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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치료제 나올까?

2018년 05월 01일 14:00

 

“앞으로 더 많은 감염사례가 나올 것이다. 이번 시즌은 이제 막 시작했다.”
- 하세가와 히데키, 일본 국립감염질환연구소 병리학자

 

지난주 질병관리본부는 4월 20일 충남 청양군에서 올해 첫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62세 여성으로 13일 발열과 설사 증상이 나타났고 15일 입원해 집중치료를 받았으나 패혈증, 혈소판 감소 등으로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 이 여성은 산에서 나물을 캐다 진드기와 접촉한 것으로 보이며 19일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지난해 첫 사망자가 5월 9일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19일이나 빠르다.

 

이미지 확대하기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수 및 사망자수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환자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사망자수는 정체를 보이다 지난해 갑자기 늘어 치사율이 20%에 이르렀다. 중국과 일본 역시 환자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치사율은 한 자릿수로 내려갔다. - 질병관리본부 제공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수 및 사망자수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환자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사망자수는 정체를 보이다 지난해 갑자기 늘어 치사율이 20%에 이르렀다. 중국과 일본 역시 환자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치사율은 한 자릿수로 내려갔다. - 질병관리본부 제공

주로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려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SFTS는 2013년 처음 환자가 보고된 이후 해가 지날수록 빠른 속도로 환자 수가 늘고 있다. 한편 사망자수는 정체를 보이는 듯하다가 지난해 크게 늘어 54명에 이르렀다. 지난 5년 동안 환자 607명에 사망 127명으로 치사율 21%에 이르는 가공할 질병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제 막 시즌이 시작한 올해에는 환자수 500명, 사망자수 100명을 돌파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미지 확대하기질병관리본부 제공
질병관리본부 제공

 

 

중국과 일본은 치사율 한 자릿수

 

학술지 ‘네이처’ 4월 19일자에도 동아시아 한중일 세 나라의 SFTS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기사가 실렸다. SFTS는 2009년 중국에서 첫 환자가 보고된 이래 2013년 한국과 일본에서 첫 환자가 나왔고 그 뒤 세 나라 모두에서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16년 환자수가 2600여 명이었고 일본도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50%나 늘어났다.

 

다만 치사율은 급격히 낮아져 중국의 경우 2013년 30%에서 2016년에는 3%에 불과했고 일본도 8%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치사율이 낮아진 건 지난 수년 사이 이 병이 널리 알려지면서 증상 초기에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고(아직 치료제는 없지만) 의심이 가면 검사를 받다 보니 병세가 약한 환자에서도 바이러스 양성반응이 꽤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2013년 47%에서 2016년 12%로 감소추세를 보이다가 2017년 다시 20%로 높아졌다. 세 나라의 차이가 바이러스 병독성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아무튼 SFTS바이러스가 생각보다는 전염성이 강하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즉 지난해 일본에서는 길고양이를 쓰다듬어주다 물린 40대 여성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고 자신의 반려견에게 감염된 남성도 나왔다. 숲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SFTS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건 아니라는 말이다. 아직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SFTS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한다면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그런데 기사 말미에 일본에서 SFTS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제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는 반가운 내용이 짤막하게 언급됐다. 게다가 완전 신약후보물질이 아니라 2014년 일본에서 독감(인플루엔자)치료제로 허가가 난 파비피라비어(favipiravir. 제품명 아비간(Avigan))가 임상 대상 약물이다. 즉 인체 안전성이 확인된 약물이기 때문에 약효만 확실하다면 빠른 시간 안에 SFTS치료제로 허가가 나 현장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약물이 어떻게 SFTS바이러스에도 듣는 것일까.

 

 

독감치료제로 임상시험 들어가

 

독감치료제의 대명사인 타미플루의 경우 인플루엔자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효소인 뉴라미니다아제(neuraminidase)에 달라붙어 작용을 방해하는 약물이다. 즉 세포 안에서 복제된 바이러스들이 세포를 빠져나갈 때 뉴라미니다아제가 세포막에 있는 단백질과 결합을 끊어야 하는데 타미플루가 이걸 막아 바이러스가 세포에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것이다. 

 

반면 파비피라비어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복제를 교란하는 약물로 일본 토야마화학이 개발했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음성가닥 RNA, 즉 전령RNA(mRNA)의 상보적인 염기서열을 게놈으로 한다. 파비피라비어의 분자구조는 DNA나 RNA를 이루는 네 염기 가운데 구아닌이나 아데닌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그 결과 바이러스의 RNA중합효소가 게놈을 복제할 때 구아닌이나 아데닌 대신 파비피라비어(엄밀히는 대사물인 파비피라비어 삼인산)를 가져다 쓰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그 결과 새로 만들어진 게놈이 엉망이 돼 바이러스 증식에 실패한다.

