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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구글은 왜 벌거숭이두더지쥐에 주목했나

2018년 02월 06일 14:06
이미지 확대하기구글은 왜 벌거숭이두더지쥐에 주목했을까 -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구글은 왜 벌거숭이두더지쥐에 주목했을까 -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세상엔 별난 사람들이 많지만 미국의 컴퓨터과학자이자 발명가, 미래학자로 ‘쉬지 않는 천재’로 불리는 레이 커즈와일은 그 가운데도 손에 꼽히지 않을까 싶다. 수년 전 필자는 잡지인가 인터넷인가에서 특이한 사진을 봤다. 커즈와일의 얼굴과 함께 알약이 수백 개 있는 사진으로 그가 매일 먹는 영양제라는 것이다. 커즈와일은 매일 알약 150개를 먹는데(그나마 250개에서 줄인 것이다), 일 년 동안 먹는 영양제의 구입비가 무려 100만 달러(약 11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커즈와일이 이런 기행을 하는 이유는 노화를 최대한 늦춰 머지않아 실현될 노화억제의학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다. 즉 그때까지 살아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 그 전에 죽게 되면 액체질소로 즉시 냉동보관돼 훗날 과학기술이 질병과 노화를 극복하면 부활할 예정이다. 2012년 커즈와일은 64세의 늦은 나이에 구글에 입사했는데(물론 영입된 것이다)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하기 위해서다. 


2013년 구글은 칼리코(Calico)라는 이름의 바이오벤처 자회사를 만들어 노화를 연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쯤에서 독자들은 감이 오겠지만 커즈와일이 회사설립을 부추겼다고 한다. 칼리코 경영진들의 목표만 봐도 그의 체취가 느껴지는데 500세 수명을 이루는 것이다. 수년 전 이 얘기를 접했을 때는 필자는 코웃음을 쳤지만(아무리 구글이라도), 재작년 알파고 쇼크를 겪은 뒤에는 ‘잘 모르겠다’로 한발 물러섰다.

 

이미지 확대하기2013년 설립된 구글의 자회사 칼리코는 1980년 이래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연구하고 있는 로 셸 부펜스타인 박사를 영입해 노화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칼리코 제공)
2013년 설립된 구글의 자회사 칼리코는 1980년 이래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연구하고 있는 로 셸 부펜스타인 박사를 영입해 노화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칼리코 제공)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


세계에서 노화를 연구하는 쟁쟁한 과학자들 가운데 구글(칼리코)이 공들여 영입한 사람이 로셸 버펜스타인(Rochelle Buffenstein)이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태어난 버펜스타인은 남아공 케이프타운대에서 생물학을 공부했고 요하네스버그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미국으로 건너갔다. 뉴욕시립대를 거쳐 텍사스 바숍연구소에 있다가 교수직을 버리고 칼리코로 옮겼다.


버펜스타인은 1980년 케이프타운대 시절부터 한 동물에 꽂혀 지금까지 줄기차게 연구하고 있는데 바로 벌거숭이두더지쥐(naked mole rat)다(물론 다른 동물들도 연구했다). 즉 구글은 벌거숭이두더지쥐가 노화 연구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하고 최고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다. 

 

사하라 사막 이남 동아프리카에 분포하는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땅 밑에 굴을 파고 사는 설치류로 포유류 가운데 예외적으로 개미나 벌처럼 군집(colony)을 이루고 있다. 즉 생식력이 있는 여왕 한 마리와 생식력이 있는 수컷 1~3마리, 생식력이 없는 암수 수십~수백 마리가 구성원이다.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연구해 노화의 비밀을 밝히겠다는 계획은 나름 일리가 있다. 생쥐의 최대수명이 불과 3~4년인데 비해 그보다 덩치가 약간 더 큰 벌거숭이두더지생쥐는 30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열 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동물은 대체로 덩치가 클수록 수명이 길고 이를 반영한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예상 수명 6년을 놓고 봐도 5배가 넘는다.


이미지 확대하기벌거숭이두더지쥐(naked mole rat). ikipedia 제공
벌거숭이두더지쥐(naked mole rat). wikipedia 제공

그런데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연구한다고 사람 수명을 500살로 늘리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까. 생쥐보다 열 배 더 산다고 해도 사람의 수명과 비교하면 3분의 1에 불과하지 않는가. 포유류의 진화에서 설치류와 영장류가 갈라진 이래(약 9000만 년 전으로 추정) 영장류는 오래 사는 쪽으로 진화해왔고 그 극단에 사람이 있다. 그리고 벌거숭이두더지쥐의 경우 설치류에서 예외적으로 오래 살 게 진화한 동물이다. 즉 사람과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장수하는 방향으로 ‘수렴진화’한 셈이다.


