) 모든 일에서 자기 검열을 하며 자신의 좋은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을 선택/확대해석하기 때문에 일상의 작은 일에서도 사사건건 스트레스를 받음 6) 일이 잘못됐을 때는 그걸 자신의 능력/자질 부족, 자기 성격이 이상한 탓이라며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들임.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검열하며 평가하는 한 99가 괜찮아도 단 하나가 이상하다면 그 하나를 가지고 자신을 때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어할수록, 더 잘 하려고 애를 쓸수록 여전히 늘 부족한 것 같은 불안감과 자기 혐오만 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를 향해서도 따뜻할 것(자기자비)


따라서 듀크대학(Duke University)의 심리학자 마크 리어리(Mark Leary)와 택사스대학(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의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 등의 학자들은 자신의 내용에 집착하기 전에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를 점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실제로 평가자의 태도를 버리고 자신에게도 너그럽고 자애로운 ‘지지자’로서의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근거에 덜 의존적이며 소위 진정한 자존감에 가까운 건강한 자존감을 갖는 경향을 보인다는 발견들이 있었다(Barnard & Curry, 2011). 자신을 향한 기본 태도가 평가가 아닌 ‘이해’와 ‘받아들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을 향해 따듯한 지지자로서의 태도를 갖는 것을 자기자비(self-compassion)라고 한다. 

 

잘 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삶은 원래 어렵고 인생 1회차인 내가 실패하는 건 당연하다고, 잘나가는 사람들만 바라보며 왜 너(나)는 10% 안에 들지 못하냐고 다그칠 게 아니라 90%의 사람들이 실패하는데 너라고 실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냐고, 내가 이 정도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것도 실은 대단한 일이라고, 사랑받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 아니라고 삶에 대한 ‘현실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을 갖는 것이다. 


어쩌다 마음이 많이 힘들다면 이런 일로 힘들어하는 내가 싫고 또 이런 일로 힘들어하는 내가 싫은 내가 싫네 등등 또 다시 자신을 판단해버릇하는 것을 멈추고 그저 ‘내가 지금 많이 힘들구나. 그 일이 내게 중요한 일이었구나. 내가 그간 수고가 많았구나’하고 바라봐주면 되는 것이다. 

자존감이 아무리 높아도(스스로를 정말 멋지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자신에게 너그러운 태도를 가지지 않으면 여전히 때때로 성에 차지 않게 행동하는 자신에게 매몰찬 태도를 보이는 것이 가능하다(Neff & Vonk, 2009).

 

 

나에게 따듯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


스스로에게 너그러울 줄 아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비교적 정확한 자기지각을 보이기도 한다. 보통 자존감이 낮거나 높은 사람들 모두 다소 비현실적인 자기지각을 보이는 편이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뒤 그 영상을 보며 자신의 수행을 평가해보라고 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평가한 것보다 자신의 수행을 낮게 평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평가한 것보다 자신을 더 좋게 평가하고 자기 외에 다른 사람들은 낮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너그러울 줄 아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 대해 이런 왜곡된 지각을 보이지 않고 비교적 정확한 평가를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Leary et al., 2007). 타인을 깎아내려서 자아를 방어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잘하든 못하든 격려 받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못했다고 해서 버림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패 후에도 자신에게 너그러울 줄 아는 사람들은 내가 실패하는 게 뭐가 대수냐고 비교적 쉽게 털어버리는 동시에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 또한 더 많이 하는 편이다(Leary et al., 2007). 반대로 자신에게 너그럽지 않은 사람들은 실패를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기며 충격 또한 크게 받아 정작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은 보이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존감은 높지만 스스로에게 너그럽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두려워 애꿎은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스스로에게 너그러울줄 아는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이 존재한다면 쿨하게 인정하고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심리학자 Leary와 Neff 등의 학자들은 스스로에 대한 너그러움이야말로 높거나 낮지만 건강하지 않은 자존감의 아주 좋은 대안이라고 이야기한다(Neff, 2003). 특히 자존감에 상처가 났을 경우 너그러움이 좋은 해결책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진정한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질 때다.

 

*출처 : 지뇽뇽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2018> 어떻게 해야 나를 향해 평가자의 태도를 버리고 지지자의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요? 불필요한 불행을 없애는 자기자비 연습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이 나왔습니다. 

 

[1] Barnard, L. K., & Curry, J. F. (2011). Self-compassion: Conceptualizations, correlates, & interventions.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15, 289-303.
[2] Deci, E. L., & Ryan, R. M. (1995). Human autonomy: The basis for true selfesteem. In M. Kemis (Ed.), Efcacy, agency, and self-esteem (pp. 31-49). New York: Plenum.
[3] Dunkley, D. M., Zuroff, D. C., & Blankstein, K. R. (2003). Self-critical perfectionism and daily affect: Dispositional and situational influences on stress and cop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4, 234-252.
[4] Leary, M. R., & MacDonald, G. (2003). Individual differences in self-esteem: A review and theoretical integration. In M. R. Leary & J. P. Tangney (Eds.), Handbook of self and identity (pp. 401–418). New York: Guilford Press.
[5] Leary, M. R., Tate, E. B., Adams, C. E., Batts Allen, A., & Hancock, J. (2007). Self-compassion and reactions to unpleasant self-relevant events: the implications of treating oneself kindl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2, 887-904.
[6] Neff, K. (2003). Self-compassion: An alternative conceptualization of a healthy attitude toward oneself. Self and Identity, 2, 85–101.
[7] Neff, K. D., & Vonk, R. (2009). Self‐compassion versus global self‐esteem: Two different ways of relating to oneself. Journal of Personality, 77, 23-50
[8] Pyszczynski, T., Greenberg, J., Solomon, S., Arndt, J., & Schimel, J. (2004). Why do people need self-esteem? A theoretical and empirical review. Psychological Bulletin, 130, 435-468.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현재는 UNC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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