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없이 공기 중 바이러스 잡는 기술 나왔다

2018.03.02 03:00

  “필터 없이 공기 중의 바이러스를 어떻게 빨리 없애냐고요? 바로 진공 자외선(VUV)에 비밀이 있습니다.”


  장재성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는 벽에 놓인 화이트보드에 자신이 개발한 새로운 공기 청정기의 구조를 그리며 설명했다. 장치를 실제로 보고 싶었지만, 바이러스를 다루는 실험을 하기 위해 생물안전 등급 2급 실험실(BL2,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IV 등을 다루는 실험실)에 들어가 있어 접근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장 교수팀은 진공 자외선을 이용해 공기 중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공기 청정 기술을 개발했다. 진공 자외선은 자외선 중에서도 X선에 가까운 100~2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파장을 가지는 자외선이다. 워낙 에너지가 높기 때문에 바이러스나 세포 같은 생체 물질을 쉽게 파괴할 수 있다. 태양에서도 진공 자외선이 나오지만, 오존층에서 에너지를 잃어(흔히 오존층에 흡수된다고 표현한다) 지상에는 거의 도달하지 않는다.


  양쪽이 뚫린 긴 관 가운데에 진공 자외선을 발생시키는 램프를 고정하고 관 안에 공기를 흘려보내면 공기 중에 있는 바이러스가 진공 자외선을 쬐고 죽도록 설계됐다. 공기 청정기를 시험할 때 사용하는 표준 바이러스인 MS2 바이러스를 공기 중에 흘려보낸 뒤 이 장치를 이용해 소독할 경우 0.026초 이상만 VUV를 쬐면 바이러스가 모두 제거됐다.

 

초록색 기둥은 진공 자외선 램프, 붉은 테두리가 오존을 제거하는 광촉매다. 연구팀은 다양한 방법으로 공기 흐름(흰색 화살표)을 실험해 진공 자외선의 살균 효과와 오존 제거 기능을 확인했다.
초록색 기둥은 진공 자외선 램프, 붉은 테두리가 오존을 제거하는 광촉매다. 연구팀은 다양한 방법으로 공기 흐름(흰색 화살표)을 실험해 진공 자외선의 살균 효과와 오존 제거 기능을 확인했다.

 


  기존에도 VUV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죽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부산물로 발생하는 오존이 문제였다. 장 교수팀은 팔라듐 촉매를 새로운 구조로 만들어 활용해 이 문제도 해결했다. VUV 램프가 들어간 관 내벽을, 마치 소장의 융털처럼 표면적이 넓은 구조를 만들어 공기와 닿는 면적을 넓혔다. 그 결과 오존이 생성되자마자 이 촉매와 만나 분해됐다. 환경부에서 정한 오존 대기환경 기준은 8시간 평균이 0.06ppm(1ppm은 공기 1kg당 1mg 비율)인데, 이 장치에서 발생하는 오존은 8시간 평균 0.035ppm을 유지했다.


  장 교수가 개발한 공기 청정기는 자외선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소독하는 기존 식기살균기 등과도 다르다. 기존 살균기는 VUV보다 더 긴 파장대(254~356nm)를 갖는 일반 자외선을 쓴다. 일반 자외선은 에너지가 크지 않아 밀폐된 공간에서 오랫동안 자외선을 쪼여야만 소독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장 교수는 “대형 병원이나 공공장소에서 사용하는 공기조화설비(HVAC)에 이 장치를 붙이면 따로 공기 청정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실내 공기 속 바이러스를 확실히 잡아 깨끗한 공기를 실내에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VUV가 다른 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지도 연구할 계획이다. 에너지가 높은 만큼 공기 중에 있는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분해하는 데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장 교수는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는 공기청정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 ‘에어로졸 과학 및 기술’ 2월 13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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