 

바이러스의 표면구조를 이루는 유전자는 숙주에 침투하거나 면역계를 피하기 위해 돌연변이가 빠르게 일어났기 때문에 음성가닥 RNA 바이러스라도 종류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면 숙주 세포 안에서 자신의 게놈을 주형으로 해서 복제를 하는데 관여하는 RNA중합효소는 다들 비슷비슷하다. 포유류에 속하는 사람과 돼지는 겉모습이 전혀 다르지만 심장이나 간 같은 내부 장기는 비슷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음성가닥 RNA 바이러스에는 이름만으로도 공포의 대상인 에볼라바이러스를 필두로 웨스트나일바이러스, 황열바이러스, 구제역바이러스 등 사람과 가축을 위협하는 바이러스가 포진해 있다. SFTS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번야바이러스(Bunyavirus)에 속하는 신종 바이러스로 역시 음성가닥 RNA 바이러스다. 

 

따라서 파비피라비어는 독감치료제를 넘어 음성가닥 RNA 바이러스에 폭넓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2014년 서아프리카 3개국에 에볼라가 창궐했을 때 의료활동을 하다 감염된 한 프랑스 간호사가 파비피라비어를 투여받고 회복된 사례가 있다. 그 뒤 에볼라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됐고 체내 바이러스 농도가 낮거나 중간인 환자들에게는 꽤 효과가 있었지만 높은 환자들에게는 소용이 없었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미지 확대하기2014년 일본에서 독감치료제로 허가가 난 파비피라비르(아래 분자)는 세포에 들어가면 인체 효소의 작용으로 활성형(T-705RTP)으로 바뀌어 인플루엔자바이러스 게놈의 복제(replication)를 교란해 증식을 차단한다. 파비피라비르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뿐 아니라 그림의 에볼라바이러스(EBOV)를 비롯해 다른 음성가닥 RNA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놈 복제에 관여하는 RNA중합효소의 구조가 다들 비슷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파비피라비르의 SFTS치료제 효과를 확인하는 3상 임상시험이 시작됐다. - ‘생유기&의약화학 레터스’ 제공
2014년 일본에서 독감치료제로 허가가 난 파비피라비르(아래 분자)는 세포에 들어가면 인체 효소의 작용으로 활성형(T-705RTP)으로 바뀌어 인플루엔자바이러스 게놈의 복제(replication)를 교란해 증식을 차단한다. 파비피라비르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뿐 아니라 그림의 에볼라바이러스(EBOV)를 비롯해 다른 음성가닥 RNA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놈 복제에 관여하는 RNA중합효소의 구조가 다들 비슷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파비피라비르의 SFTS치료제 효과를 확인하는 3상 임상시험이 시작됐다. - ‘생유기&의약화학 레터스’ 제공

SFTS의 경우도 이미 소규모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즉 일본 에히메대가 주도해 2016년 5월에서 12월까지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파비피라비어를 투여했는데 체내 바이러스 수치가 가장 높았던 두 사람은 사망했고 나머지 여덟 명은 회복됐다. 이 과정에서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즉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은 사람에게 바로 파비피라비어를 투여하면 꽤 효과가 있을 거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일본 토야마화학은 지난 3월부터 파비피라비어를 SFTS치료제로 쓰는 본격적인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참고로 2014년 에볼라 임상 때도 그렇고 2016년 SFTS 임상도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임상은 아니다. 즉 환자의 절반에게는 진짜 약을 나머지는 가짜 약을 주고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을 보는 게 아니라(이 경우 환자는 물론 연구자도 누가 진짜 약을 받고 누가 가짜 약을 받았는지 모르는 ‘이중맹검’ 상황이다) 환자 전부 진짜 약을 받은 임상시험이다. 이미 허가를 받은 약물로 안전성이 사실상 확보된 상태에서 약효의 통계적 유의성을 보겠다고 죽어가는 사람들 절반에 가짜 약을 주는 건 비윤리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식 3상 임상시험에서도 그런지 아니면 약효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이중맹검으로 하는지는 모르겠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세 나라 가운데 여전히 두 자릿수 치사율을 보이는 우리나라에서 보건당국이 국민들에게 “야외활동 시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원론적인 말만 하고 앞으로 6개월 동안 나올 수백 명의 환자에게 병원은 치료제도 없이 환자의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극복할 때까지 도와주는 처치만 해준다면 좀 무책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날이 더워져 본격적으로 환자들이 나오기 전에 우리나라 보건당국도 일본 토야마화학과 협의해 서둘러 파비피라비어 3상 임상시험 계획을 확정해 환자 또는 보호자가 임상에 참여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여러 정황상 꽤 효과가 있어 보이는 약물이 이미 개발돼 있는데 환자가 이를 써보지도 못한 채 죽게 방치하는 상황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기를 바란다.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6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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