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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나는 너를 미워하는 걸까, 사랑하는 걸까?

2018년 04월 15일 15:00

종종 깊은 사랑이 깊은 미움으로 변하는 경우를 봅니다. 서로 좋아서 만나면 행복해야 하는데, 잡아먹을 듯 서로 미워하며 이를 부득부득 갑니다. 결국 아름답게 헤어지지 못합니다. 헤어지고 나서도 서로 비난하고, 심지어 쫓아다니면서 해코지도 합니다. 이쯤 되면 인연이 아니라 원수입니다.


행복한 사랑도, 쿨한 헤어짐도 어려운 사람들. 그들의 속사정을 알아보겠습니다.

 

 

 

가질 수 없다면 부숴 버리겠어

 

완벽한 사랑을 꿈꾸는 이들이 있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완벽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누구도 방해할 수 없고, 영원히 끝나서도 안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완벽성은 ‘자신의 사랑’이 아니라, ‘상대의 사랑’에만 해당합니다.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관심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은 아닌지 늘 의심하고 걱정합니다.


이런 사랑은 쉽게 상대를 질리게 합니다. 처음에는 간섭과 관심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외로운 사람에게는 특히 그렇습니다. 자신을 향한 이런 태도가 정말 고맙게 여겨지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관심은 상대를 지향하는 배려지만, 간섭은 자기 중심적인 조종입니다. 상대는 금방 지치게 됩니다.


100%의 사랑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사랑이 깨지기라도 하면 큰일납니다. 완전무결한 사랑을 깨트린 상대는 이제 증오의 대상으로 변합니다. ‘내가 원하는 완벽한 사랑을 주지 않은 죄’죠. 자해나 자살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고,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스토킹이나 폭력을 행사하고, 터무니 없는 고소나 고발을 하기도 합니다.

 

이미지 확대하기사랑(LOVE)이라는 단어로 보이지만, 사실 증오(HATE)라는 작은 단어로 만들어져 있다. 종종 뜨거운 사랑은, 격렬한 증오로 바뀐다. - pixabay 제공
사랑(LOVE)이라는 단어로 보이지만, 사실 증오(HATE)라는 작은 단어로 만들어져 있다. 종종 뜨거운 사랑은, 격렬한 증오로 바뀐다. - pixabay 제공

 

 

완벽한 사랑?

 

우리는 모두 한번 이상 실연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어머니로부터 말입니다.


갓난아기는 어머니와 자신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어머니의 몸에 찰싹 붙어 있을 뿐 아니라, 필요한 모든 것을 어머니가 다 알아서 해줍니다. 모유를 먹는 아기는, 어떤 의미에서 어머니의 몸을 먹는 것이나 다름없죠. 그렇게 영아기의 아이들은 어머니와 일치된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기는 어머니와 헤어져야 합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존재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을 느낍니다. ‘세상에. 어머니는 내가 아니었다니……’


완벽한 사랑은 모자간에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어머니와 분리되는 과정은 아주 힘겹습니다. 울며 떼를 씁니다. 의기소침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독립해 나가죠. 이별의 시간은 고통스럽지만, 어떻게든 결국 해내고 맙니다. 어머니의 사랑도 유효기간이 있는 것입니다. 무조건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모든 인간은 이별의 쓴 맛을 보면서, 독립된 개체로 성장해 나갑니다.

 

이미지 확대하기어머니의 젖을 빨고 있는 아기. 해방 무렵에 촬영. 갓난아기는 자신과 어머니를 다른 개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어머니와 자신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생애 첫 실연을 경험하게 된다. - flickr 제공
어머니의 젖을 빨고 있는 아기. 해방 무렵에 촬영. 갓난아기는 자신과 어머니를 다른 개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어머니와 자신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생애 첫 실연을 경험하게 된다. - flickr 제공

 

 

애착의 종류

 

1965년 심리학자 메리 에인스워스는 다음과 같은 아주 흥미로운 실험을 합니다.


