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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과학기지’에서 분화 모니터링 한다

2018년 04월 27일 06:00

※편집자주. 11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  ‘2018 남북정상회담’의 표어는 ‘평화, 새로운 시작’으로 정해졌다. 어렵게 찾아온 대화의 기회가 평화의 시작이 되기를 기원하는 바람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평창동계올림픽 직후인 지난 3월 각 분야 과학기술인들을 모아 머리를 맞댔다. 화해모드에 들어선 남북이 과학기술 교류를 통해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분야를 도출하기 위해서다.

 

이번 과학동아 5월호 시사기획에서는 4·27 남북정상회담을 맞아 분주한 남북 과학기술계의 움직임을 다뤘다.  그 중 ▲광물자원 개발 ▲백두산 연구 ▲재난 대응 ▲식량 안보 ▲전통 의학 분야를 차례로 싣는다. 

이미지 확대하기북한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진은 2016년 백두산 마그마방의 존재를 최초로 규명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사진은 당시 촬영한 백두산의 모습. - Science Advances 제공
북한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진은 2016년 백두산 마그마방의 존재를 최초로 규명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사진은 당시 촬영한 백두산의 모습. - Science Advances 제공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 전인 946년, 백두산이 분화했다. 화산폭발지수 7(화산 분출물의 양을 기준으로 1~8의 척도로 나눔) 규모의 폭발로 남한 전역을 1m 두께로 뒤덮을 수 있는 화산재가 쏟아져 나왔다. 2002~2005년 백두산에서는 약 3000회의 지진이 발생하고, 천지 일대가 수십cm나 부풀어 올랐다. 전문가들이 백두산을 언제든 분화 가능한 ‘슈퍼화산’으로 경고하는 이유다.


화산폭발지수 5의 분화가 생기면 화산재는 10km 위 성층권까지 올라갔다가 함경도 쪽으로 향한다. 약 300만 명의 함경도 주민은 전기가 끊긴 암흑 속에서 살게 된다.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이 견디기 어려운 수준의 재난 상황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남북 과학기술협력이 백두산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위 사진)은 “백두산 분화 확률은 100%로, 그 시기와 규모를 예측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를 위해 백두산 천지 아래 마그마방의 상태를 조사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활화산인 온다케의 경우 등산로를 중심으로 관측 시스템이 설치됐지만, 2014년 폭발을 예측하지 못했다. 지표 시스템만으로는 폭발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책임연구원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진은 마그마방의 거동을 직접 파악할 수 있도록 국제대륙과학시추프로그램(ICDP)에 백두산 화산 마그마 조사연구인 ‘엄마(UMMA·Ultra-deep Monitoring on Magma Activity) 프로젝트’를 제안한 상태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백두산에는 화산 폭발의 역사가 기록돼 있다. 시추를 통해 퇴적물을 파내면 백두산이 몇 년에 한 번씩 분화했으며, 그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미지 확대하기백두산의 정확한 분화 위험을 예측하기 위한 엄마(UMMA) 프로젝트는 백두산 주변 분화구를 시추해 마그마 방의 거동을 살피는 연구다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백두산의 정확한 분화 위험을 예측하기 위한 '엄마(UMMA) 프로젝트'는 백두산 주변 분화구를 시추해 마그마 방의 거동을 살피는 연구다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또 심부관측을 통해 나오는 ‘초임계 유체’의 상태를 파악하면 마그마방의 거동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일도 가능하다. 초임계 유체는 고온 고압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로 밀도는 액체와 유사하지만, 기체처럼 확산한다. 이 책임연구원은 “초임계 유체의 온도, 활동, 산성도(pH) 변화 등의 데이터를 모아 통계모델을 만든다면 백두산 분화 위험을 경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며 “땅 속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마그마방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백두산 공동연구는 지금까지 북한이 3차례에 걸쳐 제안하며 시행 목전까지 왔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2007년 12월 남북 환경보건실무자회의에서 처음 제시된 뒤 전문가그룹을 만들었지만, 2008년 금강산 피격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무산됐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이듬해인 2011년 3월에는 남한의 문산과 북한의 개성에서 두 차례에 걸쳐 전문가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북한이 막판에 거부해 종결됐다. 이 책임연구원은 “시추를 통해 핵실험 등 북한의 지질 활동 전반을 파악할 수 있다”며 “시추 연구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해 거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11월 북한의 세 번째 제안은 2016년 1월 북한의 6차 핵실험의 여파로 결렬됐다.


남북의 백두산 공동연구가 지연되는 사이 백두산은 장백산이라는 중국식 명칭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2014년부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후원 하에 영국, 미국과 공동으로 백두산 지표면에 광대역 지진관측시스템을 설치해 마그마방의 거동을 살피고 있다. 남한은 ‘폐쇄적 상황’을 이유로 백두산 연구에 한 발 물러서 있는 상황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백두산 과학기지’를 세우고, 천지 일대를 자유과학지대로 설정해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장비를 공유하고, 지식을 교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며 “참여 연구자의 신변 안전, 연구의 지속성 등이 우선 확보돼야 신뢰를 바탕에 둔 공동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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