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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연구 재개 결정…계속되는 ‘반쪽짜리 공론화’ 논란

2018년 05월 01일 03:00

과기정통부, 재검토위 권고 받아들여
2020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개발 재개

 

정부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재활용하는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SFR) 연구개발을 재개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올해 3월 사업재검토위원회가 내놓은 권고 사항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재검토위는 연구를 수행해 왔던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와 이에 반대하는 탈(脫)원전 시민단체 구성원 등을 포함해 양측 패널들의 주장을 검증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반대 측 패널들이 제대로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결론이어서 이번 공론화 자체가 무의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지 확대하기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소(수조). 현재까지 누적된 사용후핵연료는 1만5000t에 이른다.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소(수조). 현재까지 누적된 사용후핵연료는 1만5000t에 이른다.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의 타당성 입증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핵심기술 확보에 중점을 두고, 2020년까지 해당 연구개발사업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는 국회가 사전에 조건부 확정한 예산 406억 원이 지원된다. 연구개발사업의 엄격한 관리를 위해 비원자력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별도의 평가단을 구성해 반기별로 연구 성과를 점검하고 그 결과도 국민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전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고독성·장반감기 핵종을 분리해 차세대 원자로인 SFR의 연료로 재처리하는 기술이다. 사용후핵연료의 부피를 20분의 1로 줄이고 방사능도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사업에 1997년부터 현재까지 6794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탈원전 시민단체 등은 파이로프로세싱이 원전 운영을 전제로 하는 기술이라는 점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 핵 무장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연구개발 중단을 요구해 왔다. 국회에서도 기술의 실현 가능성, 투자 대비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 국회의 요청에 따라 비원자력 분야의 이공계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재검토위와 찬성 측 패널 5명, 반대 측 패널 5명을 꾸려 연구를 지속할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2011년부터 ‘한-미 원자력협정’에 의거해 한-미 핵연료주기 공동연구를 수행해 온 원자력연은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 연구로에서 2020년까지 예정된 최종 3단계 연구를 앞둔 상황이었다. 약 3조6000억 원 규모의 파이로프로세싱 실증시설 건설·운영 타당성을 검증하는 연구다.

 

반대 측 패널, 재검토 참여 ‘보이콧’ 했지만
재검토위, 과기정통부 요청에 결론 내려
국회 “정부, 공론화 위한 노력 없었다” 지적

 

하지만 반대 측 패널 전원은 올해 1월 초부터 재검토위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검토 참여를 ‘보이콧’ 해왔다. 이들은 △재검토위 인적 구성, 운영 규정, 회의록 등 공개 △양측 패널 의견 청취회 대국민 공개 △재검토 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반대 측 패널 중 한 명은 “찬성 측 패널은 사업을 수행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들인 만큼 자료 제출에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반대 측 패널에겐 검증 자료를 확보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검증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찬성 측 패널의 송기찬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연료주기기술연구소장은 “반대 측이 제기한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창선 과기정통부 원자력연구개발과장은 “재검토 기간 동안 최대한 반대 측 패널들도 동참하길 설득했었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당초 계획은 올해 1월 말까지 결론을 내리는 것이었고, 연구에 참여하는 많은 연구원들의 거취가 걸려 있어 전반적인 상황을 국회에도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하기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연구개발사업 재검토 양측 패널 간 주요 쟁점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연구개발사업 재검토 양측 패널 간 주요 쟁점

반대 측의 보이콧이 장기화 된 가운데 재검토위는 최종보고서를 3월 과기정통부에 제출했다. 보고서에서 재검토위는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2020년까지 정부는 올해 수준의 예산을 3년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검토위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연구에도 중점을 두어 추진하는 한편, 개발된 연구 성과는 일반에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등 국민수용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또 다른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이번 재검토가 ‘반쪽짜리 공론화’라는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단체 핵재처리실험저지30㎞연대는 “과기정통부가 기습적으로 연구를 강행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규탄하는 긴급기자회견을 2일 열겠다고 밝혔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재검토위원회에서도 핵비확산성에 대해 명확히 결론내리지 못했음에도 이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과기정통부는 재검토위 핑계를 대며 공론의 장을 한 차례도 열지 않았고, 연구개발 재개에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하는 시민 사회와 원자력계를 설득하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도 “미국만을 위한 종속 연구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축적된 사용후핵연료 1만5000t
임시 저장은 수년 내 한계 도달
“처분 방식 사회적 합의가 더 중요”

 

단순히 연구개발사업의 지속 여부가 아니라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도록 좀 더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찬성측 패널의 또 다른 전문가는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사용후핵연료의 간접 처리(파이로프로세싱) 방식과 직접 처리(단순 매립) 방식 중 어느 쪽을 택할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소장도 “파이로프로세싱을 제외하면 현재로서는 단순 매립밖에는 방법이 없다. 연구개발사업은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방법의 선택지를 늘리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축적된 사용후핵연료는 약 1만5000t이다. 문재인 정부의 단계적인 탈원전 계획이 그대로 실현된다고 해도 마지막 원전이 중단되는 2070년까지 2만5000t이 더 생긴다. 원전 습식저장조(수조)에 일정 기간 임시 저장한다는 방침이지만, 2024년이면 고리 1·2·3·4호기와 신고리 1·2·3호기의 수조가 모두 포화 상태에 이른다. 가동하지 않고 있는 신고리 4호기 수조와 신설될 임시 건식저장조를 합하더라도 수년 정도가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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