일단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와 한 방에서 즐거운 놀이를 합니다. 장난감도 많죠. 그러다가 낯선 사람이 방에 들어옵니다. 어머니는 조금 있다가 슬쩍 방을 빠져나갑니다. 몇 분 후에 다시 들어옵니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를 홀로 두고 다시 방을 빠져나가고, 아까 만난 낯선 사람이 방에 들어 옵니다. 그리고 그 낯선 사람이 아이와 놀자고 합니다. 다시 몇 분 후에 어머니가 들어와서 아기를 안습니다.

 

이미지 확대하기심리학자 메리 에인스워스는 애착의 종류를 판단하기 위한 흥미로운 실험을 고안했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없어졌을 때, 낯선 사람을 마주쳤을 때, 그리고 어머니와 재회했을 때의 반응을 보고, 애착의 종류를 총 네 가지로 나누었다. 이러한 애착의 패턴은 이후 대부분의 대인 관계에서 반복된다. - 위키피디아 제공
심리학자 메리 에인스워스는 애착의 종류를 판단하기 위한 흥미로운 실험을 고안했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없어졌을 때, 낯선 사람을 마주쳤을 때, 그리고 어머니와 재회했을 때의 반응을 보고, 애착의 종류를 총 네 가지로 나누었다. 이러한 애착의 패턴은 이후 대부분의 대인 관계에서 반복된다. - 위키피디아 제공

에인스워스는 아이의 반응을 보고, 애착 패턴을 몇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안정 애착’을 보이는 아이는 어머니랑 있을 때, 아주 즐겁게 잘 놉니다. 낯선 사람과도 금방 친해집니다. 어머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흥분하지만, 어머니가 다시 오면 금새 행복해집니다. 종종 B형 애착으로 불립니다.


‘불안-회피 불안정 애착’을 보이는 아이도 있습니다. 어머니가 있건 말건 감정이 별로 변하지 않습니다. 잘 놀지도 않죠. 낯선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죠. 마치 방 안에 혼자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에인스워스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잘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후속 연구를 통해, 사실 내적인 불안을 숨기기 위해서 애써 태연자약하려 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A형 애착이죠.


‘불안-저항 불안정 애착’도 있는데, C형 애착입니다. C형 애착을 보이는 경우는 처음부터 어머니에게 착 매달립니다. 낯선 사람이 들어오거나 어머니가 안 보이면 난리도 아닙니다. 심지어 어쩔 수 없이 실험을 중단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아이들은 어머니가 되돌아와도 조용해지지 않았습니다. 분개심에 가득 차 어머니에게 마구 화를 내었죠.

 

그밖에 D 형도 있는데, 이건 어떤 타입에도 속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D형은 너무 어려우니까 넘어가죠.

 

 

사랑과 증오의 양가 감정

 

진화적으로 보면 어떤 애착이 더 좋을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흔히 B형 애착이 좋다고 합니다. 편안하게 잘 놀고, 새로운 사람과도 쉽게 친해지고, 헤어진 사람과도 다시 만나면 금새 행복해하니 나쁠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미소를 띠며 접근하는 낯선 사람에게 당할 수도 있고, 심지어 같은 연인에게 두 번 배신당할 수도 있죠.


A형 애착의 경우는 겉으로는 냉담하지만, 속으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죠. 혼자 전전긍긍 짝사랑하다가 결국 말 한마디 못 꺼내고 포기하는 경우일까요? 물론 상대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C형 애착입니다. 늘 지나친 간섭으로 상대를 지치게 합니다. 하지만 쉽게 헤어지지도 못합니다. 불성실의 증거가 조금만 보여도, 심한 분노를 보입니다. 이런 패턴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진화적으로는 유리한 면도 있습니다. 압도적인 위협을 통해서, 상대가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죠. 진화생물학자 말테 안델슨과 요 이와사가 제시한 일곱 가지 성 선택 전략 중 하나인 강압입니다.


