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과학 지식을 접하는
가장 똑똑한 방법!

올드한 카네이션의 대반란...투톤, 파스텔톤, 화려한 겹꽃

2018년 05월 07일 09:00

[엄빠도 멋을 안다!]

 

‘어버이날 가장 받기 싫은 선물’ 1위는 무엇일까. 그렇다, (놀랍지 않게도) 카네이션이다. 자식이 주는 선물 중에 싫은 것이 어디 있겠냐만은, 새빨간 카네이션은 집안에 꽂아두기도, 계속 옷에 달고 다니기도 애매한 꽃이다.

 

나름 우리나라 꽃 판매 4위를 기록하는 카네이션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최근 우리가 알던 카네이션과는 다른 특이한 카네이션들이 시장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요즘 유행에 맞춰 변신을 시도한 카네이션들을 만나보자.

 

이미지 확대하기올드한 카네이션의 대반란 - 최지원 기자 제공
올드한 카네이션의 대반란 - 최지원 기자 제공

 

 

● 1만 분의 1 경쟁 뚫은 올해의 ‘신(新)’ 카네이션은?

 

“어머, 얘가 예쁘네. 꽃잎 끝이 어쩜 이렇게 색이 진해?”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4일,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열리는 ‘국제고양꽃박람회’의 한 부스에서는 꽃만큼이나 화려한 색의 옷으로 무장한 이들이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었다. 바로 카네이션 품평회 자리였다. 


이 품평회는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마련한 자리로, 5월 3일부터 8일까지는 카네이션과 거베라, 9일부터 13일까지는 장미 품종을 평가한다. 카네이션은 아직 품종으로 개발되지 않은 14개 계통을 전시한 뒤, 시민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한 개만 품종으로 개발된다. 처음 개발부터 따지면 1만 분의 1 확률의 치열한 경쟁이다. 

 

이미지 확대하기아직 품종이 되기 전인 계통 단계의 카네이션 14개. 이 중 한 개의 카네이션만이 품종으로 개발된다. - 최지원 제공
아직 품종이 되기 전인 계통 단계의 카네이션 14개. 이 중 한 개의 카네이션만이 품종으로 개발된다. - 최지원 제공

 

 

이미지 확대하기국제고양꽃박람회에서 열린 거베라, 카네이션 선호도 평가. 카네이션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것은 분홍 색 꽃잎에 붉은 테두리가 있는 18번이었다(오른쪽 사진). - 최지원 제공
국제고양꽃박람회에서 열린 거베라, 카네이션 선호도 평가. 카네이션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것은 분홍 색 꽃잎에 붉은 테두리가 있는 18번이었다(오른쪽 사진). - 최지원 제공

이 날 가장 많은 인기를 끈 것은 분홍색 꽃잎 끝이 진한 보라색으로 물들여진 계통이었다. 그 뒤를 이은 꽃 역시 다홍색의 꽃잎에 끝이 진한 빨강색이었다. 이렇게 한 꽃에 두 가지 색이 공존하는 꽃을 ‘투톤(복색)’이라고 부른다. 박종택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사는 “최근 투톤 카네이션의 반응이 좋다”며 “꽃잎 끝만 색이 다른 꽃이 드물 뿐만 아니라, 카네이션은 유독 색이 선명하게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꽃의 색과 선명함을 결정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꽃에 들어있는 색소의 종류, 액포의 수소이온농도(pH), 잎의 물리적 구조다. 카네이션은 장미나 국화에 비해 꽃잎이 얇은 구조라 색이 더 선명하게 나타난다. 박 농업연구사는 “카네이션의 경우, 장미에 비해 보라색과 같이 진한 색들이 잘 발현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 파스텔톤, 꽃잎이 풍성해야 인기 많아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새로 개발되는 카네이션의 색은 파스텔톤이 많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1998년부터 카네이션 16개 품종을 개발했다. 하얀 바탕 색에 잎 끝이 분홍빛인 ‘드림 별(2002)’, 연두 빛의 ‘그린뷰티(2014)’, 베이지색 바탕색에 붉은 테두리를 가진 ‘크림매직(2016)’ 등 모두 연한 색이다.


