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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경보 7분이나 걸린 까닭

2018년 02월 13일 19:40
이미지 확대하기11일 오전 5시 3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북서쪽 5km 지역에서 규모 4.6 지진이 발생해 북구 장량동 상가 외벽이 떨어지고 유리창이 파손되어 있다. - 뉴시스 제공
11일 오전 5시 3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북서쪽 5km 지역에서 규모 4.6 지진이 발생해 북구 장량동 상가 외벽이 떨어지고 유리창이 파손되어 있다. - 뉴시스 제공

지난 11일 오전 5시 3분, 경북 포항시 북구 북서쪽 5㎞ 지역에서 또 다시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4.6 지진으로 진앙 깊이는 14㎞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지난해 11월 15일에 발생한 지진의 여진이라고 발표했다. 본진 이후 석달이 지난 후에 가장 큰 여진이 발생한 이례적 경우다.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국내 지진경보시스템의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진이 발생한 지 7분이 지난 오전 5시 10분에서야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긴급재난문자 송출시스템의 방화벽 작동으로 자동 문자 송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 지진 발생 전에 경보 울리는 일본, 초스피드 경고의 비결은 ‘P파’

 

일본은 전국 각지에 지진계 4000여 개가 설치돼 있다. 이 중 2개 이상에서 지진파 중 속도가 가장 빠른 ‘P파’가 감지되면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진도와 진앙지 등이 분석된다. P파는 수직으로 진동하는 종파로, 속도가 6㎞/s 정도로 빠르지만 위력은 약하다. 이후 기상청은 진도 계급이 5 이상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예상 최대 진도와 지진 도달 예상 시간 등을 문자로 발송한다.

 

P파가 지나간 뒤엔 힘이 강한 S파가 도달한다. S파는 속도가 초속 3~4㎞로 P파보다 느리다. 지진 피해는 횡파인 S파로 인해 주로 발생한다. 그러니 일본에선 지진파가 도착하기 전 수 초에서 1분 이상까지 대피할 시간이 생긴다.

 

이런 조기 경보도 진앙지 근처에서는 예보하기 어렵다. P파와 S파의 도달 시간 간격이 짧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앙지에서 멀수록 대피 시간이 길게 주어지기 때문에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미지 확대하기일본의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나타낸 그림. 지진계에 P파가 감지됨과 동시에 예상 최대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의 사람들에게 지진경보문자를 송출한다. 이후 더욱 자세한 정보를 분석해 수신자가 위치한 곳에 예상되는 지진 규모와 시간 등을 문자로 알린다. - 일본기상청(Japan Meteorological Agency) 제공
일본의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나타낸 그림. 지진계에 P파가 감지됨과 동시에 예상 최대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의 사람들에게 지진경보문자를 송출한다. 이후 더욱 자세한 정보를 분석해 수신자가 위치한 곳에 예상되는 지진 규모와 시간 등을 문자로 알린다. - 일본기상청(Japan Meteorological Agency) 제공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원리로 지진 경고를 발송한다. 2017년 7월부터 P파를 이용해 지진을 감지하고 예측하고 있다. 다만 일본과 달리 관측소 3개 이상에서 지진파가 감지됐을 때 분석에 들어간다. 작년 11월 발생한 포항 지진의 재난 알림 문자가 비교적 빨리 발송된 이유도 P파 분석 덕분이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진동을 느끼기 수 초 이전에 재난 문자 알림이 오기도 했다.

 

당시 기상청은 진도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P파를 이용해 자동 추정된 정보를 25초 내에 문자로 발송하는 ‘지진통보시스템’을 처음 적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 지진통보시스템은 기상청, 긴급재난문자 시스템은 행안부가 담당

 

11일에 발생한 여진 때도 지진통보시스템은 정상 작동했다. 하지만 갑자기 긴급재난문자 송출시스템의 방화벽이 작동돼 문자 송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매뉴얼대로라면 이런 경우 즉각 수동 송출을 해야 하지만 시스템을 모니터링하던 담당자는 기상청이 아닌 행안부 소속으로, 사태 파악에 정신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진통보시스템은 기상청에서, 긴급재난문자 시스템은 행안부에서 담당한다. 지진이 일어나면 기상청에서 행안부로 지진 정보를 보낸다. 행안부는 기상청의 자동분석 정보를 이동통신사에 전달해 문자로 송출한다. 따라서 이번처럼 시스템에 오류가 날 가능성이 크고, 평소에도 문자 송출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4월부터 기상청이 재난 알림을 모두 담당하는 ‘긴급재난문자 일원화 시스템’을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시스템이 통합되면 오류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상청은 2020년까지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느끼는 지진의 진도를 신속히 예보하는 경보 체제 ‘온사이트(On site)’ 역시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지진 조기경보가 3개 이상의 관측소에서 지진파가 감지됐을 때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앞으로는 일본처럼 진앙에 인접한 관측소 1~2개만을 활용해 분석 시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진도 기준과 같은 자세한 사항은 국내 지진 발생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림 기자

pungni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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