사실 아무리 안정 애착을 보이는 사람이라도 깊은 사랑의 관계에서는 그렇게 ‘쿨’하기 어렵습니다. 사랑이 깊으면, 실연의 괴로움도 큰 법이죠. 하지만 관계에 별 문제가 없는데도, 불안, 초조하여 견디기 어렵다면 문제입니다. 상대방의 충실성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하면, 사실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래서 불안정 애착을 보이는 사람은 종종 ‘보험’을 듭니다. 헤어질 때를 대비하여 다른 사람과도 일정한 관계를 맺어 두죠. 네. 어장 관리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신의 행동은 그대로 상대방에게 투사됩니다. 나도 어장을 관리하는데, 상대라고 못할 리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불안과 두려움은 점점 심해집니다. 간섭과 의심은 상대를 지치게 만들고, 지친 상대의 태도는 의심과 불안을 더욱 키웁니다. 종국에는 도대체 상대를 사랑하는 것인지, 미워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릅니다.

 

이미지 확대하기증오(HATE)라는 단어로 보이지만, 사실 사랑(LOVE)이라는 작은 단어로 만들어져 있다. 종종  증오는 ‘잘못된’ 사랑의 표현일 수 있다. - pixabay 제공
증오(HATE)라는 단어로 보이지만, 사실 사랑(LOVE)이라는 작은 단어로 만들어져 있다. 종종 증오는 ‘잘못된’ 사랑의 표현일 수 있다. - pixabay 제공

 

 

사랑하는 이가 미워진다면

 

현대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자유로운 연애입니다. 로맨티시즘의 문화는 안정 애착을 가진 사람에게는 정말 행복한 환경입니다. 원하는 사람을 만나 깊이 사랑하고, 또 슬프지만 헤어져도 곧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불안정 애착을 가진 사람에게는 지옥 같은 환경인지도 모릅니다. 누구를 만나도 안심할 수 없고 늘 걱정됩니다. 사랑하는 시간보다, 미워하는 시간이 더 많은 고통스러운 연애를 하게 됩니다.

 

이미지 확대하기모 드라마의 한 장면. 이들은 두 주인공은 과거와 현대를 넘나들며 낭만적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사실 한국 사회에서 낭만적 사랑이 보편화된 것은 수십 년에 지나지 않는다. - 위키피디아 제공
모 드라마의 한 장면. 이들은 두 주인공은 과거와 현대를 넘나들며 낭만적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사실 한국 사회에서 낭만적 사랑이 보편화된 것은 수십 년에 지나지 않는다. - 위키피디아 제공

머리로는 아닌 것을 알지만, ‘사랑하는 이가 자꾸 미워진다’는 느낌이 들면 어떻게 할까요? 하루 종일 생각나는 것을 보면 사랑하는 것이 분명한데, 동시에 심하게 해코지를 하고 싶은 양가적인 마음이 듭니다. 사실 애착 패턴은 거의 타고 나는 본성이라, 마음먹은대로 바꾸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절할 수는 있습니다.


상대에게 솔직하게 당신의 마음을 털어 놓으십시오. 미움이 점점 커지다가, 급기야 옳지 않은 행동이라도 저질러버리면, 이미 때는 늦습니다. 여기저기 주변 사람에게 걱정을 늘어놓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종종 주변 사람은 선의의 맞장구를 쳐주는데, 오히려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직접 그 혹은 그녀에게 당신의 불안을 털어놓고, 솔직하게 고백해야 합니다.

 

 

‘나는 당신이 없으면 무지 화가 나는데, 눈 앞에 나타나면 좋으면서도 또 확 짜증이 난다.

분명 헤어지고 싶은 것은 아닌데, 만날 때 마다 화도 나기 때문에 잘 해주지 못한다.

그러다 돌아서면 미안하고, 또 불안해진다. 그러다 보면 다시 화가 난다.

이런 나로 인해 당신이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행히 상대방이 이런 면을 잘 이해해 준다면, 고마운 일입니다. 둘이서 같이 ‘양가적인 사랑과 미움’이라는 공동의 문제를 같이 해결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솔직한 마음의 상태를 ‘그렇지 않은 척하며 회피’하지도 말고, ‘나오는대로 마구 발산’하지도 않아야 합니다. 안정적인 애착을 가진 이는, 종종 불안정 애착을 가진 파트너도 안심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종종 내적인 결함마저도 채워주는 힘이 있습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 과정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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