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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기자의 영화 속 로봇]⑦ 내 의식을 로봇에 옮겨심는다면… 써로게이트

2018년 04월 13일 11:40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로봇을 인간처럼 완벽한 자아를 갖춘 ‘인조인간’으로 묘사하는 경우다. 줄거리를 유지하려면 갈등이 필요한 법인지라 ‘인간만큼 똑똑한 로봇이 인간사회에서 겪는 부조화’가 갈등의 중심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로봇이 정체성에 고민을 겪는다. 혹은 로봇 중심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간을 적대시하기도 한다. 영화 ‘에이아이(A.I)’, ‘바이센테니얼맨’, ‘아이로봇’, ‘터미네이터’ 등 수많은 영화가 이같은 부류에 들어간다.

 

두 번째 부류의 로봇은 그 기능이 제한적이다. 자아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인간이 도구처럼 활용한다. 그러니 갈등의 주인공도 어디까지나 인간이다. 로봇 복싱을 주제로 한 ‘리얼스틸’, 거대로봇과 괴수의 전투를 묘사한 영화 ‘퍼시픽 림’, 소리추적 기능을 가진 로봇으로 잃어버린 딸을 찾아 나서는 한국영화 ‘로봇소리’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두 종류의 구분에 넣기에 매우 애매한 영화가 한 편 있다. 바로 2009년 개봉한 영화 ‘써로게이트’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영화에선 ‘써로게이트’라고 부른다)은 자아가 전혀 없다. 하지만 인간과 거의 같은 외모를 가졌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운동능력도 갖고 있다. 이 로봇은 지능이 없는 대신 로봇의 주인, 즉 인간의 뇌와 직접 연결돼 인간 대신 출근을 하고, 클럽에 놀러 가기도 한다. 오감을 완전하게 전달하기 때문에 다른 로봇과 성행위를 즐기기도 한다.

 

이미지 확대하기써로게이트 조종 시스템. 눈을 가리고 머리에 무언가 특수 장치를 뒤집어 쓴다. 이를 통해 먼 거리에 있는 로봇을 완전히 자신의 몸처럼 통제한다.
써로게이트 조종 시스템. 눈을 가리고 머리에 무언가 특수 장치를 뒤집어 쓴다. 이를 통해 먼 거리에 있는 로봇을 완전히 자신의 몸처럼 통제한다.

●인간의 의식으로 자신만의 로봇 조종

 

써로게이트는 만화가 ‘로버트 벤디티’의 그래픽노블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터미네이터3, U-571, 히어로물 영화 ‘헨콕’ 등 전쟁영화나 액션, SF 영화 등의 작품을 자주 연출했던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주연은 브루스 윌리스가 맡았다. 로봇과 실제 인물(그리스) 사이에서 자아가 오고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해 영화의 현실감을 높이고 있다.

 

영화 속 세계관에서 인간들은 대부분 ‘써로게이트’라는 로봇을 보유하고 있다. 로봇의 주인은 머리에 특수장치를 뒤집어쓰고 침대나 안락의자에 누워 있고, 대신 써로게이트의 몸을 자신의 것처럼 움직인다. 로봇의 몸에 인간의 의식을 옮겨 넣는 셈이니, 로봇을 주인공 자신의 몸처럼 쓸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 역시 그 주체가 로봇이지만, 실상 인간이기도 한 셈이다. 로봇을 충전용 장비에 집어넣고 전원을 끄면 주인은 의식을 되찾아 본래 자신의 몸을 움직인다.

 

써로게이트 시스템은 인간의 몸 일부를 기계장치로 바꾼 사이보그를 다룬 ‘로보캅’이나 ‘600만 달러의 사나이’과는 다르다. 인간이 더 강한 힘을 내도록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아이언맨 등)과도 다르다.

 

물론 써로게이트와 비슷한 설정은 간혹 다른 영화나 만화 등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2009년 말 개봉한 영화 ‘아바타’에선 주인공이 인간이 만든 외계 인공생명체의 몸을 특수장치를 이용해 공유하는 모습이 나온다. 역시 2009년 개봉한 영화 ‘게이머’에도 자신의 의식을 타인에게 옮겨 넣는 장면이 나온다.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툰 ‘외모지상주의’에서도 주인공이 두 개의 몸을 교대로 사용한다. 그러나, 로봇과 인간의 몸을 오고 가는 시스템이 일상에 실용화 된다는 설정은 기자가 알기에는 써로게이트가 처음이다.

