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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 사회심리학] 상대방의 의도를 공격하는 이유

2018년 03월 24일 13:00

 

인간은 판단하는 동물이다. 새로운 무엇을 봤을 때 ‘이게 뭐지? 어떻게 쓰는 거지? 좋은 건가, 아니면 나쁜 건가?’ 등 다양한 질문을 떠올리듯 사람을 처음 봤을 때도 비슷한 질문들을 떠올린다.

 

특히 사람이 사람을 판단할 때 쓰는 기준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졌고, 우리가 어떤 사람을 좋다 나쁘다 판단할 때 사용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임이 밝혀졌다. 하나가 ‘능력(예시: 똑똑함, 박학다식)’이고 다른 하나가 ‘따뜻함(예시: 친절함, 따뜻함 등)’의 인격적 차원이다 (Cuddy et al., 2008).


많은 사람들이 작은 정보로도 이 사람은 따듯하거나 똑똑할 것 같다거나 반대로 차갑거나 흐리멍텅할 거 같다는 판단을 재빨리 해낸다 (물론 정확성은 별개의 이야기다). ‘인상 형성(impression formation)’이라고도 불리는 과정이다.

 

이미지 확대하기사람을 판단할 때 능력과 따뜻함의 인격적 차원 크게 두 가지 기준에 따른다 -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제공
사람을 판단할 때 '능력'과 '따뜻함'의 인격적 차원 크게 두 가지 기준에 따른다 -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제공

 

 

사람을 판단할 때 주로 보는 것


사람에 대한 판단, 인상형성의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능력 유무’의 차원보다 ‘따뜻함·차가움’의 인격적 차원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예컨데 똑똑하고 성실하고 자신감 있지만 싸가지 없는 A씨와 게으르고 능력은 좀 별로지만 사람은 참 좋은 B씨 중 사람들은 후자에게 더 큰 호감을 갖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바람직한 특징들을 잔뜩 가지고 있어도 적어도 자신에게 있어 차가운 사람이라면 이 사람은 결국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 (Fiske, 2004).


사람에 대한 판단이 기본적으로 (나에게) 따듯하냐 아니냐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특정 사건에서 특정 행위로 인한 잘잘못을 가리거나 책임을 묻는 상황에서도 해당 사건과 전혀 상관 없는 행실, 평소 됨됨이가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오르고, 정작 중요한 사실들을 가려버리는 일이 생긴다. 안타까운 사실은 특히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의 ‘인격’이 별로라거나 ‘의도’가 수상하다고 하는 인신공격적 비난들이 도덕판단 상황에서 논점을 흐리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다른 의도가 있다!


미네소타 주립대의 연구자 랄프 바네스(Ralph Barnes) 등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Barnes et al., 2018). 사람들에게 어떤 과학적인 정보를 알려준다. 그리고 나서 이 정보의 신뢰성을 객관적으로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정보(예,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 큰 오류가 있었다)를 주거나 또는 해당 연구를 한 연구자의 의도가 수상하다는 등의 개인 정보를 준다.


그랬더니 연구 의도의 수상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에게서 연구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자 개인의 특성과 연구 결과는 별개일 수 있음에도, 연구자의 인격이나 의도에 대한 공격이 연구에 대한 객관적인 오류를 알려줬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사람들 마음에 불신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득을 보려고 그러는 거다!


의도가 수상하다거나 평소 행실이 별로였다는 식의 직접적인 인신공격이 아니더라도, 좀 더 은근한 방식으로도 불신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하다. 그 한 가지가 어떤 행위를 통해 저 사람이 ‘이득’을 보게 될 것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모 회사가 어떤 행사를 통해 수익의 50%를 자선단체에 기부한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같은 회사가 같은 행사를 통해 수익의 5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나머지 50%는 자기들이 갖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둘은 분명 같은 이야기임에도 후자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전자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에 비해 회사의 도덕성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Newman & Cain, 2014). 수익금의 50%를 기부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기부는 좋은 것이라는 사실 또한 변하지 않음에도 ‘이득을 챙기려 한다’는 이미지를 조금만 씌우면 얼마든지 비도덕적이고 신뢰할만하지 않다는 평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의도의 순수성’에 대한 사람들의 강박은 대단해서 어떤 때는 좋은 일을 한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어떤 사람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봉사활동에 참가한 A와 (관심 받기 + 선행) 비슷하게 누군가의 관심을 받기 위해 선행과 상관 없는 다른 행동을 한 B (관심 받기 + 평범한 일) 둘 중 B보다 A의 도덕성이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이 한 예다.


이러한 현상을 확인한 예일대학의 연구자 조지 뉴맨(George Newman)은 사람들은 도덕판단에 있어 비현실적일 정도로 의도의 순수성에 집착하며, 그 결과 분명 바람직한 행동임에도 나쁘다는 평가를 내리는 일이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사람들에게 굳이 이런 행동이 아니더라도, 관심을 받고 싶다거나, 또는 돈을 벌고 싶을 때 훨씬 편안하고 안전하며 효과적인 다른 대안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게 하면 비로소 선행을 하지 않은 것보다는 선행을 한 것이 낫다는 평가가 나왔다.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


문제를 제기 한 사람에 대한 신뢰도를 깎는 것 외에 흔히 나타나는 논점 흐리기 방법 중에는 ‘그런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상한 애들이 괜히 예민하게 구는 거다!’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평가절하 하거나 문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있다.


문제 해결 방법이 마음에 안 들거나 자꾸 불편한 사안이 문제로 올라오는 것이 싫을 때 자주 사용되는 방법으로 ‘해결 기피(solution aversion)’ 현상이라고 불린다 (Campbell & Kay, 2014). 어떤 사람의 말은 별 다른 근거 없이도 신뢰하지만, 어떤 사람의 말은 근거가 있어도 귀를 틀어막으며 ‘선택적 신뢰’를 보이는 것에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일부 기여한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인간의 믿음은 동기(motivation)에 기반한다고 본다. 사실이어서 믿기도 하지만 그렇게 믿고 싶어서 믿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믿고 싶은 것과 불편하지만 꼭 바라봐야할 현실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Barnes, R. M., Johnston, H. M., MacKenzie, N., Tobin, S. J., & Taglang, C. M. (2018). The effect of ad hominem attacks on the evaluation of claims promoted by scientists. PloS one13, e0192025.

Campbell, T. H., & Kay, A. C. (2014). Solution aversion: On the relation between ideology and motivated disbelief.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107, 809-824.

Cuddy, A. J. C., Fiske, S. T., & Glick, P. (2008). Warmth and competence as universal dimensions of social perception: The stereotype content model and the BIAS map.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0, 61-149.

Fiske, S. T. (2004). Social beings: A core motives approach to social psychology. New York: Wiley.

Newman, G. E., & Cain, D. M. (2014). Tainted altruism: When doing some good is evaluated as worse than doing no good at all. Psychological Science25, 648-655.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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