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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짜면 과학 교실] 자연이 쓴 역사책

2018년 03월 03일 18:00

    거인의 흙장난

    _윤병무

    옛날 옛적 고릿적 이 세상에
    엄청나게 큰 거인이 살았어요
    개미 눈에 코끼리가 안 보이듯
    너무 큰 거인을 알아볼 수 없었어요

    거인은 흙장난을 좋아했어요
    거인은 산꼭대기에서 물을 흘려보내
    큰물을 일으켜 바위를 굴려 부수고
    자갈 모래 황토를 흘러가게 했어요

    거인의 흙장난은 하루도 쉬지 않았어요
    흘러간 흙들이 하류나 바닷가에 쌓였어요
    하루하루가 수만 년이 되자
    쌓인 흙들은 굳어져 암석이 되었어요 

    어느 날 잠자던 거인이 기지개를 켰어요
    그 바람에 흙더미의 한쪽은 뚝 잘려나가고
    다른 한쪽은 이불처럼 구겨졌어요
    한쪽이 잘려나간 땅덩이가 시루떡 같았어요

    거인은 층층이 쌓인 흙을 바라보았어요
    삐져나온 지층 틈에서 붕어 빵틀이 보였어요
    붕어빵을 사이에 두고 흙이 굳은 거였어요
    그 재미에 거인은 흙장난을 멈추지 않았어요

    개구쟁이 거인의 나이는 끝이 없어요
    그래서 거인은 지금도 살아 있어요
    거인의 이름이 무어냐고요?
    그 이름은 ‘자연’이에요

 

이미지 확대하기거인의 이름은 자연 - 사진 GIB 제공
거인의 이름은 '자연' - 사진 GIB 제공

 


초등생을 위한 덧말

흔히들 갓난아기 때 사진을 보면 “엄마, 정말 내가 이랬어요?” 하고 묻곤 합니다. 자라면서 우리 몸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자연도 그렇습니다. 무서운 호랑이도 새끼 때는 강아지만큼이나 귀엽고, 아삭아삭한 죽순도 세월이 지나면 훌쩍 자라고 단단해져 몰라보게 바뀝니다. 땅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느낄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지표에는 없던 땅이 생기고, 있던 땅이 땅속이나 물속에 파묻히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지표에는 퇴적암이 만들어집니다. 쌓여서 단단한 암석이 된다는 뜻인 퇴적암은 지층(地層), 즉 ‘층층이 쌓인 땅’입니다. 퇴적암은 자갈이나 모래나 진흙으로 돼 있습니다. 퇴적암은 상류에서 흙을 쓸어내리며 흘러 온 강물이 서서히 하류에 켜켜이 쌓이면서 만들어지거나, 땅이 지구 내부의 힘을 받아 지진 같은 큰 변화가 생겼을 때 갑자기 만들어집니다.

그런 지층은 산사태나 지진이나 파도에 깎여 드러나는데, 그 모양이 다양합니다. 마치 책을 쌓아 놓은 듯 수평을 이룬 지층도 있고, 짐에 눌린 시루떡같이 사선으로 기울어진 지층도 있습니다. 또는 양손에 힘을 주어 곡선을 만든 샌드위치 같은 모양을 한 경우도 있는데 이를 ‘습곡’이라고 합니다. 또한 ‘단층’이라는 지층도 있습니다. 이는 마치 두 조각의 케이크를 한 접시에 담아 놓은 듯 그 결이 어긋나 있습니다.

지층은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과정으로 쌓였기에 층마다 암석의 성분이 다릅니다. 그 성분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역암, 사암, 이암, 석회암이 그것입니다. 역암은 자갈과 모래와 진흙이 섞여 쌓여 만들어진 암석입니다. 사암은 진흙보다 알갱이가 큰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암석입니다. 이암은 진흙이나 갯벌 같은 고운 흙이 쌓여 만들어진 암석입니다. 석회암은 동물의 뼈나 조개껍데기 등이 섞여 만들어진 암석이어서 석회암에 묽은 염산을 뿌리면 거품이 일어납니다.

퇴적암에서는 화석도 발견됩니다. 될 화(化), 돌 석(石) 자인 화석(化石)은 말 그대로, 그 무언가가 돌로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오래전 어느 날 갑작스런 퇴적이 발생했을 때 흙과 함께 매몰된 동물이나 식물이 1만 년 이상 굳어지는 동안 암석에 고스란히 갇히거나 제 모습을 새긴 채 발견된 암석 조각을 화석이라고 합니다. 오래전에 멸종된 삼엽충이나 암모나이트 같은 생물이 화석에 갇혀 발견되기도 하고, 오늘날에도 살아 있는 고사리나 은행잎 같은 식물도 마치 붕어 빵틀처럼 제 모습을 새긴 채 화석으로 발굴됩니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에서 보았던 공룡 발자국이 생각납니다. 수천만 년 전에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졌을 다각형의 검은 암석들이 마치 수백 자루의 연필 묶음을 세워 놓은 듯 빌딩만 한 높이로 바다에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 바로 아래에는 오래전에 흘러내린 용암이 식어 바위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용암이 굳던 중에 어떤 공룡이 그곳을 밟고 지나갔나 봅니다. 진흙을 밟으면 발자국이 새겨지듯 굳은 바위에 공룡 발자국이 찍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발자국은 몇 개뿐이었습니다. 얼마나 뜨거웠을까요. 더 이상 뛰어갈 수 없었을 그 공룡은 채 식지 않은 용암에 쓰러져 불탔을 겁니다. 이런 짐작이 가능한 걸 보면 지층과 화석은 자연이 쓴 역사책입니다.

 


 

※ 필자 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으로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으며, 동아사이언스에서 [생활의 시선]과 [때와 곳]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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