 

 

●현실화 가능할까… 극한의 통신 기능 구현이 선결과제

 

이미지 확대하기써로게이트를 보관하고 충전하는 장면. 이 장치에서 나온 로봇은 지구 반대편에 있더라도 주인의 의식에 따라 움직인다. 이정도로 극한의 통신기술이 가능할 것인지가 유사시스템의 실용화 될 지, 그 기술적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써로게이트를 보관하고 충전하는 장면. 이 장치에서 나온 로봇은 지구 반대편에 있더라도 주인의 의식에 따라 움직인다. 극한의 통신기술이 과연 현실에서 가능할 것인지가 유사한 시스템의 실용화 될 지, 그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써로게이트 시스템이 실용화된다면 현실적으로 장점이 크다. 인간은 자신의 몸을 안전한 집안에 두고 여러 가지 위험한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써로게이트를 자신의 방에 두고, 자기 자신이 누워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애써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 있지만, 반대로 회사에 써로게이트를 놔두고 다닐 수도 있다. 만약 회사에 로봇을 한 대 놔둘 수 있다면,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써로게이트 시스템을 머리에 뒤집어쓰기만 하면 순식간에 직장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으니 지구 반대편에서 사는 사람도 얼마든지 직장을 얻을 수 있다. 영화에선 의자에 앉아서만 일을 하는 화면 모니터링용 써로게이트 시스템을 이용해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도 등장한다.

 

군사용 목적으로도 대단히 유용하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군인들은 전쟁 상황에도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군을 향해 달려나갈 수 있다. 군인들은 로봇이 파괴되면, 즉시 새 로봇을 부여받아 작전지로 나설 수 있다. 영화 속에선 군인들이 로봇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실전훈련을 하는 장면도 나온다.

 

영화 속에선 일반 가정용 써로게이트와 직업용 써로게이트의 성능에 차이가 있는 것도 알 수 있다. 일반인은 적당한 범용 시스템을 구매해 일상생활 정도만 가능한데, 형사나 군인들은 육체 능력이 뛰어난 고성능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업그레이드를 맡겼더니 임시로 이런 고물을 줬다’고 말하던 한 등장인물은, 자신의 써로게이트로 정밀한 동작을 하기 어려워 문을 열 때 열쇠조차 똑바로 꼽아 넣질 못한다. 결국 옆에 있는 써로게이트에게 부탁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써로게이트’를 보면서 기술적으로 가장 의문이 갔던 건 통신기술 분야다. 먼저 통신속도의 확보다. 써로게이트를 자신의 몸처럼 사용하려면, 어찌 됐든 인간의 두뇌 신호를 의식을 거의 시차 없이 로봇에게 보내야 하고, 동시에 로봇이 느낀 오감을 모두 컴퓨터 신호로 바꾸어 전송받아서 느껴야 한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발생할 것이다. 현재 기술로 억지로 이런 시스템을 만든다면, 아무리 고성능 컴퓨터를 사용해도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것으로 여겨져 현실에서 이를 자신의 몸처럼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보긴 어렵다.

 

물론 통신 속도나 컴퓨터 처리속도는 지금까지 꾸준히 발전해 왔다. 따라서 이 문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해결할 여지가 있다. 양자컴퓨터 시스템 등 미래형 컴퓨터의 등장으로 해법이 등장할 가능성도 어느정도 남아있다.

 

이미지 확대하기40년 걸리는 계산, 1시간 만에 뚝딱…국내 ‘슈퍼컴퓨터’만해도 80배 빨라졌다. - 사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40년 걸리는 계산, 1시간 만에 뚝딱…국내 ‘슈퍼컴퓨터’만해도 80배 빨라졌다. - 사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이보다 더 궁금한 건 접속방법이다. 즉 먼거리에 떨어져 있는 써로게이트를 인간과 어떤 방법으로 연결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매개체는 전파 뿐인데, 전파를 이용하려면 필수적으로 기지국이 등장해야 한다. 현재까지 생각할 수 있는 시스템은 인공위성이나 휴대전화 기지국 시스템 정도다. 이런 시스템은 잘 구성하기만 하면 국가 전역에 전파를 보내고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파의 음영지역 문제를 해소하긴 어렵다. 차량용 위성 TV, 스마트폰 등을 사용해 보면 현실적으로 수없이 많은 끊김 현상이 발생하고, 전파의 혼선도 피할 수 없다. 이를 완전히 해소하기란 기술적으로 아직 불가능해 보인다.