이처럼 오래 살기 위한 게놈의 변화가 독립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설사 우리보다 수명이 짧다고 해도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연구하다보면 뭔가 영감을 주는 발견이 있을 수 있고 이를 적용하면 사람의 최대수명을 좀 더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그래봐야 현재 추정치인 120세를 150세 정도 늘리는 것이지 500세는 아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학술지 ‘이라이프(eLife)’ 1월 24일자에는 구글이 500세를 목표로 노화연구를 시작하면서 왜 벌거숭이두더지쥐를 택했는지 깨닫게 한 논문이 실렸다. 칼리코의 버펜스타인과 동료 두 사람이 저자인 논문의 결론은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늙지 않는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즉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병이나 사고로 죽는 것이지 늙어 죽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완벽한 환경을 조성해주면 이론적으로는 영생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왜 이 동물의 수명이 생쥐의 열 배인 ‘30년 이상’으로 알려진 걸까.


논문에 따르면 답은 간단하다. 벌거숭이두더지쥐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게 1980년이고 따라서 초창기 연구하던 개체들이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수명을 ‘30년 이상’이라고 써온 것이다. 가장 오래 된 호모사피엔스의 화석이 20만 년 전이었기 때문에 현생인류의 역사를 20만 년으로 잡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다 지난해 모로코에서 30만 년 전 화석이 확인되면서 현생인류의 역사도 30만 년 전으로 업데이트됐다. 마찬가지로 이 개체들이 2028년에도 살아있다면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수명은 ‘40년 이상’이 된다는 말이다.


사람은 8년 주기로 사망률 2배가 돼


그렇다면 연구자들이 벌거숭이두더지쥐가 늙지 않는다고, 즉 이론적으로는 영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동물의 노화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곰페르츠 법칙’이 있다. 곰페르츠 법칙은 동물의 사망률이 나이에 듦에 따라 지수함수의 곡선으로 증가한다는 이론으로 19세기 영국의 수학자 벤자민 곰페르츠가 제안했다.


보통 흡연이나 활동부족(정적인 생활습관)이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사실 가장 상관관계가 큰 원인은 나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의 경우 30세를 기점으로 대략 8년이 지날 때마다 사망률이 두 배로 뛴다. 이런 패턴은 다른 포유류에서도 발견되는데 사망률이 두 배로 뛰는 기간이 달라 결국 최대수명이 차이로 이어진다. 

이미지 확대하기2003년 미국의 나이에 따른 사망률을 나타내는 그래프로 곰페르츠 법칙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세로축이 로그척도다. (제공 위키피디아)
2003년 미국의 나이에 따른 사망률을 나타내는 그래프로 곰페르츠 법칙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세로축이 로그척도다. (제공 위키피디아)

서른 살 때 사망률을 0.1%라고 하면 38세는 0.2%, 46세는 0.4%이고 이런 식으로 죽 가다보면 102세는 51.2%(둘 가운데 한 명은 이 해에 죽는다는 말이다)이고 110세는 102.4%로 100%가 넘는다! 즉 사람의 최대수명이 110세라는 말인데 현재 추정치인 115~120세와 비슷하다. 옆의 그래프는 2003년 미국인의 나이에 따른(가로축) 연간 사망률(세로축으로 로그척도다. 숫자에 100을 곱하면 %다.)을 보여주는데 곰페르츠 법칙이 놀라울 정도로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사람을 빼면 많은 개체를 수명을 다할 때까지 키우는 개나 고양이 말고는 포유류의 최대수명을 알기 어렵다. 야생에서 늙어죽는다는 건 드문 일이므로 알 수가 없고 결국은 실험실에서 키우며 관찰해야 하는데 수명이 길수록 처음에 시작하는 개체수가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쥐처럼 덩치가 작고 수명이 짧은 동물만 최대수명이 파악돼 있다. 


연구자들은 1980년대 초부터 출생이후 이력 관리가 되고 있는 벌거숭이두더지쥐 3299마리를 대상으로 사망률을 조사했다. 즉 이 녀석들이 생식력을 갖춘 6개월(183일)이 된 이후 사망률을 조사해 두 배가 되는 기간을 알면 곰페르츠 법칙을 적용해 최대수명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이가 들어도 사망률이 높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즉 사망률이 두 배가 되는 기간이 무한대이므로 이를 수식에 적용하면 최대수명도 무한대로 나온다는 말이다.


참고로 처음부터 3299마리로 시작한 건 아니고 30여 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더해진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의 사례로 2010년 태어난 665마리가 추가됐다. 게다가 이 기간 동안 867마리가 다른 실험을 위해 희생됐다. 즉 그 시점 이전까지만 사망률 통계에 포함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나이가 적을 때 사망률이 더 많은 개체에서 얻어진 것이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의미가 더 크다.