여전히 ‘카네이션=붉은 색’이라는 인식 때문에, 빨간 카네이션의 판매량이 가장 높기는 하지만 어버이날이 있는 5월에만 팔린다는 단점이 있다. 박 농업연구사는 “다른 꽃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파스텔톤의 카네이션만이 연중 내내 판매된다”고 말했다. 실제 일년 내내 꾸준히 안정적인 판매를 유지하는 건 ‘그린뷰티’와 ‘드림 별’이다. 

 

이미지 확대하기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카네이션들이다. 왼쪽부터 퍼플뷰티(2014), 마블뷰티(2013), 드림 별(2002)이다. - 최지원 제공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카네이션들이다. 왼쪽부터 퍼플뷰티(2014), 마블뷰티(2013), 드림 별(2002)이다. - 최지원 제공

인기 있는 카네이션 품종의 또 다른 특징은 꽃잎이 아주 풍성하다는 점이다. 카네이션처럼 꽃잎이 여러 개 겹쳐있는 꽃을 ‘겹꽃’이라고 하는데, 수술이나 암술이 꽃잎으로 변한 꽃이다. 반면 무궁화처럼 꽃잎이 겹치지 않은 상태로 펼쳐진 꽃을 홑꽃이라고 한다. 수술이 밖으로 드러나 있어 겹꽃보다 생식에 유리하다. 


이런 이유로 자연에는 겹꽃보다 홑꽃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우리가 꽃집에서 보는 꽃들은 대부분 겹꽃이다. 꽃잎이 여러 개인 겹꽃들이 훨씬 화려하고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카네이션 역시 홑꽃인 패랭이꽃에서부터 탄생했다. 박 농업연구사는 “변이가 일어나 겹꽃이 된 패랭이꽃을 육종하면서, 카네이션이 만들어졌다”며 “지금은 점점 더 꽃잎이 풍성하게끔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꽃의 색과 모양을 원하는 대로 선택해서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요가 많은 장미는 유전자를 조작해 푸른 빛을 내는 장미를 개발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꽃 모양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카네이션은 대부분 교배를 통해 품종을 개발한다. 박 농업연구사는 “교배를 통해 카네이션의 색이나 모양이 다양해지면서, 여기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기란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국내에서 카네이션의 유전자 연구가 시작되기까지는 한참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LUS.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푸른 카네이션, 문더스트(Moondust)

 

이미지 확대하기산토리와 플로리진이 유전자조작을 통해 만든 푸른 카네이션들이다. 왼쪽부터 아쿠아블루, 라일락블루, 프린세스블루, 벨벳블루다. - Santory 제공
산토리와 플로리진이 유전자조작을 통해 만든 푸른 카네이션들이다. 왼쪽부터 아쿠아블루, 라일락블루, 프린세스블루, 벨벳블루다. - Santory 제공

일본의 위스키 제조회사 산토리(santory)와 호주 벤처회사 플로리진(florigene)은 1994년 푸른 카네이션, '문더스트'를 개발해 1996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페튜니아의 게놈에서 푸른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 일명 ‘블루 진(blue gene)’을 찾아내 카네이션에 이식했다. 


꽃에는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가 있다. 안토시아닌은 탄소 6개로 이뤄진 육각형 고리 3개가 이어진 형태로, 고리에 어떤 물질이 붙느냐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수산화기(-OH)가 붙으면 푸른 빛을 내는 ‘델피니딘’이 된다. 블루 진은 델피니딘의 전구 물질인 DHK라는 물질을 델피니딘으로 바꿔주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다. 


연구진은 블루 진을 장미와 카네이션에 모두 이식했지만, 이 유전자가 카네이션에만 작동해 푸른 빛(실제로는 보라색에 가깝다)을 띠는 ‘문더스트’가 개발됐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관련 태그 뉴스

동아사이언스 SNS로
최신 소식을 받아 보세요!

  • 과학동아
    과학동아페이스북 과학동아카카오스토리 과학동아트위터
  • 과학동아천문대
    과학동아천문대페이스북
  • 어과동TV
    어과동TV페이스북
관련 태그 뉴스

동아사이언스 SNS로
최신 소식을 받아 보세요!

  • 과학동아
    과학동아페이스북 과학동아카카오스토리 과학동아트위터
  • 과학동아천문대
    과학동아천문대페이스북
  • 어과동TV
    어과동TV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