 

물론 아주 먼 미래에는 전파 이외의 매개체, 예를 들어 중력파나 중성미자 등을 통신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상상해 볼 수는 있다. 이런 매개체는 현실적으로 음영지역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현실화 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오감 공유는 ‘두뇌의 비밀’ 풀려야

 

이미지 확대하기주인공 역을 맡은 브루스윌리스(오른쪽)의 서로게이트. 실제 인물과 매우 닮았지만 훨씬 젊고 깔끔한 인상을 주는 형태로 제작됐다. 써로게이트를 이용하면 자신의 외모를 마음대로 바꿔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분확인은 로봇에 내장된 ID시스템으로 대신한다.
주인공 역을 맡은 브루스윌리스(오른쪽)의 서로게이트. 실제 인물과 매우 닮았지만 훨씬 젊고 깔끔한 인상을 주는 형태로 제작됐다. 써로게이트를 이용하면 자신의 외모를 마음대로 바꿔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분확인은 로봇에 내장된 ID시스템으로 대신한다.

영화 속에서 써로게이트 시스템은 사람이 원하는 행동을 로봇에게 완벽하게 전달할 뿐 아니라, 로봇의 몸으로 느끼는 촉각, 시각, 청각 등 모든 감각을 완전히 인간에게 보내 준다. 이만한 시스템을 만들려면 인간이 느끼는 오감과, 인간의 두뇌가 갖는 운동해석 능력의 비밀을 완전히 해소해야만 가능하다.

 

영화 써로게이트에서는 인간의 뇌파를 분석해 로봇을 조작한다는 설명이 나오는데, 이는 다소 사실과 다르다. 뇌파는 인간의 두뇌 활동 결과 생겨난 부산물에 불과하다. 실제로 뇌 속에서 어떤 원리로 의식이 생겨나고, 어떻게 의사판단이 이뤄지는지는 아직 인류가 쌓아온 지식의 영역 바깥에 있다. 그러니 ‘뇌파’의 분석에 성공한다고 해서 과연 인간의 오감과 사고를 모두 해석하는 일이 가능할지 여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인간의 뇌에서 직접 정보를 얻어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개발 중이다. 뇌혈류 변화를 알아볼 수 있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촬영(fMRI), 뇌에 직접 전극을 찔러 넣고 미세한 전류변화를 측정하는 뇌침습수술, 뇌에서 혈액이 흐르며 발생하는 미세전류를 읽어내는 EEG 시스템, 두개골을 통과해 뇌속 혈액의 흐름을 알아볼 수 있는 ‘근적외선 촬영시스템’, 뇌에서 발생하는 미세자기장을 읽어내는 ‘뇌자도 기술’ 등이다. 어느 것이든 아직 효율이 그리 뛰어나지 못하고, 그마저 뇌에서 생기는 단편적인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 인간의 의식이나 오감 전체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엔 무리가 크다.

 

물론 이런 시스템을 이용해 지금까지 팔, 다리를 어느정도 움직여 보는 실험에는 어느정도 가능했다. 원숭이가 로봇팔을 움직여 먹이를 집어먹게 만들거나, 인간이 다리를 조금 움직여 축구공을 차게 만든 사례도 있다. 강아지의 뇌파를 분석하고, 뇌파의 패턴에 따라 미리 녹음한 여러 가지 답변 중 하나를 선택하고, 이를 스피커로 들려주는 ‘동물대화장치’를 개발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영화 써로게이트에서처럼 로봇과 완전히 오감을 전송받고, 로봇의 신체를 마치 자신의 것처럼 자유롭게 조종하려면 인간의 두뇌에 대한 비밀을 거의 완벽하게 풀어내야 한다. 이는 아직 인간의 지식 영역 밖에 있기 때문에 성공여부를 점치기 어렵다. 물론 먼 미래에 기술적으로 가능해지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영화 써로게이트를 허무맹랑한 ‘판타지’영화로 구분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로봇과 인간을 원격으로 연결한다는 2009년 당시로선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로봇 영화’ 역사상 큰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다. 인간과 로봇의 연결, 로봇기술이 극도로 발전하며 생겨난 독특한 세계관 등도 주목해서 볼 만하다. 개봉 9년이 지난 오래된 작품이지만 지금 다시 보아도 큰 이질감 없는 연출력도 보여준다. 아직 보지 못한 독자분들의 심심풀이로는 나쁘지 않은 추천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 편집자주.
영화와 과학기술은 서로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영화 속 미래기술이 현실의 과학기술자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고, 과학자들의 첨단 연구결과가 새로운 영화 탄생에 모티브가 되기도 하지요. 영화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는 일은 과학의 발전에도 분명 큰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이런 의미에서 가까운 미래에 가장 큰 조명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로봇기술에 대해 고정 코너를 통해 연재합니다. 수많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이 과학기술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점은 비현실적인 그저 공상(空想)의 설정인지를 짚어주는 ‘영화 속 로봇 이야기’를 월 2회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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