실험결과를 살펴보면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데이터를 모을 때까지 3299마리 가운데 불과 447마리만 죽었다(앞서 언급했듯이 이와 별도로 867마리는 인위적으로 죽음을 당했다). 특히 초기부터 기록된 개체들 가운데 최근에 죽은 걸로 기록된 게 6529일차로 그 이후 남은 23마리는 마지막으로 데이터를 얻은 11077일차(30.3년)까지 12.5년 동안 한 마리도 죽지 않았다! 이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개체는 서른다섯 살이다.


이를 바탕으로 추이를 보면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나이가 들수록 사망률이 오히려 낮아진다. 물론 처음부터 실험에 참여한 개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논문에서 찾지 못해 정확한 수는 모르겠지만) 정말 더 낮아지는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망률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즉 늙지 않는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벌거숭이두더지쥐가 노화의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여럿 나와 있다. 여왕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서른이 넘어도 여전히 새끼를 낳을 수 있고 나이가 들어도 심장 기능이나 몸의 구성성분, 뼈의 상태, 신체 대사 지표가 특별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세포를 들여다봐도 미토콘드리아의 밀도나 유전자 발현 패턴 등이 나이에 관계 없이 안정적이다. 또 DNA 복구 메커니즘도 거의 완벽하게 유지되고 있다. 다만 벌거숭이두더지쥐가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얘기는 지난 해 암에 걸린 개체의 사례가 보고되면서 ‘좀처럼 걸리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미지 확대하기포유류 네 종의 나이에 따른 사망률을 나타내는 그래프로 위로부터 벌거숭이두더지쥐, 생쥐, 사람, 말이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나이가 들어도 사망률이 높아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제공 ‘이라이프’)
포유류 네 종의 나이에 따른 사망률을 나타내는 그래프로 위로부터 벌거숭이두더지쥐, 생쥐, 사람, 말이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나이가 들어도 사망률이 높아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제공 ‘이라이프’)


실험실 환경에서 반감기 19년


동위원소가 붕괴를 일으켜 절반이 사라질 때가지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부른다. 남아 있는 원자들의 절반이 사라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앞의 시간과 같다. 이처럼 개별 원자가 언제 붕괴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원소들의 붕괴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그 동위원소에 고유한 반감기가 나온다는 건 물리학의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다. 


흥미롭게도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반감기를 언급하고 있다. 즉 늙지 않는 동물의 경우 최대수명은 의미가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대신 나이에 관계없이 사망률이 일정하다는 건 동위원소의 반감기와 같은 현상이다. 즉 각 개체가 언제 죽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전체의 절반이 죽는데 걸리는 시간은 일정하다. 예를 들어 짝짓기를 하지 않는 개체들의 사망률인 하루에 1만 마리 가운데 한 마리 꼴로 죽는 경우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반감기는 6931일(약 19년)이다. 짝짓기를 하는 개체들의 사망률인 하루에 10만 마리 가운데 한 마리 꼴로 죽는 경우는 반감기가 69315일(약 190년)로 나온다.


물론 야생에서는 사망률이 이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반감기가 훨씬 짧다. 대부분은 2~3년을 사는 게 고작이고 지금까지 야생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최장수 기록은 17년이다(여왕). 


사망률 두 배 주기 48년 돼야


하지만 논문의 데이터만으로 벌거숭이두더지쥐가 곰페르츠 법칙을 따르지 않는 포유류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무엇보다도 나이가 많을 때 사망률은 데이터를 제공한 개체수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이 서른에 곰페르츠 법칙에 들어가는 것처럼 벌거숭이두더지쥐도 좀 더 나이가 들어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사 벌거숭이두더지쥐가 늙는다고 하더라도 사망률이 두 배가 되는 주기가 매우 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 LA 캘리포니아대 히람 벨트란-산체스 교수와 남가주대 칼렙 핀치 교수는 같은 학술지에 실은 해설에서 데이터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해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주기가 115년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사람의 8년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긴 기간이다.


구글(칼리코)의 계획대로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노화 억제 비밀이 밝혀져 이를 사람에게 적용해 최대수명 500년을 성취하려면 사망률이 두 배가 되는 주기를 현재 8년에서 48년으로 6배 늘려야 한다. 즉 30세 0.1%, 78세 0.2% 식으로 가면 510세에 100%(엄밀히는 102.4%)가 된다.


설사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비밀이 밝혀지더라도 약물로 이 효과를 재현해 이 주기를 6배나 늘릴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노화는 몸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데 약물이 모든 세포에 영향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노화 억제를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의 변이를 명쾌히 규명할 수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즉 사람의 수정란을 유전자편집으로 벌거숭이두더지쥐화 한다면 극단적으로 노화 속도가 지연되는 신인류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영화 ‘가타카’의 설정이 현실이 된다는 말이다.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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